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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일기080-3.21】담벼락의 낙서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에 담벼락 낙서들을 보고 오니 감회가 새롭다. 어릴 적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물감이나 크레파스가 없어서 건전지를 두들겨 깨면 가운데에서 나오는 흑심(흑연)으로 주로 동네 담벼락에 대형 그림을 그렸다. 마침 우리 동네가 오일장이 서는 곳이어서 100동이 넘는 빈 장옥이 있어 아주 맘껏 그렸다.
당연히 들켜서 다리몽댕이가 부러지기도 여러 번 했지만 어느 날 호랑이가 금방 살아나 걸어나올 것 같은 명작(?)을 하나 그렸는데, 그 장옥의 주인이 너무 좋아하며 ‘담벼락 낙서’를 ‘작품’으로 승격시켜 주었다. 초등학생이 그렸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교한 그림에 ‘반공방첩’이라는 낙관까지 찍어놓은 그림이 거의 1년 넘게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었다. 그런 나의 그림 유전자가 딸에게 넘어가 지금 큰딸이 미대생이다.
옛날에는 왜 그렇게 담벼락 낙서를 핍박했는지 몰라...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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