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자료공유 ›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84)경남 양산 천성산

최용우 | 2011.05.05 15:55:2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도롱뇽의 봄’ 기다리는 ‘소금강’

낙동정맥 끝자락에 자리한 천성산(千聖山·922m)은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영축산과 함께 ‘영남 알프스’의 하나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 상·하북면을 아우르며, 기암절벽과 오염되지 않은 계곡으로 유명하다.

 

원효산·원적산으로 불리기도 한 천성산은 한때 경부고속철 공사반대 단식시위를 벌인 지율 스님과 ‘도롱뇽 소송’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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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은 원효대사의 전설을 품고 있다. 토굴에서 참선을 하던 원효대사가 당나라 태화사 법당에 모인 신도 1000여명이 산사태로 매몰될 것을 예견하고 ‘효척판구중(曉擲板求衆·판자를 던져 중생을 구함)’이라고 쓴 판자를 날려보냈다. 법당 마당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판자를 신기하게 여긴 신도들이 밖으로 나와 웅성거리는 사이 산사태로 법당이 무너졌고, 신도들은 목숨을 건졌다. 이 인연으로 중국의 승려 1000여명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돼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바로 천성산이란 이름의 유래다.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내원사 계곡이다. 원효대사가 대둔사를 창건하면서 주위에 89개 암자를 두었는데 중국의 승려들이 지냈던 곳이 내원사(來遠寺)라고 전해진다. ‘멀리서 왔다’는 의미다. 현재는 비구니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주변에는 노전암, 성불암, 금봉암, 안적암, 조계암 등 많은 암자가 울창한 숲과 기암절벽 사이에 날아갈 듯 자리잡고 있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내원사와 노전암 쪽 2개 계곡은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계곡 곳곳에는 삼층바위가 첩첩이 서 있고 절벽에는 ‘소금강’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병풍모양으로 바위가 길게 뻗어 있어 병풍바위로 불리는 것도 있다. 돌 사이를 흐르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시름과 걱정을 잊게 한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피서객들로 가득차고 봄, 가을, 겨울에는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의 산나물은 한때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도토리묵도 유명하다.

내원사의 가을; 천성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내원사 계곡이다. 내원사는 울창한 수림과 기암절벽으로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난 천성산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홍룡(虹龍)폭포도 천성산의 자랑이다. 상·중·하 3단 구조로 물이 떨어지면서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진다. 물보라 사이로 떠오르는 무지개가 마치 선녀가 춤을 추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천성산은 산 전체가 식물의 보고로도 이름이 높다. 산지 습지인 화엄늪과 밀밭늪에는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진퍼리새, 앵초, 끈끈이주걱, 이삭귀개, 흰제비난, 잠자리난초와 같은 희귀한 식물이 가득하다. 수리부엉이, 소쩍새, 딱새, 흰배지빠귀, 쇠박새, 황조롱이 같은 조류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까치살모사, 능구렁이, 북방산개구리, 꼬마잠자리, 은판나비 등도 살고 있다.

천성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산홍을 이루고, 가을이면 억새가 온 산을 뒤덮어 환상의 등산 코스로 손꼽힌다. 특히 해발 798m에 위치한 화엄늪(12만5384㎡) 일대는 억새밭이 펼쳐지는데 실제 규모보다 훨씬 광활한 느낌을 준다.

아쉽게도 화엄늪은 지표수가 빈약해 육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남도는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습지의 소실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천성산 제2봉의 밀밭늪도 육지화하고 있다. 고속철도의 터널이 지나는 구간으로 돌과 흙이 무너져 내린 흔적도 찾을 수 있다. 제3봉의 무제치늪도 메말라가고 있다.

연말이면 동해안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하나같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라며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린다. 위치에 따라 일출시간이 다를 수 있지만 천성산 정상은 동해의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면서 12월31일이 되면 해돋이 광경을 보기 위한 등산객으로 가득찬다.

홍룡사 뒤쪽 화엄벌 코스…가족·연인도 가는 쉬운길


천성산의 등산 코스는 대략 10개다. 양산시 웅상읍과 상북면, 하북면 등지에서 오를 수 있다. 소요시간은 2시간40분에서 9시간까지 코스별로 다양하다.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길은 상북면 대석리 홍룡사 뒤쪽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다. 해발 800m에 이르는 화엄벌(늪)까지 산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 가족 또는 연인과도 오를 수 있다. 하북면 내원사 매표소에서 성불암 계곡을 지나 천성산 제2봉으로 오르는 길과 내원사~천선상 제2봉~화엄벌~천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다. 양산시 주남동 영산대학교에서 출발해 주남고개~천성산 제2봉~천성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있다.

천성산 부근에는 볼거리와 먹거리도 많다.

내원사와 홍룡사뿐아니라 가까운 곳에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어 불보사찰로 불리는 통도사가 있다. 또 인근 원동면에는 1993년 개장한 민간휴양림인 원동자연휴양림이 자리한다. 75만㎡ 규모로 1일 수용인원은 1400명. 울창한 숲, 기암괴석, 물풍지폭포 등이 장관이다. 휴양림에는 산책로, 등산로, 임산물판매장, 임간교실, 삼림욕장, 수련장, 체력단련장, 어린이놀이터 등 편의시설이 있다. 양산 북정리 고분군, 통도 환타지아, 언양 자수정 동굴나라 등 관광지도 산재해 있다. 하북면과 원동면에는 가족이나 단체용 펜션도 많다.

천성산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된다. 통도사 나들목으로 빠져나와 양산방향으로 달리면 내원사 이정표가 나온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한다면 양산에 도착한 뒤 언양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원사 입구에 내려 걸어간다. 내원사까지는 걸어서 약 30분이 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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