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한 아이에게
잘못한 아이에게 왜 벌로 청소를
시킬까요? 그 체벌은 아주 안 좋은 것입니다. '청소'라는
아름다운 일을, 벌로 하는 '안 좋은' 것으로 인식시킬 수가
있습니다.
'청소'안하고 살 수 있어요? '청소'는
마치 이빨을 안 닦고 살 수 없는 것처럼 평생토록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만약 도시에 '청소부'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왜 국회의원에 출마한 사람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일까요?
그것이 비록 제스츄어일 수 있지만, 청소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잘못한 아이에게 '청소'벌을 주지 말고 (저는
국민학교때 가득 찬 재래식 화장실의 똥까지 펐습니다.
ㅠㅠ 그래서 그 징한 학교를 똥통학교라 불렀지요) 오히려
'상'으로 청소를 하게 해서 청소가 아름다운 행위라는 것을
어릴때부터 배워야 합니다. 온갖 사회문제는 알고 보면
'청소'를 제대로 안 해서 꼬이는 벌레 같은 것입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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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2074] 마중물 -독일에서 띄우는
편지 ○지난글
□ 뿔 대신 소를 잡다
'대지여우'(大智如愚)라는 말이 있다. '큰
지혜는 어리석어 보인다'는 말이다. 하늘의 가없는 손길이
인간의 좁은 소견으로 볼 때는 어리석어 보이곤 한다. '대지여우'라는
말과 관련하여 복부제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적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한 복부제는 서둘러 성문을 걸어
잠근다. 성밖 곡식을 베게 해달라는 백성들의 요구를 묵살한다.
적을 이롭게 했다는 이유로 나중에 복부제는 임금에게 불려
가는데, 이유를 묻는 임금에게 이렇게 자신을 뜻을 밝힌다.
"곡식을 잃는 것도 큰 손실이지만, 위급한 상황이라
하여 남의 곡식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더 큰 것을 잃는
것입니다."
그 동안 교회 안에도 크고
작은 어려운 일들이 있었다. 혼란스럽기도 했고, 고통스럽기도
했고, 외롭기도 했다. 조각한 듯 선명한 인간의 면면들을
마주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잊지 않으려
했던 말들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몇 몇 성경말씀을
되새기곤 했다. 사소하게 여기던 예수님의 심경을 따로
헤아려보기도 했다. '망언체도(妄言體道)하되 여물부쟁(與物不爭)이라'는
중용의 말도 여러 번 떠올랐다. '말을 버리고 진리를 살되,
어떤 것과도 다투지 않는다'는 말은 길이 아니라 벽처럼
느껴졌다. 그런 말 중에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것도
있다.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잡는다'는 뜻이다. 혼란스러울수록
침묵하며 자신을 살펴야 함에도 많은 말들이 어디를 향하는
지 모르는 화살처럼 난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음을 헤아리는 신중함이 아쉬웠다. 혼란
속 목사인 내가 나서 손에 칼이나 채찍을 들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폼도 나고 일도 분명하게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칼과 채찍을 든 목사는 어찌됐건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칼과 채찍에 의해 난감해 보이던 일이 번듯하게
해결되면 은연중 능력 있는 목사가 될지도 모르겠고, 칼과
채찍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서는 누구도 함부로 나서려 들지
않을 터이니, 편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랴. 그러는 중에 한 생명이라도 다치게 된다면. 비뚤어진
뿔을 바로 잡되 소가 죽고 만다면! 쓰러져선 안 될 것이
결국 쓰러지고 만다면!
어리석음이 지혜였노라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매번 돌아서서 실컷 괴로워했으니 그런
어리석음이 어디 있겠는가 싶기도 하다. 다만 함부로 칼과
채찍을 들고 싶지 않았을 뿐, 나머진 누가 뭐라 해도 좋다.
그 분만 내 마음 아시면, 그러면 됐다. (2003.1.27)ⓒ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목사) |
 [최용우 일기] 갈릴리의 아침
○지난글
□ 봄 비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내일 손님들이
오기로 되어 있는데, 활짝 핀 벚꽃도 보고 우리들 사는
모습도 보고 나들이도 하고 두루두루 들러보기로 했는데,
밤새 빗소리를 듣습니다. 혹시 저 비를 맞아 벚꽃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합니다.
맘껏 활 짝
핀 꽃을, 풍성하게 만개한 꽃을 가슴에 담아드리고 싶은데,
우리 가난한 삶에 드릴 것은 그거 밖에 없는데, 빗소리를
들으며 제발 꽃송이는 떨어뜨리지 말고 조용조용 가만가만
내리기를 기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비 개인 하늘을 봅니다. 화창하고 밝고 깨끗합니다. 비에
젖은 꽃잎이 오히려 맑고 투명합니다. 2003.4.9화 ⓒ최용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