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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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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땜에 땅콩이 급 땡겨서리 마트에서 찾아봤는데 죄다 중국산. 건너편 호두는 미국산. 그냥 땅콩이 든 과자 한 봉지 골라 운전하면서 먹었지. 아버지는 목사관 딸린 텃밭에다 땅콩 농사도 지으셨다. 배고픈 들쥐는 목사님에게 감사인사를 넙죽. 우리는 쥐가 큰 맘 쓰고 남겨준 땅콩을 몇 알 주워 먹은 게 고작이었어. 그때가 문득 아슴해졌다.
어디 식당들에선 땅콩을 간장에 졸여 주전부리로 내놓기도 하더라. 또는 번데기를 주기도 하는데 난 번데기 알레르기가 있어. 번데기를 먹으면 목이 퉁퉁 붓고 응급실로 직행. 나로선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게 번데기다. 날 미워하는 여자가 번데기를 갈아서 몰래 줄까봐 여자랑은 같이 못살지. 내 친구 녀석 한 놈은 땅콩을 먹으면 온몸이 근질간질. 겨드랑이에 오톨도톨 뭐가 나기도 한대. 세탁소 주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구기자차’를 먹어도 두드러기가 난다던가. 저마다 그런 게 하나씩 있나보더라. 다행히 나는 땅콩은 괜찮다. 땅콩 껍질을 부술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내 힘으로 부술 수 있는 게 단지 이것뿐이라는 생각에 잠시 슬퍼지기도 해.
순록의 뿔을 나뭇가지인 줄 알고 새들이 잘못 앉고, 아가가 자는 토끼굴인 줄 모르고 불콰한 사냥꾼은 구덩이에 오줌을 누고 간다. 변변한 사람대접 한번 못 받고 혀짜래기 말이나 하다가 진탕 술로 쓰러져가는 이웃들. 사지가 잘려나가 바닥을 기는 뱀처럼 서글픈 서민들.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민주주의는 곤두박질. 여행자의 비행기도 어이없는 후진. 먼지 맞으며 갓길에 피었던 사루비아를 본 게 꿈만 같은 시절이어라.
신학교 다닐 때 땅콩만큼 작지만 야무진 여자 전도사를 알았다. 달동네 공부방 책임자였던 그 여자의 처소에서 몇이 맥주를 마셨는데, 맥주병이 찰 만큼 하도 눈물을 쏟는 통에 안주로 내온 땅콩을 씹어 먹기도 뭐하여 혼자 밖으로 나왔지. 마침 하늘에 땅콩만 한 별들이 가득 보였어. 서울에도 별은 뜨는가? 달동네엔 그래도 성탄을 대망하는 별들이 수수수 떴다.
ⓒ 임의진 | 목사·시인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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