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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2935
세월
우산을 접은 듯 상수리나무가 찬비를 맞는다
누렇게 마른 채 허술하게 달려 있는 이파리 위로
뚝 뚝 빗방울이 떨어진다
꼭대기 쪽 드물게 남은 이파리
혹은 빈 가지 끝 대롱대롱 매달렸던 빗방울일 것이다
굵은 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마른 이파리들이 연주를 한다
프리드리히 쇼팽인지 눈꺼풀이 거반 덮인 루빈스타인인지
무심하게 눌러대는 건반을 따라
혼자 듣기 아까운 빗방울 전주곡이 황홀한데
내 몫의 연주 모두 마쳤다는 듯 떨어지는 이파리들
여전히 비는 내리고
건반은 몇 개 남지도 않았는데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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