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홍승표 › [오규원] 그대에게

홍승표 | 2002.11.08 09:23:5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그대에게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내 어깨를 딛고 있던 하늘 대신
눈이 하얗게 나를 딛고 있었어요
눈이 오면서부터 길은 함부로 뻗지 않고
나무는 가지를 흔들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흰 눈이 딛고 있는 내 어깨는
나지막한 눈의 언덕 같았어요
눈의 뒤뜰 같았어요
눈의 디딤돌 같았어요
그런 내 어깨를 딛고
흰 날개를 가진 것들이
가끔 다시 날아올랐어요 (오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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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성탄절 하루 전날 오후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사람들이 교회 모였을 때 저는 예수님 태어난 것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고, 눈은 아무 소리 없이 세상을 하얗게 감싸더군요. 너무도 푸근하게시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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