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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줄이 끊어진 그네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3307 추천 수 0 2001.12.29 21: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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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5 <物과 나눈 이야기들/민들레교회이야기448>에서

2010-08-24 23_12_43.jpg

5.한쪽 줄이 끊어진 그네

 

폐교 마당 한 쪽에 쇠사슬 그네줄이 늘어져 있는데 줄 하나가 끊어져 외줄이다.
한참 바라보다가 말을 걸어본다.
"한쪽 줄이 끊어지니 다른 한 줄도 소용없게 되었구나?"
"........."
"부분의 단절은, 그것을 부분으로 하여 이루어진 전체의 단절이다. 어떠냐? 근사한 명제(命題)아닌가?"
"네 생각일 뿐이다."
"아무튼, 외줄 그네는 소용이 없쟎은가?"
"역시 네 생각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디 네 생각을 들어보자."
"한 쪽 줄이 끊어지니 다른 한 줄도 소용없게 되었다는 네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
"........?."
"보아라. 지금도 이렇게 쓰이고 있지 않은가?"
"무슨 말인지? 너는 아까 내가 처음 보았을 때와 조금도 달라진 바 없이 그대로다. 누가 너를 지금 쓰고 있다는 말인가? "
"자네가 시방 나를 대화 상대로 삼고 있지 않은가?"
"아하!"
"인간의 대화 상대가 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네줄이라고 해서 반드시 그네를 타는 데 쓰여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는가?"
"옳은 말이다. 한 쪽 줄이 끊어지니 다른 한 줄도 소용없게 되었다는 말을 거두어 들인다."
"좋으실 대로!"
"내 좁은 시야(視野)를 부끄럽게 여긴다."
"그렇다면 너는 좀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무슨 말인지?"
"너는 네 시야가 좁은 줄을 어떻게 알았는가?"
"내가 보지 못하던 것이 보이게 되어서 알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오히려 반가운 일 아닌가? 도대체 부끄러울 까닭이 무엇인가?"
"........."
"너는 스스로 꽤 넓은 시야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음이 드러나자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다. 아닌가?"
"그런 것 같다"
"겸손한 사람은 자기를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일을 당해도 그 대문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밑바닥에 있는 사람은 굴러 떨어질 곳이 없다."
"........."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나만 더 말하겠다. 나는 부분의 단절이 전체의 단절이라는 에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째서?"
"나는 본디부터 두 줄로 이루어진 몸이었다. 그러므로 끊어진 것은 나의 한 줄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부분의 단절과 전체의 단절을 구분한 것은 네 생각일 뿐이요 끊어졌다면 처음부터 전체가 끊어진 것이다. 사실은 이 말도 잘못되었다. 전체란 말 속에 이미 부분이라는 말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체도 아니고 부분도 아니다. 다만 녹슬어 끊어진 모양을 하고있는 그네일 뿐이다. 아니다. 나는 그네줄도 아니다. 쇳덩어리다. 아니다. 나는 쇳덩어리도 아니다. 나는 그 무엇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닌것도 아니다. 끊어질 것도 없고 끊어질 수도 없는 것이 나다. 말을 더 해야 할까?"
"그만하자. 그렇지만 네 말대로라면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말할수 있겠는가?"
"그래서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知者不言)'고 했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다는, 그것은 말 아닌가?"
"말이다."
"그만두자. 더 이상 말하기가 두렵구나."
"그렇다면 너는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
"참으로 겸손한 사람은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
"그러니, 친구여!안심(安心)해라! 이 세상에는 네가 두려워 하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 세계가 건재하니 너 또한 건재한 것이다. 그냥 있어라. 어떻게 쓰임을 받을 것인가에 대하여 안달하지 말아라. 보아라. 너는 지금도 이렇게 쓰여지고 있지 않은가? 너와 나를 통하여 시방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가 누군지, 그것을 생각해 보아라."
여기까지 말했을 때, 요즘 보기 힘든 먹잠자리 한 마리 날아오더니 늘어진 그네줄에 가벼이 앉는 것이었다.ⓒ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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