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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은 멋이 아니다.(4) 경건한 삶

수도관상피정 당당뉴스............... 조회 수 32 추천 수 0 2018.09.12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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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358 

수도원은 멋이 아니다. (4)


지성수  |  sydneytaxi@hanmail.net
입력 : 2018년 06월 23일 (토) 23:02:38 


수도원 생활은 경건한 삶을 지향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경건함이란 무엇일까? 엄숙한 분위기가 차있는 대성당 같은 곳인가? 그 곳에 무엇이 있는가? 따지고 보면 나무와 돌과 쇠와 헝겊과 색깔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재료로 해서 장식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경건은 포장할 수 없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경건하게 보이고 이방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경건이 아니다. 명동성당에서는 경건하게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향내 그윽한 법당의 부처님 앞에서는 이질감을 느껴서 기도를 못 한다면 그것은 참된 경건이 아니다. 분위기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경건이라면 조작된 경건일 뿐이다. 꾸며진 것일수록, 습관화된 것일수록 경건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못 가보았지만 깊은 산 속에서 큰 절에만 가보아도 지금보다 훨씬 길이 안 좋았을 그 옛날에 절을 짓느라고 민초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에 진눈깨비가 내리는 어느 날 재래시장에 갔다가 하반신이 없는 장애인이 배에 두꺼운 고무를 대고서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수레를 밀면서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질척질척한 시장 바닥을 기어 다니면서 좌판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파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세상에 저 것보다 더 경건한 몸짓이 어디 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한국에서 온 신대생들을 데리고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인 부루더후프에 갔다. 작업시간에 공동체의 청년들과 함께 밭을 갈러 갔다. 작업은 삽으로 밭의 고랑을 파는 아주 단순한 일이었다. 학생들에게는 평생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밭일도 낯설지만 말없이 일만 하는 것도 생소한 일이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슬슬 지루하기 시작하자 나이 먹은 학생이 내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오늘 작업량이 어디까지 인지 물어봐 주세요.”

“왜 하기 싫으냐?”,

“아니 그런 게 아니고요. 우리 목표량을 정해주면 빨리 끝내고 자유 시간을 갖게요.”

내가 공동체 청년에게 물었더니 “작업량 같은 거 없다.”고 대답을 했다.


학생은 할 말이 없어져서 또 다시 일을 해야 했다. 조금 있다가 작전을 바꾸었는지 나이 먹은 학생이 집합 시켜서 뭐라고 지시를 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이 흩어지더니 3 명이 한 팀이 되어서 한 사람이 고랑을 파면서 앞으로 나가면 양 옆에서 두 사람이 흙을 긁어서 이랑을 만들어나갔다. 작업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며 한 고랑을 끝내고 나고서 공동체 청년에게 “어떠냐? 잘되지?”하고 물으니까 그들은 무표정하게 “너희들이 좋아하면 됐다”라고 대꾸해서 자랑스럽게 여기던 학생들이 무색해졌다.


나는 그날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요즘 같은 첨단 시대에 공동체 청년들(그들은 모두 미국인이다)이 묵묵히 아주 원시적인 방법으로 삽으로 밭고랑을 파나갔다. 그들은 어떤 효과도 생각하지 않고 하루 종일 말없는 소처럼 우직하게 똑 같은 동작으로 긴 밭고랑을 한 삽 한 삽 떠내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노동이 곧 기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허영에는 물질적 허영 못지않은 영적 허영도 있다. 영적 허영은 아무 것도 책임질 일이 없다. 그저 자기가 제일 잘 믿고 있다고 생각하고 남을 판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원은 그런 영적 허영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왜냐하면 매일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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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상이 높고 귀할수록 현실의 질곡은 깊다. 수도원은 인간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만큼 모순도 클 터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은 이런 현실을 잘 그려내고 있다. 수도원 안에 있는 거대한 도서관에는 예전 고대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희극(요즘으로 말하면 코미디 대본)이 있는데 웃음을 악마의 행위로 생각하는 호르헤 수도사가 아르스토텔레스의 희극을 보고 웃는 자들을 응징하고자 그 책에 독을 발라 두었고 책장을 넘기려 침을 바르던 사람들이 죽어 나갔던 것이었다. 중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절대적 권위를 가졌었다. 호르헤 수도사는 이 책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에 ‘웃음은 악마의 행위다’라는 그의 신조가 무너져 버린다는 두려움을 가졌다.


드디어 명탐정 윌리엄 수도사가 수수께끼를 풀어 호르헤 수도사와 맞닥뜨렸을 때 호르헤 수사는 자신의 살인이 악마를 응징하는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윌리엄 수도사는 호르헤 수도사에게 '악마는 바로 너다'라고 일갈한다.

"악마라는 것은 물질로 된 권능이 아니야.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런 게 바로 악마야!"


"가짜 그리스도는 지나친 믿음에서 나올 수도 있고, 하나님이나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에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수도자가 생활을 하다가 포기한 사람도 많다. 왜 포기를 했을까?


한 번은 부라더후프에서 작업 시간에 고교를 금방 마친 소년과 일을 하게 되었다. 마침 공동체 묘지의 울타리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되어 소년이 일생을 공동체에서 보내다가 여기에 묻힐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서 평생을 살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아직 결정 하지 못했다며 선배들이 "이 세상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결단하라"고 충고를 한다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왜? 돌아갈 길이 있으면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라더후프에서는 젊은이들을 가능한 한 2 년간 군대에 보내는 것 같이 세상으로 내보내도록 한단다. 수도원은 낭만적 영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곳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사람이 가야 하는 곳이다. 체질에도 맞아야 한다. 나는 수도자들 중에 수도원 밖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많이 보았다.


나는 수도원을 나온 사람, 천주교 신부이었다가 옷을 벗은 사람들을 여럿 만났다. 심지어는 환속한 신부의 결혼 주례를 서기도 했었다. 흔히 수도원에 관하여도 환상을 품기 쉽지만 현실에서는 그 곳도 역시 냉혹한 세상이다. 내가 만났던 2 명의 수도사는 수도원을 나와서 둘이서 시골에서 집을 얻어 자유롭게 사련서 수도 생활을 계속 하며 살고 있었다. 그들은 수도원을 벗어나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생존에의 불안을 느끼면서 세속 수도사로서의 외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사제나 수도사가 제도를 떠나는 순간 제도가 보장하는 안전과 보호를 잃어버리고 알몸으로 광야에 던져지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사제나 수도사가 되는 것 보다 그만두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수도원은 모순 속에서 갈등을 통하여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는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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