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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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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69.<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76.프로페셔널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엿들으려고 엿들은 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다. 아버지는 은퇴한 프로 농구 선수고 아들은 장차 프로가 될 꿈을 안고 대학팀에서 뛰는 아마 추어 농구 선수다. 아버지가 말한다.
"너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아느냐?"
"예, 아마추어는 농구를 즐기는 사람이고 프로는 농구가 직업인 사람이지요."
"틀렸다. 프로도 농구를 즐겨야 한다. 즐기지 않으면 농구가 아니라 밥벌이일 뿐이다. 프로는 농구가 직업인 사람이라기보다 농구로 사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삶의 유일한 터가 농구 코트다. 농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게 프로 농구 선수의 삶이다. 모차르트한테서 음악을 빼면 무엇이 남겠느냐? 아버지가 그랬다. 나에게는 농구가 전부였다. 그 점에서는 부끄럽지 않다. 프로농구 선수답게 살았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한테는 어머니도 저희도 없고 오직 농구뿐이었지요."
"그런데도 너는 프로가 되고 싶은 거냐?"
아들은 답이 없다. 아버지가 말한다.
"아마추어에게는 아마추어의 맛과 가치가 있고 프로도 마찬가지다. 무엇에 프로로 되느냐, 아마추어로 되느냐는 본인이 결정하는 게 맞다. 나도 너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겠다. 다만···." 아버지가 말을 멈춘다.
아들은 기다린다. 아버지가 말을 잇는다. "사랑만큼은 아마추어가 되지 말고 프로가 되어야 한다. 사랑은 취미로 하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하는 거다. 아버지의 농구 사랑은 프로로서 거의 완벽했다고 본다. 조금도 후회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가 다시 말을 멈춘다. 아들은 말없이 기다린다. 아버지가 말을 잇는다. "그 사랑의 대상이 농구가 아니라 사람이었으면, 그게 죽은 네 어미와 너희들과 나 자신이었더라면…." 아버지 눈에서 이슬 같은 반짝임을 본 것이 꿈속인지 꿈 밖인지, 눈인지 가슴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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