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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무등일보] 형은 고슴도치 - 임성규

신춘문예 임성규............... 조회 수 314 추천 수 0 2019.04.02 23: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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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무등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형은 고슴도치 / 임성규


  <당선작>  형은 고슴도치 / 임성규

 

  "찍찍아! 한 번만 더 엄마한테 내 이야기 하면 가만 안 둘 거야."

  아침부터 형이 큰소리를 질렀다. 형은 내가 고자질쟁이라며 찍찍이라고 불렀다.

  "또 무슨 말 엿들었어?"

  난 화가 나서 혀를 날름 내밀며 "메롱"하고 도망쳤다. 형은 엄마에게 야단을 들으면 뭐든지 내 고자질 때문이라고 했다.

  형과 난 정말 친하게 지냈었다. 형이 아주 좋아하는 신비한 숲속 게임을 같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은 뭐든지 나를 이겨버렸다. 공부도 잘하고 게임도 잘하고 심지어는 친구도 많았다. 엄마 아빠도 형만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형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엄마에게 다 일러바쳤다. 이번에 내가 형이 허락도 받지 않고 게임방에 간 것을 일러버린 바람에 형이 좋아하는 게임을 못 하게 되었다. 새해가 되면 엄마가 사주기로 한 신비한 숲 전용 게임기 '초록이'도 없던 일이 돼버렸다.

  신비한 숲 게임은 동물이 되어 들어가서 동물 체험도 해보고,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형은 게임 속에서 고슴도치가 되어 돌아다녔다. 그중에는 사라져버린 동물들도 많았다. 나는 그 동물들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배웠다.

  "그건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이야."

  사람들이 자기 집 장식을 위해서 코뿔소를 잡아 뿔만 빼가기도 한다는 말에 놀랐다. 난 형이 가진 황금 구슬을 달라고 했는데 주지 않자 화가 났다. 형과 절대로 게임 안 한다고 했다. 신비한 숲 게임을 하는 친구 중에 황금 구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황금 구슬을 갖기를 바랐다. 그러나 많은 시간 동안 동물들을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황금구슬은 만나는 동물에게 힘을 주고 다친 곳이 있으면 치료도 해준단다. 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마법구슬이라고 했다.

  며칠 전, 형이 저녁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 엄마는 걱정을 많이 했다. 난 아침에 형이 친구하고 통화하며, 신비한 숲 이야기를 한 것을 들은 기억이 났다.

  "형이 게임방에 간다고 하던데…. 신비의 숲 게임에 푹 빠져 있을 거야."

  난 형이 게임방 간 것처럼 말했다. 형이 들어오자 엄마가 왜 늦었느냐고 물었다. 친구 집에 모여서 공부했다고 했다. 엄마가 누구 집이냐고 다그쳤다.

  "엄마는 말해도 몰라요."

  형이 얼버무리자 엄마는 얼굴이 붉어졌다.

  "말해줘도 모른다고…. 거짓말 까지 하다니 넌 일주일간 게임 금지야."

  형은 얼굴을 찌푸리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요즈음 형의 행동이 수상했다.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면 깜짝 놀랐다. 형이 숨기는 걸 찾아내기로 맘먹었다. 형이 뭘 하는지 몰래 지켜봤다.

  형은 학교에 갈 때도 다니던 큰길로 가지 않고 아파트 뒤에 있는 숲길로 다녔다. 그 길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흙길이었다. 학교로 가는 길과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뉘는데, 그 곳에 오래된 정자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서 도둑질하는 애들이 훔친 물건을 나눠 갖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른들 몰래 이상한 짓을 하는 애들도 있다고 했다.

  철이가 붕어빵을 파는 동네 할머니가 그랬다며 그 길로는 다니지 말라고 했다.

  "나쁜 기운이 도는 길이래. 귀신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했어."

  나는 '나쁜 기운과 귀신!'이란 친구 철이의 말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형의 하는 짓이 의심스럽기도 했다. 뭔가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 형은 거기서 뭘 하는 걸까?'

  야단맞을 짓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철이가 이틀 전에는 몸에 덤불을 잔뜩 묻히고 숲에서 나오는 형을 본 적 있다고 했다. 난 형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고 생각했다.

  '꼭 알아내고 말 거야.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 분명해!'

