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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오지’의 마법사

홍승표 임의진............... 조회 수 19 추천 수 0 2020.10.23 23: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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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오지’의 마법사


맛난 방울토마토를 심어야겠다 싶어 장에 나갔는데, 모종이 야물어 보이지 않아 한 주 거르기로 했다. 더운 날 방울방울 영근 토마토를 보면 잠시 행복해지겠다.
아이가 어릴 때 교회 마당에서 방울방울 비눗방울을 날리곤 했다. 어른들은 딱딱한 장의자에 앉아 예배를 드릴 때, 하느님은 그 시간 누구랑 함께 웃고 놀았을까. 주디 갈런드가 부른 노래 ‘오버 더 레인보’.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귀여운 강아지 토토에게 불러주던 노래. “무지개 너머 어딘가 높다란 곳엔 어릴 적 자장가에서 들었던 세상이 있어요. 무지개 너머 어딘가 하늘이 맑고 우리가 꿈꾸던 세상이 그곳에 있죠. 나는 별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구름 따라 흘러갔다가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깨어나게 해달라고요. 걱정 근심이 굴뚝 꼭대기에 걸려 있다가 레몬 즙처럼 방울방울 녹아버릴 그곳요. 그곳에서 날 찾게 될 거예요.”
온가족이 집에 머무는 요즘, 아빠가 붓글씨로 가훈을 적었다. “하면 된다!” 아이가 양면테이프로 벽에 붙이자 엄마가 혀를 차며 말했다. “아빠 보고 다시 쓰시라 해라.” 아빠와 아이가 동시에 엄마를 바라봤다. “되면 한다!” 엄마는 이 한마디와 함께 쓸던 빗자루를 집어던짐. 헉~ 살얼음이 잠시 쫘악. 아빠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붓을 접었다던가.
‘하면 된다!’의 세계는 기계처럼 느껴진다. ‘하면 된다!’의 세계는 왠지 불편하고 숨이 막힌다. 내가 이룬 마법은 야생초 꽃밭을 가꾸거나 산밭에 매실나무를 데려다가 꽃을 본 일. 나무아미 시불시불~ 염불 같은 시를 쓴 일. 거창하고 거대한 꿈과 성공은 양보하며 살아왔다. 오지에서 세상을 살리는 마법들을 펼쳐온 사람들. 변두리 생활이 피차 불편하고 고달파도 정을 나누며 살아왔다. 오지의 마법사들. 나누고 돌보며 살아가는 마법사들의 마을. 눈물을 흘린 뒤 무지개가 뜬 당신의 두 눈. 오버 더 레인보를 부르며 강물 따라 걷는 당신의 두 발.
임의진 | 목사·시인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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