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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204-7.23】불쌍한 내 책!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배낭에 책 한권 넣고 가 나무그늘 아래서 쉴 때마다 틈나는 대로 읽겠습니다.”
“그러면 시집을 한권 넣어가지고 가세요.”
기차를 타고 가며 책을 읽었다는 할아버지 목사님의 추천으로 내 배낭에 내 시집 한권 넣었다. 틈나는 대로 동행들에게 읽어 주리라 다짐했다.
시인이 직접 자기 시를 읽어주면 그 또한 낭만적인 추억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꺼낼 시간이 전혀 없었다.
종주 내내 비가 왔고, 걸음이 느린 아내 때문에 대피소 입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 보니 가방 속에 책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다.
집에 와서 배낭을 뒤집어보니 배낭 바닥에 책이 떡이 되어 붙어 있었다. 배낭에서 물건을 꺼낼 때마다 아래로 내려간 모양이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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