  엄마가 부엌에서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게 뭐야! 가시 뭉치가 있어."

  고슴도치 한 마리가 부엌 싱크대 위에서 검은 눈을 반짝거리며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었다. 신비한 숲 게임 속에서 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 고슴도치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잿빛 털과 그 사이에 하얀 얼룩이 있는 것을 보니, 신비한 숲의 고슴도치었다. 게임에서 본 고슴도치를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놀라워서 가슴이 통게통게 했다.

  "엄마, 고슴도치야."

  "고슴도치?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왔을까?"

  엄마랑 내가 고슴도치를 보며 놀라고 있을 때였다. 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슴도치를 잡아서 종이상자에 집어넣었다. 쿡쿡 찌를 텐데 가시가 아프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유진이는 고슴도치를 잘 다루네."

  집에 들어온 아빠는 다른 집에서 키우던 고슴도치가 도망쳐 우리 집에 왔을 거라고 했다.

  "두 달 정도밖에 안 된 어린 고슴도치에요."

  형이 잘난 척했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고 말하려고 했다.

  "애완동물 키우고 싶다고 했지?"

  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엄마는 우리가 고슴도치를 키워보라고 했다.

  "고슴도치를 제가 혼자 키우면 안 돼요?"

  내 말에 형은 금방 나를 밀치며 말했다.

  "제가 키울게요. 유민이는 어려서 뭘 몰라요."

  나는 기분 나빴다.

  "형이랑 두 살 차이 밖에 안 나거든."

  내가 소리치자 형이 날 쳐다보며 말했다.

  "찍찍아! 이 고슴도치는 플라티나이고 암컷이야. 쥐가 키우기엔 너무 어렵지."

  "흥! 대단한 고슴도치 박사님 나오셨네."

  고슴도치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고슴도치와 먼저 친해지는 사람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고슴도치하고 친해지려면 너희 가시를 내려놔야 해."

  "우리가 가시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정말 가시가 없을까? 엄마 눈에는 너희들의 가시가 다 보여."

  엄마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형 마음속에는 가시가 잔뜩 들어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고슴도치에게 새집을 사줘야겠어요. 먹이도 구해야 하구요"

  난 형을 꼭 이겨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형을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야.'

  고슴도치를 키워본 철이가 고슴도치와 친해지는 것은 쉽다고 했다. 사람의 냄새에 익숙할 수 있도록 조금씩 가까이 가라고 했다.

  사람의 냄새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틀이나 신은 냄새 나는 내 양말 두 짝을 고슴도치 집에 넣어주었다. 형이 날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형은 고슴도치를 도로시라고 불렀다. 그 뒤로 고슴도치는 도로시가 되어버렸다. 난 뭔가 큰 것을 뺏긴 느낌이 들었다.

  형은 도로시가 손을 물어도 참고, 벌레를 주었다. 내가 손을 내밀면 가시를 세우고 경계 했다. 만지려다가 가시에 몇 번 찔렸다. 난 그만 고슴도치 주둥이를 툭 치고 말았다. 그 뒤로 도로시는 내가 먹이를 가지고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찍찍아. 도로시가 네 말을 알아듣겠니? 좋아하는 먹이를 찾아서 줘봐. 네 맘대로 주지 말고."

  형이 날 보며 놀렸다. 고슴도치는 형에게 가시를 세우지 않았다. 심지어 형이 손을 내밀면 손을 핥기도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게임도 형이 이길 것 같았다.

  휴일이었다. 엄마와 아빠는 영화 보러 간다고 형이랑 놀라고 하면서 나갔다. 어떻게 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형은 친구랑 만나기로 했다며 나가 버렸다. 나만 덜렁 혼자 남았다.

  '도로시랑 나만 둘이 남았네?'

  날 싫어하는 도로시를 혼내주기로 했다.

  "공원 숲에 보내 줄 테니 거기서 살아! 좀 춥긴 할 거야."

  나는 도로시의 집을 들고 일어서려고 했다. 순간 도로시 집을 바닥에 툭 떨어뜨려 버렸다. 그때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도로시 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유민아! 내 말을 들어봐."

  너무 놀란 나머지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 숨어서 장난치는 거지? 내가 속을 줄 알아."

