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아침

햇볕같은 이야기 제 1247 호

2000년 6월 26일에 띄우는 1247번째 쪽지!

□ 채송화

  교회 앞 화단에 열포기씩 사다 심은 채송화와 마아가릿에 어느날 보니 깨알같은 진드기가 새카맣게 달라 붙어 있었고, 그 진딧물의 똥구멍에서 나온다는 단물을 빨아먹으려고 고만고만한 개미들이 또 그만큼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 화초키울 생각은 아예 말라던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며칠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그 부드러운 채송화 줄기의 진액을 저놈들이 다 빨아먹는 것 같아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파리,모기를 잡는 살충제인 에프킬라를 확 뿌려버렸습니다. (요놈 시키들 놀랬지?)
  다음날 보니 살충제를 맞은 진드기는 멀쩡하게 살아서 약을 올리는듯 여전하고, 아기 살처럼 투명하고 부드러운 채송화만 하얗게 타버렸고 그 무성하던 꽃이 시름시름 앓는 것이었습니다.
  급하게 조루에 물을 담아와서 살충제를 씻어내었습니다. 틈만나면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렸습니다. 다행히 채송화는 털뽑힌 닭같은 몰골을 하고 살아났습니다. 채송화를 바라볼때마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진드기와 개미들이 싹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진드기를 없애는데는 살충제가 아니라 물로 씻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멍청한 주인 만나 생사의 기로를 헤멘 채송화야, 미안하다!

구독 해지

구독자수 1580

1회-1200회는 지 난아 침 에 1201부터는 최용우의 독수공방에 있습니다.

22-9 임의진 <어깨춤>

자두

너랑 만나면 자두를 먹었다
이건 잘 익었어, 하고 골라주면
한 입에 넣었다가 다 삼키지 못할 씨 하나
내 놓았지' 같이 하지 못할 내일처럼

오늘은 혼자서 자두를 먹다가
익은 것을 고르던 네 손길이 그리웠다
이제 누가 있어 잘 익은 자두를 골라줄까
시디 신 눈물방울 내놓을 뿐

23 -8 이해인<민들레 영토>

풀꽃의 노래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싶은 모든 말들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24-1804 한희철 <얘기마을>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의 마음씨 좋은 동네 사람들과 살면서 하나님이 시시때때로 주시는 시와 삶의 이야기들을 '예기마을'주보를 통해서 나누어 온 한희철 목사님의 글!

학교 통폐합

쌓아놓은 신문지를 정리하다 보니 누런 서류봉투가 한 장 나왔고, 봉투엔 빽빽하게 글이 쓰여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내 글씨다. 지난해였을까, 학교통폐합 문제로 속상했을 때 어느 찻집에선가 쓴 글로 기억된다. 때 지난 글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 그대로 옮겨 적는다.

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하다. 순간순간 눈물겹기도 하다
저 아래로 스러지는 것들. '쓰러지다'와 '스러지다'는 이렇게 다르다.

