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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 아무것도 없는 날
“소풍 가는 날, 약속 있는 날, 친구 생일파티 하는 날…. 어렸을 땐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날이 기다려진다. 회사 안 가는 날, 약속 없는 날, 친구 결혼식 없는 날…. 부디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최현정 저(著) ‘빨강머리N(마음의 숲, 263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축제가 벌어지는 날은 축제라서 기쁜 날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날은 쉴 수 있어서 축복입니다. 핸드폰이 울리면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줘서 감사한 일입니다. 핸드폰이 안 울리면 안식할 수 있어 좋습니다. ‘축제와 안식의 조화’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조화’ 속에 삶은 아름다워집니다. 축제의 날은 춤을 추며 깃발을 꽂습니다. 안식의 날은 본질을 돌아보며 시를 짓습니다. 그래서 축제의 날도 감사해야 하고, 아무것도 없는 날도 감사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날들을 우리에게 적절하게 주셔서 지치지도 쳐지지도 않게 섭리하십니다. 인생의 햇살 가득한 날을 감사합니다. 비 오는 날을 감사합니다. 흐린 날을 감사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살전 5:18)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그래픽=이영은 기자
<겨자씨/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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