  "나 도로시야. 너에게 급히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도로시라고. 고슴도치가 어떻게 말을 해?"

  "난 신비한 숲에서 온 고슴도치야."

  "신비한 숲? 게임 말하는 거야?"

  "형이 말 안했구나. 이건 비밀인데 신비한 숲은 정말 있어. 게임은 신비한 숲을 보고 만든 것이야.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동물을 기억해달라고 만들었어. 네 형은 그곳 소년 지킴이 단원이야."

  신비한 숲이 진짜 있는 곳이란다. 형이 지킴이라니 난 도로시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내가 신비한 숲 입구 지키는 일을 하지 않았어. 동물 친구들에게 가시만 세우며 잘난 체했어. 그곳 동물 친구들이 날 싫어했지. 그래서 이곳으로 나와 버린 거야."

  도로시는 숲에서 나올 때 크게 다쳤는데, 형이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구슬을 도로시 입에 넣어 주었다고 했다.

  "지금 형이 위험해. 신비한 숲 입구가 나 때문에 망가졌어. 형이 그곳에서 길을 잃은 동물을 보내주다가 입구에 빠져버렸나 봐. 지금 가지 않으면 형은 영영 돌아올 수 없어."

  그때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봐!"

  까마귀 한 마리가 창문을 계속해서 날개로 두드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도로시를 이동 상자에 넣어 숲으로 달려갔다. 도로시가 알려준 곳에 검은색 바위가 있었다. 그 밑에는 고슴도치 한 마리가 눌러져 있었다.

  "얼른 고슴도치 입에 황금구슬을 넣어줘!"

  나는 도로시가 준 황금구슬을 고슴도치 입에 넣어주었다. 잠시 후 고슴도치가 기지개를 켰다. 그때였다. 고슴도치의 몸이 점점 부풀었다. 팔다리가 변하고 얼굴이 달라지더니 형이었다. 난 놀라서 까무러질 뻔 했다.

  "유민아. 내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어?"

  형은 내가 도와주러 왔다는 걸 알고 기뻐했다. 형이 신비한 숲속 입구를 막으려고 하다가 그만 미끄러졌다고 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너랑 저 녀석이 날 구해줬구나!"

  난 형이 자랑스러웠다. 신비한 숲 지킴이라니……. 형처럼 숲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자 내게 책을 줬다. 거기에는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동물들과 사라져가는 동물들 이야기가 가득 했다.

  "이걸 다 공부하고 나서 생각해보자. 이 일은 몹시 어렵고 위험한 일이거든."

  난 형이 고슴도치가 돼버린 일을 비밀로 할 거라고 했다.

  "엄마에게 안 이를게."

  "일러도 소용없어. 누가 네 말을 믿겠니?"

  "투루투루투루! 소리치는 형 소리가 신비한 숲 입구를 울렸다. 문이 스르르 닫혔다.

  형이랑 도로시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도로시는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았다. 형은 자꾸 도로시에게 말하는 날 보고 말했다. 도로시는 자기 구슬을 내게 줘버려서 이제 사람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도로시는 털을 내려놓고 가만히 있었다. 손을 넣어보니 도로시 몸이 매끈했다. 손가락을 물지도 않았다.

  집에 온 엄마가 나랑 잘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우리 유민이가 도로시 주인이네."

  "아니야. 형이랑 같이 도로시 친구가 되기로 했어."

  엄마가 내게 선물상자를 주었다. 거기에는 초록이가 들어 있었다.

  "이젠 어디가도 신비한 숲 게임을 할 수 있겠네요. 엄마 이건 형에게 주세요."

  엄마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말했다.

  "네 형이 널 주라고 하던데."

  난 도로시를 쳐다봤다. 도로시의 눈이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다음 날 아침 도로시의 집이 텅 비어 있었다. 내가 형을 부르자 형이 마지못해 일어났다. 형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로시가 인사도 못하고 간다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란다."

  난 도로시가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형은 숲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숲이 새벽에 내린 첫 눈에 젖어 있었다.


