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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싹둑싹둑 싹둑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2 추천 수 0 2020.05.03 23: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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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못하는 목사가 있었다. 교인들이 모두 졸고, 특히 제 아내는 코까지 골았다. “대책을 강구해야 되겠는데, 누구 좋은 의견 없는가?” 아들 녀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부지.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떼고 그 자리에 시계를 걸어 놓는 겁니다. 무조건 아부지 쪽을 쳐다보겠죠. 빨리 끝내달라고 아멘을 연발할 겁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쳐다보지 않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수밖에. 그래 억울한 일 당한 노동자들이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고, 고공 투쟁을 했다. 불교 스님이나 기독교 ‘은수자’들의 삭발과 긴 수염 등은 내용이 많이 다르다. 치장하지 않고 수행에만 몰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발리섬 우붓에 가면 원숭이 왕국이 있다. 원숭이들이 노상강도 깡패나 같다. 과일은 기본이고 가방도 뺏어가고 휴대폰도 낚아챈다. 모자를 가장 좋아하는데, 서로들 나눠 써보며 메롱메롱 놀리기까지 한다. 문제는 가발을 쓴 사람을 덮치는 경우다. 민둥산이 드러나면 원숭이들도 깜짝 놀란다. 아무튼 가발 착용자들은 원숭이 왕국에 얼씬거리지 않는 편이 낫다.
학교 다닐 때 자주 두발 단속을 당했다. 일명 ‘바리캉’으로 한쪽 머리를 쭉 밀어버렸다. 학교에 이발소가 아예 딸려 있어 돈을 나눠 먹는 눈치였다. 두발 단속을 하는 날이면 이발사 표정이 밝았다. 한편 경찰은 성인들을 상대로 장발 단속을 했다. 군사정권은 머리를 자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회 약자들은 그들이 들이대는 가위에 속수무책이었다. 싹둑싹둑 가차없이 자르고, 또는 스스로 자르게 만든 머리카락들이 낙엽처럼 뒹굴었다. 그들 독재자와 하수인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들 받아 심한 탈모를 겪었다. 또 공안검사들은 대학생들을 잡아다가 간첩이라고 족쳤다. 원산폭격 고문을 시키면 부분 탈모가 발생했다. 욕조에서 공짜로 ‘스킨스쿠버’ 교육도 시켜주었다. 물을 많이 먹고 죽거나, 탁 치면 억하고 죽거나, 보통들 싹둑 목숨이 떨어져야 끝이 났다. ‘싹둑이’들의 세상이었다. 생각해보면 멀지도 않고 엊그제 일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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