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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공방은 최용우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있으며 특히 <일기>는 모두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현재 6권을 판매중입니다. 책구입 클릭!

불쌍한 이웃

2000년전 일기 최용우............... 조회 수 1485 추천 수 0 2001.12.28 20:47:30
.........
1994.11.18 (금)     [삶,사람,사랑]

       19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들고
잠시 5층 창가에 서서
싸늘한 가을 경치를 내려다 본다.
어느새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
기말시험이 끝나면 텅 비게될 교정    
으스스한 늦가을이다.
아득한 하늘이 으스스 하고
낙옆 몇개 지붕에 이고 있는 차들이 으스스 하고
텅빈 운동장의 빈 농구골대가 으스스
이때쯤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가엾은 이들의 뒷모습이 으스스하고 으스스하다.

      20.

"최 전도사..안추워?"
동료 전도사가 다가와 아직도 얇은 옷을 입고있는
나의 모습이 추워보였는지 으스스한 농담을 한다.
"나..단벌이야..."
친구는 농담으로 알아들었는지 하하하 웃는다.
(진짜인데..)
기말고사 끝날때까지는 이 옷으로 버텨야 한다네..
빨리 11월이 갔으면 좋겠어.
그래야 빨리 인신 매매단에게 팔려가 돈도 벌고
돈벌어야 아내 옷도 사주고 겨울날 준비 할게 아닌가..
아. 올 겨울에는 또 어디어디로 팔려 다닐까?
공사판의 막노동.
으시시 하다.

      21.

학교오는 자하철 안에서 요즘엔 매일 한두명씩
불상한 우리의 이웃을 만난다.
무슨 쪽지를 앉아있는 사람들 무릎위에 쭉 놓고 다시
되돌아와서 걷어간다.
쪽지에는 도와달라는 내용과 함께 껌이 한통씩 붙어
있기도 하고 바늘 세트가 달려 있기도 하고...
...인신 매매단도 포기한 사람들...
오늘밤 이들을 위해 기도 해야 겠다.아니다.
오늘밤 졸리면 기도도 못하고 그냥 자버릴지도 모르니
생각 났을때 지금하자.
꼬질꼬질한 껌 한통을 200원에 사들고
그의 뒤틀려진 모습을 보며 눈뜨고 기도한다...

으스스한 가을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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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나간 내용을 보시려면 LI 9191AZ 을 치세요.
2. 오늘은 주인집 고참 할머니의 생신.아침부터 온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생신을 축하하느라 시끌짝 했습니다.그도 그려려니
  할머니는 90을 바라보는 동네 최고참 어른이시거든요.
  광에 감춰둔 지난 시골에서 가져온 잘익은 연시를 선물로
  한바구니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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