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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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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1855 <이오 비망록(二吾 備忘錄)/풍경소리>중에서
세상이라는 이름의 컴퓨터에서 세상이라는 이름의 컴퓨터와 바둑을 둔다.
돌 하나 놓는 데 신경이 여간 쓰이지 않는다.
때로는 장고(長考)에 들기도 하고
때로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돌을 던지듯 놓기도 하고
돌을 놓는 순간 벌써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놓은 돌은 이유 없이 취소불가능이다!
그런데, 내가 돌을 어디에 어떻게 놓든지,
컴퓨터의 응수(應手)는 말 그대로 기계적이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즉각 정확하게 돌을 놓는다.
그럼 나는 또 다음 번 고민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살아왔다.
언행심사를 나름대로 고민하고 계획하고 숙고하고
때로는 망설이며 때로는 무모하게 한 발 한 발 걷는 동안,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세상의 응수는
그때마다 가차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여태 그랬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른바 나의 인생이란
반은 정해진 운명이요 반은 창조라 해도 되겠다.
그런데, 막판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라는 이 물건 또한 컴퓨터 바깥 컴퓨터에
빈틈없이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서
언행심사를 나름대로 고민하고 계획하고 숙고하고
때로는 망설이며 때로는 무모하게
한 발 한 발 옮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묘한 생각에 웃음이 나려 한다.
이 뭣고?
그래도 하나는 알겠다,
이 바둑판에는 승패(勝敗)가 없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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