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미럭 곰 차두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2 추천 수 0 2020.05.04 22:46:54
.........

l_2019092601002801300231111.jpg
“손등거리가 땟물에 꺼매가꼬, 몰강물(맑은 물)에 씨치고(씻고) 양철떼기 같은 걸로 배깨야재(벗겨야) 제 꺼죽이 돌아오겄소잉. 뫼욕(목욕)을 해도 핑야 똑 같어부러.” “엥간히 조깐 일을 해야재 빙(병) 걸려서 아파불믄 뭔 소양이간디.”
밭일이 많은 날. 검은 피부의 농부들이 들에 보인다. 한마디씩 안부를 묻는다. 허수아비도 참말로 오랜만에 동무들을 만나서 반가운 낯부닥이다. 산밭에는 몽당 빗자루, 그러니까 몽당구라 부르는 걸 하나 거꾸로 세워두기도 했다. 새들이 보아도 어설픈 허수아비. 저를 우습게 아냐며 매번 코웃음을 치는 새들. 큰비에 방천이 나면 득달같이 터진 물길을 메우고 입이 타드는 여름엔 길어 온 물로 ‘따둑따둑 다독다독’ 밭을 일궜다.
“인자사 찬바람이 불어옹갑마.” 대대적인 수확이 시작되었다. 비바람과 가난을 누구보다 잘 견뎌온 소농들. 남보다 용감한 것보다는 10분을 더 견뎌낸 사람이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말이 있지. 견디길 잘하는 사람을 이겨낼 재간은 없는 법. 농사꾼들은 자연재해마다 잘 이기고 견뎌낸다. 걱정이 아예 없는 인생을 바랄 게 아니라 걱정에 물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 결과이겠다. 요새처럼 전염병이 돌면 축산 농가들은 벼랑 끝에 선 처지가 된다. 가을태풍까지 몽니가 이만저만 아니어라. 몽니쟁이들이 어디나 숱 쌔고 쌔부렀다.
우리 동네에선 ‘미련한 곰 같은 놈’을 가리켜 ‘미럭 곰 차두’라고 부른다. 요런 미럭 곰 차두 하면 순하디 순한 타박이고, 요런 호랭이 물어갈 놈의 미럭 곰 차두하면 웃자고 하는 나무람이다. 미련한 곰들이 들과 산을 지킨다. 어디 노동 현장엘 가 봐도 꼭 이런 ‘미럭 곰 차두’가 한 마리씩 띈다. 바람이 몹시 찬 손돌이추위가 가깝기 전에 벼도 베고 고추도 들여야지. 따비밭 손바닥 위에다 뿌린 부추가 송글 거린다. 근근한 쪽박세간에서 밥과 김치를 해먹고, 나들잇벌 옷 하나 볕에 잘 말려 입고설랑, 엉덩잇바람으로 서두르는 길. 읍내 목욕탕 나가는 길. 미럭 곰 차두가 가을 농사를 다 마친 뒷날 풍경이다. 누가 그에게 힘찬 박수를 쳐줄까. 당신도 나와 같이 박수를 쳐드리자.

임의진 목사·시인
2019.09.2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265 한희철 항아리 한희철 2023-07-20 25
12264 한희철 입벌구 한희철 2023-07-20 17
12263 한희철 기도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한희철 2023-07-12 62
12262 이현주 안수받는 바나바와 사울(행13:1-3) 이현주 2023-07-10 15
12261 이현주 바나바와 사울 (행12:24-25) 이현주 2023-07-10 18
12260 이현주 벌레한테 먹혀 죽는 헤롯 (행12:20-23) 이현주 2023-07-10 15
12259 이현주 옥에서 풀려나는 베드로(행12:6-19) 이현주 2023-07-10 13
12258 이현주 야고보와 베드로(행12:1-5) 이현주 2023-07-10 10
12257 이현주 안디옥 교회 (행11:19-30) 이현주 2023-07-10 14
12256 이현주 욥바에서 일어난 일 (행11:1-18) 이현주 2023-07-10 13
12255 이현주 다행이다 (행10:44-48) 이현주 2023-07-10 12
12254 이현주 베드로의 설교 (행10:34-43) 이현주 2023-07-10 9
12253 이현주 고넬료와 베드로 (행10:17-33) 이현주 2023-07-10 13
12252 한희철 내 맘 아는 이, 내 맘 아뢸 이 한희철 2023-07-10 17
12251 한희철 치명적 내파 한희철 2023-07-05 25
12250 한희철 맹물과 빈 수레 한희철 2023-06-28 35
12249 이현주 환상을 보는 베드로 (행10:9-16) 이현주 2023-06-26 8
12248 이현주 천사를 만난 고넬료(행10:1-8) 이현주 2023-06-26 9
12247 이현주 도르가를 살리는 베드로 (행9:36-43) 이현주 2023-06-26 6
12246 이현주 중풍병자를 고치는 베드로 (행9:32-35) 이현주 2023-06-26 8
12245 이현주 사울과 바나바(행9:26-31) 이현주 2023-06-26 12
12244 이현주 광주리에 담긴 사울 (행9:23-25) 이현주 2023-06-26 7
12243 이현주 전도하는 사울 (행9:21-22) 이현주 2023-06-26 5
12242 이현주 예수를 만난 사울 (행9:1-20) 이현주 2023-06-26 10
12241 이현주 에디오피아 내시 (행8:26-40) 이현주 2023-06-26 7
12240 이현주 베드로와 마술사 (행8:4-25) 이현주 2023-06-26 8
12239 한희철 저 망할 놈의 카피 한희철 2023-06-21 34
12238 한희철 사탕수수 노트 한희철 2023-06-14 27
12237 이현주 교회를 핍박하는 사울 (행8:1-3) 이현주 2023-06-13 20
12236 이현주 순교당하는 스데반 (행7:54-60) 이현주 2023-06-13 13
12235 이현주 스데반의 연설 (행7:1-53) 이현주 2023-06-13 17
12234 이현주 공회 앞에 선 스데반 (행6:8-15) 이현주 2023-06-13 12
12233 이현주 일곱 집사 (행6:1-7) 이현주 2023-06-13 19
12232 이현주 심문당하는 사도들 (행5:17-42) 이현주 2023-06-13 17
12231 이현주 날로 커지는 모임 (행5:12-16) 이현주 2023-06-13 2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