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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차 한잔 마시면서 전해드리는 햇볕같은이야기
♣♣그 5827번째 쪽지!
□가방 묵상
저는 가방끈이 짧은 게 아니라 아예 없습니다. 있긴 있었는데 잃어버렸습니다. 2002년인가 삼성 에니콜(anycall)에서 직장인을 위한 얇싸한 디자인의 핸드폰을 출시했는데 이름이 유토(uto)폰이었습니다. 직장인의 와이셔츠 주머니에도 들어간다고 광고를 한 것 같습니다. 가운데 허리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더폰이었죠.
중요한 것은 폰이 아니라, 그 폰을 사는 사람들에게 직장인을 위한 폰이라는 의미로 까만 서류가방을 사은품으로 주었습니다. 가방을 열면 두 개의 공간이 나오는데 성경책 한권과 찬송가 그리고 작은 책을 한권 넣고 200미리 생수 한 병 넣으면 마치 맞춘 것처럼 신기하게 아구가 딱 맞습니다.
요즘의 노트북 가방처럼 생긴 나이트 가방을 모든 목사님들이 다 들고 나닌다고 해서 ‘목사 가방’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좀 크고 무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찬송을 가방에 넣지 않고 그냥 손으로 덜렁덜렁 들고 다니다가 유토 가방을 만난 것이죠.
그로부터 약 15년 동안 저는 유토 가방을 줄기차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래 어깨에 매는 긴 끈이 있었는데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명품 가방은 아니지만 성경 찬송을 넣어 가지고 다니기에 너무 편하고 좋습니다. 희귀성도 있고요.
얼마 전 은퇴한 신학대학의 한 교수님이 평생 가슴에 안고 다니던 낡은 가방에 대한 사연을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저도 제 가방을 한번 만져봅니다. 평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오래된 가방이지만 마치 내 몸의 한 부분인 것처럼 편합니다. ⓒ최용우
♥2017.6.30. 쇠날에 좋은해, 밝은달 아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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