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티일기519】신년산행 -가야산
 
제223번째 듣산(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산행)은 2014년 1월 2일에 가야산(1430m) 만물상 코스로 해서 홀로 또는 아홉이 함께 걸었다.
1월 1일 신년산행을 함께 가기로 한 인원이12명이었는데, 며칠 전에 광주에 아우목사가 2일 청소년들과 한라산 등반계획이 잡혀서 못 간다고 빠졌다. 2일 전에 대전에 정목사님이 다음에 가자고 빠졌다. 1일 전에 청주의 김목사님이 수요일이라 어렵겠다고 했다. 그럼 2일로 하루 미루자고 해서 갑자기 날자가 2일로 변경 되었다. 대전에 김목사님이 2일에 가면 못 가겠다고 빠졌다. 그런데 새해 첫날 청주의 김목사님이 목요일에는 못 움직인다고 결국 빠졌다. 그래서 나 혼자 남았다.
그래서 작심(作心)했다. 앞으로 한번 정한 날짜는 절대 변경하지 말아야지. (글쎄,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될까? ㅎㅎ)
2일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해 유성에서 5만원어치 기름으로 차에 밥을 주고 경부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 내려갔다. 황간까지가 한계였다. 도저히 졸려서 더 이상 운전이 불가능해 황간휴게소에 차를 대자마자 눈이 붙어버렸다. 두 시간을 잤다. 이럴거면 그냥 집에서 두 시간을 편히 자고 출발해도 될 뻔했다. 눈 떠보니 7시 30분! 따끈한 동태찌게로 아침을 급히 먹고 다시 출발했다. 9시 50분에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지구에 도착!
커피 한잔 빼먹고 10시 정각에 만물상 코스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경상도 말을 쓰는 아주머니 세분이 처음에 함께 동행하였다. 부산에서 온 고등학교 삼총사라고 했는데, 말이 빨라 거의 일본말 수준이어서 해석이 안 되는 말도 많았다. 정말 시끄러웠다. 여자분들이 수다 떠느라 걸음이 늦어지기에 먼저 올라간다며 앞서 걸었다.
넓적한 바위(서장대)에서 사진을 찍는 젊은 부부를 만났다. 부산말을 쓰는 분들인데 1월 1일에는 사람이 많아 하루 늦게 2일에 산을 타니 한적해서 좋다고 했다. 서장대 위에 기어올라가는데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며 한참 동안 동행이 되었다. 그분들은 사진을 찍는 시간이 많아 걸음이 더뎌 먼저 올라가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서성재 부근에 있는 상아덤이라는 곳에서 부산말을 쓰는 젊은 연인 커플을 만났다. 여자분이 손시려하기에 내 가방에 한뭉치 들어있던 핫팩 중에 하나를 꺼내줬다. 그리고 이분들과 칠불봉까지 동행을 했다. 내가 올해 대학생 딸과 고등학생 딸이 있다고 했더니 도저히 못 믿겠다는 눈치다. (좋은 밝은이랑 함께 왔어야 하는데...) 칠불봉에서 찍은 멋진 사진이 이때 동행한 남자분이 찍어주신 것이다.


성주군 칠불봉(1433m)에서 가야산 정상인 합천군 상왕봉(1430m)까지는 200m 밖에 안 되는 짧은 거리이다. 합천군과 성주군이 서로 가야산 정상이 자기 쪽에 있는 산이라며 신경전이 대단하다고 한다.

상왕봉에 후딱 가서 사진을 찍고 다시 칠불봉에 돌아오니 아까 그분들은 내려가고 없다. 대신 경상도 말을 쓰는 중년의 부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남편은 "이왕 왔으니 쪼매만 힘을 내 칠불봉 상왕봉을 다 가자" 하고 여자분은 "치아라 마. 여기 까지도 죽겠고마... 갈라면 니 혼자 가라 문디이 자슥아." 막 싸운다.^^
가야산 정상에까지 와서 싸움을 말려야 하는 나의 이 오지랍 넓은 것은 우얄꼬... 칠불봉은 어떻고 상왕봉은 어떻고... 설명을 해준다. 그랬더니 고맙다고 귤을 하나 줘서 맛있게 먹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산에서 만난 사람이 아홉이나 되는데 모두 경상도 말을 쓴다. 아...여기가 지금 경상도구나.... 경상도 산은 또 처음이라 색다른 경험이다.
백운동 주차장에 내려오니 3시다. 딱 5시간 걸렸다. 안내판에는 7시간 거리라고 되어 있는데 내 걸음이 조금 빠른 편인 것 같다. 오늘은 산 이야기는 하나도 안 쓰고 사람들 이야기만 썼네. 다음에는 꼭 다른 사람이랑 동행해서 산에 가야지...  ⓒ최용우 20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