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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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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조르바 춤
같은 숙소에 당신이 묵는 줄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든 여행자. 젖은 태양은 숨어 보이질 않고 장대비만 홀로 눈떠 오래도록 탭댄스로다. 얼른 일어나 같이 춤을 춰볼까. 내 별명은 어깨춤. 월드뮤직 애호가들은 떠돌이별이라 하고, 성격이 까칠해서리 까실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어깨춤이란 인디언식 이름이 가장 맘에 들어. 이 별명을 갖게 된 계기는 <그리스인 조르바>렷다. 영화에선 앤서니 퀸이 조르바로 분해 덩실덩실 춤을 췄지. 무위에 이른 초탈한 춤을. 한평생 조르바 춤을 추며 살고픈 게 소원이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다면서 똑 부러지게. 한껏 자유롭게. 누구 지시 받고 지령 받는 하수인 노릇은 죽어도 못해. 예수님도 부처님도 내가 좋아 따르는 것이지 속박하고 조종을 하시겠다면 당장 삼천리나 도망가 버릴 테다.
비가 계속되니 방에서 조르바 어깨춤을 추며 요가 운동. 칠레 영화 <글로리아>를 봤는데 주인공으로 분한 폴리나 가르시아가 ‘글로리아’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끝장면을 잊을 수 없다.
고달픈 이혼녀가 조르바처럼 당당히 춤을 추게 되는 장면은 소름이 돋을 정도. 로라 브로니갠이 부른 추억의 팝송 글로리아, 그 디스코 음악에 막춤을. 가끔씩 ‘퐈이야!’ 폭탄이 터지는 소리 같은 것도 재밌고. 절대로 안 잡히는 구원파 두목님 현상수배 벽보에 새겨진 야릇한 입꼬리, 청문회장에 선 재테크의 달인들 염치없는 썩소. 수백 벌 맞춤옷을 자랑하는 패션여왕의 근엄한 미소도 글로리아 춤을 추는 참자유의 환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기만일 뿐.
우산을 쓴 할매들이 매스게임 춤을 추며 지나가고, 그 뒤로 버얼건 흙이 빗물에 튀어 춤을 추고. 말라깽이 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마실을 나가는데 꼭 클럽에 춤추러가는 여자애 같아. 괜히 주눅 들지 말고, 억울한 눈물만 흘리지 말고, 촛불아! 정의의 춤을 추렴. 별들아! 4대강 썩은 강물에 떠서 소생의 춤을 추렴. 조르바 춤을….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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