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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안주고 사랑하기

이철환............... 조회 수 657 추천 수 0 2015.03.19 22:43:02
.........

상처 안주고 사랑하기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눈송이들은 풍금 소리가 되어 사람들 마음속으로 쌓이고, 세상의 저녁은 평화로웠다. 난로 위에선 가쁜 숨을 토하며 보리차가 끓고 있고, 처마 밑 고드름은 제 팔을 길게 늘어뜨려 바람에 몸을 씻고 있었다.
저녁 무렵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동생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초라한 차림의 아이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주방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영철이 주문을 받기 위해 아이들 쪽으로 갔을 때 큰아이가 동생들에게 물었다.
"뭐 시킬까?"
"자장면."
"나두......"
"아저씨, 자장면 두 개 주세요."
영철은 주방에 있는 아내 영선에게 음식을 주문한 후 난로 옆에 서 있었다.
그때 아이들의 말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근데 언니는 왜 안 먹어?"
"응, 점심 먹은 게 체했나 봐. 아무 것도 못 먹겠어."
일곱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누나, 그래도 먹어. 얼마나 맛있는데."
"누나는 지금 배 아파서 못 먹어. 오늘은 네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큰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언니.....우리도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저렇게 같이 저녁도 먹구."
아이의 여동생은 건너편 테이블에서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고있는 제 또래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영선이 주방에서 급히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참동안 아이들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왜? 아는 애들이야?"
"글쎄요. 그 집 애들이 맞는 거 같은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영선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너 혹시 인혜 아니니? 인혜 맞지?"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영선의 갑작스런 물음에 아이는 어리둥절해했다.
"엄마 친구야. 나 모르겠니? 영선이 아줌마....."
"......"
개나리같이 노란 얼굴을 서로 바라볼 뿐 아이들은 말이 없었다.
"한 동네에 살았었는데, 네가 어릴 때라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구나.
그나저나 엄마 아빠 없이 어떻게들 사니?"
그녀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어루만지고 있었다.
"인정이도 이제 많이 컸구나. 옛날엔 걸음마도 잘 못 하더니."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굳어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거 해다 줄게."
영선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장면 세 그릇과 탕수육 한 접시를 내왔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그녀는 내내 흐뭇한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가라. 차 조심하구..... . 자장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 알았지?"
"네....."
영선은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이 저만큼 걸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어두운 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처마 끝에 매달려 제 키를 키워 가는 고드름처럼 힘겨워 보였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영철은 영선에게 물었다.
"누구네 집 애들이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사실은,나도 모르는 애들이에요. 엄마 아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음식을 그냥 주면 아이들이 상처받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엄마 친구라고 하면 아이들이 또 올 수도 있고 해서....."
"그랬군.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주방 바로 앞이라 안에까지 다 들리던데요."
"이름까지 알고 있어서 나는 진짜로 아는 줄 알았지."
"오늘이 남동생 생일이었나 봐요. 자기는 먹고 싶어도 참으면서 동생들만 시켜주는 모습이 어찌나 안돼 보이던지....."
영선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은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가난으로 주눅든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아내를 보며 영철은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날 저녁의 감동은 기억 저편에서 아스라이 들려오는 풍금 소리처럼 지금도 그의 마음속 깊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감싸준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철환 <연탄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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