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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 2013.03.18 08:05:1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193- 1194 이웃에게도 그리움을

 

1
가족 아닌 이웃에게도
그리움을 남기신 엄마
지극 정성
엄마를 간병하던 요세파 수녀님도
엄마가 종종 그립대요
9월 8일 성모님의 탄신일에
하늘로 이사를 가신 엄마는
그 누구보다 고운 분이시래요
여행길 도우미를 많이 했던
바다새 아줌마도 엄마가 그립대요
어느 가을 영남알프스의 단풍 보며
아이처럼 즐거워하시던 그 모습
잊을 수가 없대요
엄마께 멋진 지팡이를 선물했던
저의 원년 독자 상암 아저씨도
엄마를 아름다운 분으로 기억한대요
밑반찬 담당이었던 노일경 목사님 부부와
석류꽃 부부도 엄마를 생각하면
늘 미소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2
오늘은 엄마를 좋아하던
'사도 요한의 집' 봉사자 티나 언니가
털실로 짠 닭은 여러 개 들고 와 말했습니다
"이것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어머니를 기억하며
수녀님의 지인들께 부활절 선물로 사용하세요.
엄마는 이 장난감닭을 보면서 환호하셨지요"
"부산에는 웬 재주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하얀색과 노란색만 있네? 오골계도 있으니
까만 실로도 떠봐" 하셔서 그때부터
까만 닭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엄마는 매사에 보통 분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엄마가 떠나신 후의 첫 부활절을
실로 뜬 장난감닭을 선물하며 지냅니다
제가 닭띠라서 그런지
계란과 닭이 부활절엔
더욱 정겹게 여겨지네요.

 

ⓒ이해인(수녀)  <엄마/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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