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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깔 함석지붕들이 하늘바탕보다 새파란 아랫녘. 오늘자로 빨간 지붕 한 채가 생겨났다. 지붕개량을 마친 것이다. 쪼막수염을 휘날리며 영감님은 청소며 도배를 지휘하고, 할매는 새참으로 라면을 끓이는 중이었다.
살천스럽던 꽃샘추위가 가시자 매화가 난분분. 매화 꽃떨기 아래 비닐 포장을 치고 농이며 살림을 부려놓았다. 액자로 모셔진 가족사진도 보였다. 기운 센 누렁소와 찰배미논 몇마지기로 지켜온 가산. 그러나 큰아들이 사업에 실패하고, 둘째는 근근이 안 굶고 사는 것이 고맙고, 셋째 딸은 객지서 미장원에 다닌다던가. 손주들이랑 칠순 잔치 때 찍은 가족사진 한 장이 마지막 남은 가산이며 가보다.
“도배하고 들어가믄 젤 먼저 달아야재. 으짠가. 우리 손주들 잘 생겼재?” “근데 할머니가 눈을 반쯤 감으셨네요.” “글씨 말이여. 좋은 사진 배래부렀당게.” 할매가 숟가락으로 라면그릇을 한번 퉁-치자 영감님이 순간 꼬리를 팍-내리신다. “그래도 우리 할망구 한복 입해 놓으믄 요쪽 동네서는 황진이여 황진이.”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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