2008년 3월 19일에 띄우는 삼천백일흔여덟번째 쪽지!

 □ 3d를 거부하라

산업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 사람들을 불러들이는데,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 일을 기피합니다.
지금 기성 세대들은 한국 경제가 GNP 200불에서 10,000불 비약하는 동안에 3D 일을 다 겪어보았습니다. 그러기에 그 피땀의 열매를 먹고 자란 신세대 학생들이 백수로 놀지언정 3D 일은 안 하겠다고 하는 태도가 괘씸하고 배부른 수작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우리 한국 젊은이들만 그렇다면 그들이 나약하고 배은망덕 하다고 해도 좋습니다만, 자유 분방한 미국은 물론, 엄격한 가정 교육으로 유명한 독일,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룬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이들이 3D 일을 기피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일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해서가 아니라, 3D 일은 대개 단순 반복적인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3D 보다 신나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21세기는 단순 반복적인 노동으로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고, 진취적이고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콘텐츠, 즉 머리로 먹고 사는 시대입니다.
우리에게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육체적인 힘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들의  머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3D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용우  more..

■이현주 <과노긔이야기84/드림>중에서 ○지난글  

 □ 죽음의 사자

한 거인이 길을 걷는데 덩치 작은 나그네가 불쑥 나서며 소리쳤다.
“멈춰라!”
“감히 내게 명령하는 놈이 누구냐?”
거인이 코웃음을 치며 그를 지나쳐 가려고 했다. 덩치 작은 나그네가 말했다.
“나는 죽음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내 명을 어기지 못한다!”
거인이 잽싸게 팔을 휘둘러 ‘죽음’을 길바닥에 쓰러뜨렸다. 그가 더 이상 자기에게 해를 입히지 못하게 된 것을 보고 흡족한 거인은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잠시 기절했던 ‘죽음’이 깨어났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일어나지 않으면 세상이 금방 사람들로 차고 넘칠 텐데.’
바로 그 때 한 젊은이가 휘파람을 불며 다가왔다. 그는 웬 나그네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도와주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다. 친절하게 ‘죽음’의 상처를 씻어주고 나서 물통에 담긴 물을 마시게 했다.
죽음이 젊은이에게 물었다.
“자네, 내가 누군지 모르나?”
젊은이가 대답했다.
“모르겠소.”
“나는 죽음일세. 아무도 봐주지 않고 아무도 빼놓지 않는다네. 하지만 자네가 내게 잘 해주었으니 감사의 표시로, 사자들을 미리 보내어 준비를 하게 한 다음에 자네 이름을 부르기로 약속하지.”
젊은이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살게 되었으므로 매우 기뻤다. 그래서 천하태평으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
그러나 젊음과 건강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않는 법. 세월이 흐르자 병과 고통이 그를 괴롭혔고 밤에는 잠도 잘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비록 병이 들긴 했지만 금방 죽지는 않을 거야. 죽음이 아직 사자를 보내지 않았으니까. 그저 이 고통이나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병 하나가 나으면 다른 병이 찾아왔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불편해졌고 회복은 더뎌졌다.
그러다가 건강을 되찾으면 다시 즐겁게 살았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거야, 아직도 죽음이 사자들을 보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건강을 회복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 ‘죽음’이 서 있었다.
“함께 가세. 자네가 이 세상을 하직할 때가 되었네.”
“뭐라고요? 내게 한 약속을 깨뜨릴 참이오? 내 이름을 부르기 전에 사자들을 보내겠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여러 번 사자를 보냈는데 자네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던 걸세. 먼저 나는 열병을 보내어 자네를 자리에 눕혔네. 그 다음엔 관절염이 자네 무릎을 찾아가서 언제든지 마지막 걸음을 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 이어서 통풍(痛風)이 자네 몸 구석구석을 쑤시고 저리게 하였네. 게다가 나는 밤마다 ‘잠’을 보내어 ‘죽음’이 코앞에 있음을 상기시켰지.”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운명에 무릎 꿇고 죽음과 함께 길을 떠났다.  

기도: 주님, 제가 세상에 태어나던 그날부터 죽음을 향한 저의 걸음이 시작되었음을 기억합니다.
세월과 함께 저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머리로는 잘 압니다.
주님, 제 죽음을 벗으로 여기고 그와 의논하면서 남은 시간과 공간을 슬기롭게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에게 생명을 주시고 죽음을 주시는 분께로 돌아가는, 그것이.  ⓒ이현주 (목사)

■이해인730  민들레 영토 ○지난글

□ 사랑병

기쁨의 고열에 시달리며
가끔은 헛소리도 하는
대단한 몸살

치통처럼
속으로 간직해야 할 아픔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화상처럼
깊은 흉터를 남기는
오랜 후유증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대단한 용기  ⓒ이해인(수녀) <시간의 얼굴>

■용포리일기-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지난일기

□ 물 한잔 1

대전 나갔다가 일을 마치고 들어오려는데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밥 먹고 들어가자' 하고 분식집에 들어가 된장찌개 하나 시켜 먹었습니다.
밥을 먹다가 자동적으로다가 내 눈과 손이 찾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물'! 테이블 위에 물이 없어서 고개를 들고 둘레둘레 찾으니 식당 아주머니가 고개로 어디를 가리킵니다. 가게 한 구석에 정수기가 있고 거기에 '물은 셀프서비스'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습니다.
밥을 먹다 말고 물을 뜨러 갔다오니 이거 영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손님이 오면 물 한잔 들고 와서 "뭘 드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것이 기본인데, 물 한잔이 없어져 버렸으니 음식을 주문 받을 때도 손님 앞으로 오지도 않고 저 쪽에서 '뭘 드시겠습니까?' 하고 소리를 칩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물 한잔' 이라는 말로 국민 정서를 표현해 왔습니다. '얼마나 인심이 야박한 지 물 한잔도 안 주더라, 물 한 바가지만 주시오' 물에 관련된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물 한잔'은 손님이 오면 맞이하는 일종의 '인사'입니다.
아무리 '셀프서비스'도 좋지만 물은 좀 그냥 갖고 와서 '물 인사'는 해주세요. 저처럼 어디에 한번 앉으면 끝장을 봐야 일어나는 사람은, 중간에 일어나 물 뜨러 갔다오는 것이 참 난감한 일입니다. 2008.3.18 ⓒ최용우

■찬양합니다 나의예수님178 -나는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서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지난찬양

□ 졸지도 주무시지도

주님은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고 기도하셨습니다.
나는 졸지도 않고
주무시지도 않으면서 이 늦은 밤에 뭘 하는가?

주님은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시면서 또 기도하셨는데
나는 잠 안 오는 이 밤에
또 무슨 근심 걱정을 그리하여 잠도 못 자는가?

주님은 졸지도 않으시고
주무시지도 않으면서 마귀를 물리치셨는데
나는 졸음마귀의 공격 한 방에 지금 뻣으려고 하네.   2008.3.18 ⓒ최용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