  <당선소감> 아이들 말 흉내로 동심 말하지 않겠다


  며칠 전 사정이 있어서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버려질 일만 남은 몽당연필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동화 당선 소식을 듣고 제가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몽당연필인 저에게 하늘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원고지 뭉치를 던져 주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동화를 읽으면서 행복했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그것도 잠시, 선생님들이 온몸으로 낸 길을 제가 너무나 쉽게 두 발로 걸어가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손을 잡아주었던 그 아이들이 저의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더 많은 꿈을 보고 싶다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합니다. 이제야 아주 조금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저의 짧은 마음의 심지를 깎으며 뒤에 볼펜 대라도 꽂아 침 묻혀가며 쓰겠습니다. 아이의 말만 흉내 내서 어른의 입으로 동심을 함부로 말하지 않았는지 열 번 스무 번 되돌아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동화가 아이들에게 잘 접은 딱지 한 장이라도 될 수 있기를 소망하겠습니다.

  동화를 쓰면서 제가 스스로 키워온 마음의 가시가 참 많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를 떠난 사람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제 마음속의 가시를 하나하나 눕히는 일은 두려움을 없애는 일이었습니다. 동화가 저를 치유했습니다. 이제는 두렵고 떨리는 길을 걸어서 만나야 할 친구를 생각합니다.

  그 어떤 것도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내게 삶의 자세를 알려준 오석회 목사님. 나에게 동화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 옥전 문우들의 손에 꼭 쥐여주고 싶은 상입니다.

  저에게 이야기 만드는 기쁨을 알려주신 채희윤 선생님, 함께 길을 걸어온 소설 봄, 소설다방, 필통 식구들, 옆에서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 모두 고맙습니다.

  어느 한순간도 작가의 길을 벗어나지 않겠습니다. 끝으로 동화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신 서향숙 선생님. 선생님의 선택에 누가 되지 않도록 치열한 마음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광주 출생.

● 한국방송통신대.

● 국문학과 졸업.


<심사평>  내용·형식의 완결성 있어야 감흥


  좋은 동화란 환상과 현실의 아름다운 접목에서 탄생되며, 시적문장으로 쉬워야 한다. 내적구조에서 재미성, 문학성, 교육성, 이상성을 갖춰야 하고, 외적구조에서 단순성, 소박성, 명쾌성이 있어야 한다. 내적, 외적구조가 어울려 상승작용을 주고, 내용과 형식의 완결성이 있어야만 독자에게 감흥을 준다.

  무등일보 신춘문예의 83편 작품들을 읽으며 예심, 본심, 최종심까지 심사하였다. 내용과 형식이 완결성을 갖춘 작품을 선정하느라고 고심하였다. 동화 본령은 환상동화인데, 50여 편 작품들이 생활동화이고 30여 편 작품들이 환상동화였다.

  강숙의 '고분에서 만난 소녀'는 잔디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희망을 갖고 꿈을 이루는 얘기를 담고 있다. 주제의식이 강하고 재미성과 함께 글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과, 매끄러운 문장도 좋았다.

  김용국의 '나비 브로치'는 간결한 문장에 실감나는 묘사와, 글을 쓰는 솜씨가 돋보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덮은 천이 나비들이 되어 날아가는 부분과, 할아버지 가슴에 앉은 나비가 주인공의 가슴에 앉아 브로치가 된 할아버지의 선물은 따뜻함을 주고 있다. 이동택의 '아기토끼 친칠라와 분홍삼각소라'는 전래동화 '토끼의 간'에서 모티브를 얻어 동화를 쓴 응모자가 글을 많이 써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토끼의 간을 찾는 거북이에게 분홍삼각소라가 기지를 발휘한 일, 당근 밭에서 당근을 뽑으니, 그 구멍으로 바닷물과 바다생물이 빠져 들어간 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작이었다. 숲이 갑작스레 바다가 된 부분에서의 황당함과, 억지스러움이 거슬렸다.

  임성규의 '형은 고슴도치'에서 주인공은 마음 속에 가시를 세우며 형과 화합을 못하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통해서 그 속에 사는 고슴도치가 집에 오게 된 것과, 신비한 숲 지킴이가 된 형을 구하게 된 부분이 흥미로웠다. 결국 주인공이 형과 화합을 이루고, 고슴도치가 사라진 끝부분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구성면에서 헐거운 느낌이 들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매끄러운 문체와 반전에서 느끼는 감동이 크기에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최종심에 오른 응모자들도 더 정진해서 동심이 깃든 좋은 동화를 쓰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서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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