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향내 나는 손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86 추천 수 0 2019.07.11 23:55:57
.........

l_2018051001001111900090741.jpg
동무들이랑 눈싸움하고 들어온 밤. 어머니는 동동구루무를 손에 잔뜩 발라주셨다. 트고 갈라진 손에 기름기가 물큰하니 퍼졌다. “아가. 손은 밥 먹을 때와 일할 때,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때, 기도할 때도 이렇게 두 손을 모으잖니. 몸 중에서 가장 성스러운 게 손이란다.” 노랗고 노란 달빛 아래서 어머니는 내 손을 오래도록 만지셨다. 함박눈이 내리다가 그치고 또 내리다가 그치고 하던 밤이었다. “낼 누가 오실랑가부네.” 아니나 다를까 먼 나라에 일하러 가셨던 외삼촌이 불쑥 찾아오셨고, 어머니는 편찮으시다는 외할머니 소식에 눈물 지으셨다. 두 분이 조금씩 흘린 소금들로 간이 맞아선지 저녁밥은 정말 풍성하고 맛있었다. 눈이 그치자 달이 둥시럿 떴다. 봉창엔 따스한 불빛이 어렷다. 갓방에서 외삼촌이랑 같이 잤는데, 오들오들 추운 밤에 삼촌은 사우디 사막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래가 산처럼 쌓인 나라. 물이 없이도 길고 먼 여행을 한다는 낙타라는 동물.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 “저도 가보고 싶어요.” “그러면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해봐. 뭐든 손을 모으고 기도하면 언젠가 백 프로 이루어진단다.” 삼촌은 미신 같은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다음날 일찍 새벽길을 떠나셨다. 그런데 삼촌 말이 자꾸 맘에 걸렸다. 기도할 때마다 손을 모으게 되었다.
붓다께서 여행하실 때 전다라 신분의 사람, 게다가 똥치기인 한 청년의 집에 찾아간 일이 있었다. 청년은 붓다를 한번 뵙고자 간절히 바라 왔었다. 붓다는 제자들과 함께 그를 갠지스 강으로 데려갔다. 악취로 코를 찌르는 몸을 친히 닦아주었다. “이제부터는 나를 따라오라. 너를 제도하여 사문을 만들겠다.” 천민 신분으론 수행자가 되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았는데, 붓다는 완전히 달랐다. 출요경에 따르면 “똥치기 청년은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수행한 끝에 열흘이 못 되어 번뇌를 완전히 끊어버린 성자가 되었다”. 똥을 치던 손으로 스님들의 밥을 짓고, 스승 붓다를 따라 걸으면서 손을 모아 정진했다. 이후 청년의 손에선 세상에 없는 가장 아름다운 향내가 났다. 아무도 그가 똥치기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임의진 |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55 이현주 예수 죽일 것을 모의하는 사람들 (눅19:47-48) 이현주 2023-01-01 25
12054 이현주 성전에서 장사꾼을 몰아내심 (눅19:45-46) 이현주 2023-01-01 38
12053 이현주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탄식하심(눅19:41-44) 이현주 2023-01-01 25
12052 이현주 어린 나귀 등에 앉으심 (눅19:28-40) 이현주 2023-01-01 27
12051 이현주 금화 비유 (눅19:11-17) 이현주 2023-01-01 29
12050 이현주 키 작은 사람 삭개오 (눅19:1-10) 이현주 2023-01-01 34
12049 한희철 태어나서 쓴 가장 큰 돈 한희철 2022-12-28 79
12048 임의진 [시골편지] 깻잎 동포 file 임의진 2022-12-27 41
12047 임의진 [시골편지] 업두꺼비 file 임의진 2022-12-26 25
12046 임의진 [시골편지] 인생과 몀생 file 임의진 2022-12-24 43
12045 임의진 [시골편지] 풀냄새 킁킁 file 임의진 2022-12-23 43
12044 임의진 [시골편지] 제자리 마음공부 file 임의진 2022-12-22 33
12043 한희철 욕개미창과 막현호미 한희철 2022-12-21 33
12042 임의진 [시골편지] 사막학교 file 임의진 2022-12-18 15
12041 한희철 소중한, 그러나 너무도 아픈 선물 한희철 2022-12-17 37
12040 이현주 여리고의 맹인을 고쳐주심 (눅18:36-43) 이현주 2022-12-16 21
12039 이현주 당신의 죽음을 예고하심 (눅18:18:31-34) 이현주 2022-12-16 26
12038 이현주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집을 버린 사람들(눅18:18-30) 이현주 2022-12-16 25
12037 이현주 낙타와 바늘귀 (눅18:18-27) 이현주 2022-12-16 33
12036 이현주 안수받으러 온 아이들 (눅18:15-17) 이현주 2022-12-16 28
12035 이현주 성전에서 기도하는 두 사람 (눅18:9-14) 이현주 2022-12-16 32
12034 이현주 불의한 재판장 (눅18:1-8) 이현주 2022-12-16 22
12033 이현주 사람 아들의 날 (눅17:22-37) 이현주 2022-12-16 16
12032 이현주 하나님 나라는 언제 어디에? (눅17:20-21) 이현주 2022-12-16 28
12031 이현주 나병 환자 열 사람 (눅17:11-19) 이현주 2022-12-16 17
12030 한희철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한희철 2022-12-14 14
12029 한희철 아름다운 순간 한희철 2022-12-13 48
12028 한희철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 한희철 2022-12-07 31
12027 이현주 종의 임무 수행(눅17:7-10) 이현주 2022-12-07 22
12026 이현주 겨자씨 한 알(눅17:7-10) 이현주 2022-12-07 35
12025 이현주 불행한 사람 (눅17:1-4) 이현주 2022-12-07 17
12024 이현주 부자와 거지 (눅16:19-31) 이현주 2022-12-07 21
12023 이현주 하늘과 땅은 사라져도 (눅16:17) 이현주 2022-12-07 14
12022 이현주 들어가려고 애쓰는 나라 (눅16:16) 이현주 2022-12-07 12
12021 이현주 돈 좋아하는 바리새인들 (눅16:14-15) 이현주 2022-12-07 1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