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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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알아보려면

오래 전에 길에서 목걸이 하나를 주웠습니다. 가운데 콩알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고 그 주위로 깨알만한 다이아몬드 12개가 박혀있었는데, 줄이 끊어져 있는 것을 보니 누군가의 목에서 떨어진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아무리 들여다보고 만져보아도 이게 진짜 다이아몬드인지 아닌지 알 수가 있나요. 그래서 보석상에 가지고 갔더니, 가운데 있는 큰 알은 큐빅(cubic)이고 주변에 있는 12개는 진짜 다이아몬드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기만 해도 그렇게 알 수 있나요?” 했더니 무슨 전자기계를 가져와 대보면서 “소리가 나면 큐빅이고 소리가 안 나면 진짜 다이아몬드입니다.” 라고 했습니다.
정말 큰 것은 소리가 났고, 작은 것은 소리가 안 났습니다. 만약 가운데 있는 것이 진짜라면 이 목걸이의 가격은 100만원이 넘을 거라기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럼 깨알 다이아몬드 12개 가격은요?”
“한 개에 만원씩 쳐드리겠습니다.”
ㅠㅠ 12만원 받아서 짜장면 사 먹고 나머지는 다른 곳에 썼습니다.
저는 처음에 길에 떨어져 있는 목걸이가 문방구점에서 파는 아이들 장난감인 줄 알고 발로 툭툭 찼습니다. 아내는 여자 목걸이라며 주웠습니다. 그리고 보석상은 척 보자마자 진짜 가짜 분별하여 가격을 매겨주었습니다. 똑같은 눈인데 목걸이를 보는 제 눈은 완전 ‘개눈깔’ 이었고, 아내 눈은 정상적인 눈, 보석상의 눈은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었습니다.
성경을 보는 눈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성경은 툭툭 건드려보고 아무런 가치를 못 느끼는 책입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성경은 그냥 ‘좋은 책’일 뿐이고, 비로소 성경은 성경의 가치를 알아보는 전문가의 눈 앞에서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저는 보석을 보는 눈은 개눈깔이지만, 성경을 보는 눈 만큼은 전문가의 눈이 되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용우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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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주 2072 <하루기도/생활성서>중에서지난글

□받아들이기와 떨쳐 버리기

정향의 고통을 정향에게 주어진 정향의 숙제로만 알았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저의 숙제인 줄 몰랐어요.
그것을 제가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떨쳐 버리려고만 해서
그래서 저렇게 정향이 계속 아픈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방금 들었습니다.
아, 주님! 도와주십시오
저에게 주어진 이 숙제를 제대로 풀어서
정향이 고통을 더 당하지 않도록
어리석고 못난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겁니까?  ⓒ이현주 (목사)

 

 ●이해인 1302  민들레 영토 지난글

□행복한 풍경

새들도
창밖에서 기도하는
수도원의 아침

90대의 노(老)수녀 둘이
나란히 앉아
기도서를 펴놓은 채
깊이 졸고 있네
하느님도 그 곁에서
함께 꿈을 꾸시네

바람이 얼른 와서
기도문을
대신 읽어주는
천국의 아침   ⓒ이해인(수녀) <희망은 깨어있네>

 

●쑥티일기 - 어슬렁 어슬렁 동네 한 바퀴 지난일기

□평화로움

오후에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에 보니 고양이 두 마리가 햇볕이 따뜻하게 드는 양지바른 공터에서 뒹굴며 놀고 있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런데 덮을 이불 하나 없는 녀석들이 얼어 죽지 않는 걸 보면 그게 참 신기하다. 밤에는 어디에서 자며 먹는 것은 어떻게 해결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겨울이면 이것저것 걱정이 많다. 가난한 사람들은 겨울이 더욱 춥고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에는 사람들이 어깨를 움켜잡고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빨리빨리 다닌다.
노루꼬리처럼 짧은 오후의 햇볕을 즐기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 되고 오늘은 그냥 오늘 일만 생각하자. 그리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그것밖에 뭐 별 뾰쪽한 수가 없잖아.  ⓒ최용우

 

●최용우 커피 연작詩 292 지난시

 

  

왜?

동전하나 없는 날은
왜 더 간절히
커피 한 잔이 땡기는지
당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