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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375】날아가버린 꿈
미국의 워싱턴, 독일의 베를린, 캐나다 오타와, 호주의 캔버라, 브라질 브라질리아, 터키 앙카라,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 이것은 그 나라의 ‘수도’ 이름이 아닙니다. 바로 정부행정기관이 있는 ‘행정수도’이름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랑할 만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도시는 어디일까요? ‘서울?’ 사람만 많고 물가만 높은 서울은 그냥 수 많은 평범한 콘크리이트 도시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백지에서부터 그림을 그려 새롭게 만들어가는 ‘행정수도’가 있지요. 세종시입니다.
세종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때, 전 세계의 쟁쟁한 실력자들의 공모를 거쳐 한 개의 안을 선택하였는데, 제가 알기로는 독일의 어떤 팀이 응모한 것이 선택된 걸로 압니다.
세종시 중심에는 금강이 있고 청주에서 흘러오는 강과 대전에서 흘러오는 강이 만나는 ‘합강’이라는 곳이 있는데, 우리나라 5대 철새 도래지입니다. 이 합강 옆에 있는 장남평야를 거대한 습지로 만들어서 우리나라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만들자는 계획입니다. 마치 계란 노른자처럼 세종시 한복판에 부산의 ‘을숙도’(지금은 철새가 없다고 합니다.) 같은 자연적인 철새도래지가 생기면 상상만 해도 기가막힙니다. 온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최고의 자연적 생태 도시로 각인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는 도시계획이 마치 축구계의 히딩크같은 독일인의 눈에 발견되어 설계된 것입니다.
지금 그 설계안 대로 세종시는 마치 계란후라이 모양처럼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 그런데 가운데 노른자가 그만 곯아버렸네요. 세종시 전체가 아무 특색이 없는 평범한 회색도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사대강 공사를 하면서 금강에 보를 막자 금강의 수위가 2미터 정도 상승하는 바람에 습지를 만들려던 장남평야가 수위보다 낮아져버린 것입니다. 습지를 만들기 위해 둑을 허물면 금강물이 밀려 들어와 세종시가 물에 잠길판입니다.ᅲᅲ 거대 습지 자리엔 지금 정체불명의 ‘세종호수공원’이 들어섰습니다. 금강 옆에 호수공원이라니...
장남평야는 습지 대신 수목원을 만든다고 하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금강수목원’이 있거든요. 수목원을 만든다 해도 금강의 수위가 높아 지하로 물이 스며들면 나무 뿌리가 썩기 때문에 수목원 자리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합니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현명한 선택은 세종보를 허물어서 다시 금강의 수위를 낮추어 원래 계획대로 이곳에 거대습지를 만드는 방법인데, 신문이나 방송들은 이 사실을 숨기면서 일절 보도하지 않습니다. 4대강의 상징과 같은 보를 허물 수는 없다는 것이죠. 보를 통해 얻는 유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 때문에 잃는 이익은 천문학적입니다.
과연 계란 노른자를 다시 원래대로 살려낼 수는 없을까요? ⓒ최용우 2013.6.25 화 (지역신문의 원고로 쓴 글인데, 기사화 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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