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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맷돌 | 2020.03.16 21:18:4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아침편지2386]2020.03.16(T.01032343038)


나이 들수록 조금씩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샬롬! 어제는 은혜롭게 잘 보내셨는지요? 이번 주(週)도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얼마 전, 중1짜리 ‘정동원’이 부른 ‘여백’의 노랫말은 이렇습니다.「얼굴이 잘생긴 사람은 늙어 가는 게 슬프겠지.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저녁이면 벗게 되니까. 내 손에 주름이 있는 건 길고 긴 내 인생의 훈장이고, 마음에 주름이 있는 건 버리지 못한 욕심의 흔적. 청춘은 붉은 색도 아니고, 사랑은 핑크빛도 아니더라. 마음에 따라서 변하는 욕심 속 물감의 장난이지. 그게 인생인 거야! 전화기 충전은 잘 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하고 사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기듯 그렸네.」


 내가 살아보니, 늙는다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 뿐, 색다른 감정이 새로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또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쇠퇴하지만, 연륜으로 인하여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실감이 안납니다. 삶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삶에 익숙해질 뿐입니다. 말도 안 되는 부조리한 일이나 악한 일을 많이 보고 살다보니, 내성이 생겨서 삶의 횡포에 좀 덜 놀라며 살 뿐입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나이 들어가며 내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게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연로해지시는 어머니가 마음 쓰이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조카들이 더 애틋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나 제자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요컨대, 나뿐만 아니라 남도 보입니다. 한 마디로, 그악스럽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간다고 할까. 조금씩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낍니다.(출처;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장영희)


어쩌면, 치열한 생존경쟁 대열에서 물러나고 보니, 갖게 되는 마음의 여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든지 자존심 대결에서 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우겨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되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너무나 짧은 인생인데,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물맷돌)


[인생살이 기껏해야 한 70년 건강하게 살아도 80인데, 그 인생살이 고통과 슬픔뿐, 덧없이 지나가고 쏜살같이 빠르게 날아갑니다.(시90:10) 사람은 모두 한 번은 죽습니다. 죽은 후엔 심판이 우리를 기다립니다.(히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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