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다른 교회 교인

한희철 | 2002.03.25 22:32:16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843 다른교회 교인

부론을 다녀오기 위해 나가는 길. 솔뫼 마을을 지나는데 저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흐느적 거리는 걸음새. 남철씨였다. 남철씨의 걸음은 참으로 특이하여 멀리서도 대번에 알아 볼 수 있다.
차를 세우고 타라 했더니 희죽, 예의 그 걸음새 만큼이나 독특한 웃음을 웃으며 남철씨가 차에 올랐다.
"고맙습니다." 하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몇몇 이야기를 나누다 궁금하여 "남철씨. 왜 요새 교회에 안나와요?" 물었다. 남철씨 대답이 뜻밖이었다.
"저 작실교회에 다녀요."
한 마을에 두 개의 교회가 있는데 집 가까운 교회를 다니면 어떤가. 아무 교회라도 나가면 되지. 그러면서도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건 이제 남철씬 우리교인이 아니란 말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냥 마을 사람이라면 언제고 무슨일이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일. 그러나 다른교회 교인이라면 조금 다른게 아닌가. 가려야 할 일이 있는 법. 그런 것이 혼란스러웠다.
광철씨에겐 뭐라 말해야 하나. 동생과 함께 한 교회로, 가까운 교회로 나가라 해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허전하고 쓸쓸한 생각이 이어졌다. 이 작고 외진 시골에도 도시교회가 겪는 갈등을 똑같이 겪어야 하는 허전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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