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기다림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김필곤 목사 | 2009.02.23 23:56:2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기다림

아침 일찍 일어나
온종일 바동거려도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지만
기다림이 있기에 그래도 행복합니다.

자연과 삶의 질서인 기다림은
포기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먹으며
언젠가 그 열매를 선물하기 때문입니다.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처럼 마음은
쉴새없이 쏟아지는 땡볕으로 금이 가고
지친 저녁이 되면 시든 곡식처럼
희망은 풀이 죽지만
기다림이 있기에 그래도 행복합니다.

고치지 못한 습관처럼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는 진리에
익숙하지 못해도 작은 기다림은
산소처럼 매일 주어지고 한줄기 기다림도
삶의 고통과 시련을 견디게 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땀방울만큼 열매가 맺히지 않아
한숨으로 긴 밤새우는 농부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길어지는
기다림은 불쾌한 시간이 되어
매일 막막한 공간에 감금되지만
기다림이 있기에 그래도 행복합니다.

쉽게 기다림에 지쳐 체념하고
지루하여 설레임마저 잠든다하여도
기다림엔 꿈이 있고
죽음으로 다시 사는 마르지 않는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열린편지/열린교회/김필곤 목사 시집 [하늘에 뿌린 씨앗/도서출판 새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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