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비가 오면 생각나는 친구

장봉생 목사(서울 서대문교회) | 2012.03.16 13:16:3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국민일보/겨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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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난날을 추억하는 시간이 잦아지는 것을 보니 이제 늙어가나 보다. 비가 올 때는 더 생각나는 어릴 적 친구가 있다. 고향 마을에서 줄곧 함께 초등학교를 다니다 중학교까지 같이 진학했다. 어렵게 설득한 끝에 교회를 몇 번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비 오는 주일 아침 아버지 심부름으로 옥상에서 일하다 감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장례행렬 맨 앞에서 친구의 영정을 들었고, 동네 어귀 허름한 화장터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그 충격과 슬픔으로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님께서 나에게 찾아오셨다. “네 친구는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네가 친구의 몫까지 두 배를 살면 되지 않니?” 나는 그 말씀에 위로를 받으며 다시 마음을 추스르게 되었다.

고등학생들을 위한 ‘골든벨을 울려라’ 프로그램에서 친구들의 명찰을 모자와 옷에 붙이고 대표선수의 책임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비 올 때마다 생각나는 그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사랑하고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짐까지 지고 잘 살아가야겠다.

장봉생 목사(서울 서대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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