  올해도 단강초등학교 운영위원장직을 맡았다. 고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교생 30명에 3학급이 전부인 작은학교. 작지만 소중한 일을 찾아내는 일도 필요할거라 여기며, 그런 일 또한 내 목회에 다름 아니다 싶은 마음으로 꾸려온 일이 또 한해 맡겨졌다. 4년째 이어지는 일이다.
  그동안 몇차례 학부모 모임을 가졌다. 학교의 통폐합문제를 비롯, 그에 버금가는 중요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중요한 일을 하루 사이에 공문으로 보내고 하루 사이에 의견을 모으라니,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책속에나 나오는 그럴듯한 말이었다. 한밤중에 모여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왜 이렇게 즉흥적일까, 이렇게 일관성이 없을까 마음이 답답했다.
  어제 또다시 급작스러운 일이 터졌다. 인우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급하게 만났으면 좋겠다는 교감선생님의 연락이었다.
  일을 멈추고 내려와 새로오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만났다. 학교통폐합에 대한 학부모들의 최종입장을 빨리 알아봐 달라는 이야기였다. 마침 저녁에 운영위원회 회의를 갖기로 했던지라 그때 같이 의논하기로 했다.,
  소규모학교통폐합, 농촌에 학생수가 급감하다보니 학생수가 적은 학교를 통폐합시키는게 교육부가 지금 해나가고 있는 일이다. 학생수가 100명이하인 학교는 예외없이 통폐합을하여 1개면에 한 학교만을 살리겠다는 것이다.
  운영위원회 임원들과 어머니회 위원, 마을 이장과 동창회장이 같이 참석을 하였다. 모임 이유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50년을 넘게 마을과 함께했던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이야기는 너무도 쉽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부론초등학교로 통폐합하자는 것이었다. 복식수업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 없지 않냐, 이게 대세라면 따라야지 별 수 있느냐, 자고로 아이들은 큰 곳에서 키우랬다. 분교가 되면 차라리 이사를 가겠다.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건 공문과 설문지가 담고있는 방향과도 같아 통폐합에 찬성하는 경우는 "찬성한다"란에 표시만 하면 되고, 반대할 경우는 반대하는 이유를 자세히 쓰라고 빈칸을 한참 남겨 놓았다.
  도대체 부른으로 나가는게 무슨 상책인가. 이 학교 저 학교 폐교되는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이 한데 섞일 것이고, 그 혼란이 정리될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며, 아이들은 너무 일찍부터 동네에 학교를 두고서 면내로 통학을 해야 한다. 공부가 뒤지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은 어찌될까. 단강에서야 선생님도 아이들도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 이해하고 덮어주고 끌어주고가 가능하겠지만 많은 아이들이 모인 곳으로 가면 도대체 그 아이들은 어찌 될건가.
  점수로 모든것을 평가하는 교육의 틀에 숨이 막혀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대안학교가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터에, 남한강이 눈앞에 펼쳐진 이 아름다운 교정을 두고 어디로 무엇을 찾아간단 말인가.
  복식수업이 해소되면 교육받을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늘어난 학생수에 비하면 오히려 받는 관심의 시간은 줄어드는 것, 그게 정말 아이들에게 유익한 길일까. 무엇보다 마음이 답답하고 아픈것은 이렇게 방향을 잡아가는 교육정책 자체다. 교육을 예산과 효율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끌어가도 되는 것인가.
단지 돈이 없어 아이엠에프라는 치욕적이고 굴욕적이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는데, 만일 식량이 모자르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농사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듯 그렇게 만들어낼수는 없는것, 그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농사법을 익혀야 가능한 것인데 그나마 농촌의 구심점인 학교를폐교한다는 것은 무너지는 농촌을 부채질하는 꼴. 아이엠에프 터지면서 우리나라의 종묘회사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다.
  한번 제 목소리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힘들고 어렵다고 너무도 무기력하게 항복하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살아 더 당하기 전에 차선책이라도 찾자는 안스런 자구책에 자꾸만 눈물겨웠다. 누군가 터 놓은 물꼬, 생각없이 그리로 흘러가는 것 같은 무력감, 힘을 합해 좋은 학교만들자는 얼마던 약속들은 어느새 뒷전이고 다른 생각은 불가능해 보였다.

최소한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소수의견이라도 기록으로 남기자. 분명 중요한 순간, 어떤 생각, 어떤 아픔들이 있었는지. 이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훗날에라도 기억하도록 모든 과정을 남기자.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이 처연했디.
너무도 쉽게 소중한 것을 스스로 포기한다느 안타까움과 이런 흐름 앞에서 느끼는무력감. 떠날건 떠나야 한다지만 정말 떠나야 할 것은 무엇일지.

25 - 9 최용우 <아내에게 바치는 100편의 시>♥♥♥ 그녀를 만난 후 나는그녀를 위해 100편의 시를 써 주기로 공약 했다. (결혼하기 전엔 무슨 약속인들 못하랴..이미 혼수상태인걸) 결혼 후, 아내는 시시때때로 이 공약을 상기시키며 주도권을 장악하여 남편을 혼수상태로 몰아넣는데... 나는 완전히 공약에 코가 꿰여 오늘도 꺼어꺼어 울면서 아내에게 바치는 100편의 시 그 9편째를 쓴다.

우리집 천사

             참 마음씨 곱고
                아이에게 자상하며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밝고 화사한 얼굴의
                우리집 천사

                참 마음도 온유하지
                가족을 사랑하며
                사람들을 따뜻히 대접하는
                하얗게 빛나는 얼굴의
                우리집 천사

이해인 민들레영토	이현주 한송이들꽃으로	한희철 얘기마을	임의진 어깨춤	권정생 강아지똥
최용우 성경묵상	법정 산에는 꽃이 피네	아내에게 바치는 詩	두런두런	詩가있는 풍경
꽃씨와도둑(책소개)	최용우칼럼 해달별꽃	깊은데로 가서	나눔	들꽃피는교회소식

잘 보셨습니까? 더 좋은 내용으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