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콩타작

한희철 | 2002.04.19 09:20:23 | 메뉴 건너뛰기 쓰기
1881.  콩타작

길을 지나다 보니 재철씨가 콩을 털고 있었다. 쇠막대에 철사로 만든 도리깨를 휘둘러 콩을 터는 중이었다. 속퍼랭이라 부르는 서리태, 검정콩이었다.
"내가 한 번 해볼께요."
재철씨가 할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다. 쇠로 만든 연장이라 무게가 있었고, 허공에서 한바퀴 도는 철사가 제대로 원을 그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은경이 어머니가 목사님이 도리깨질을 다 하냐며 깔깔 웃는다. 가만 일하는 모습을 지켜 보더니 철사끝이 한 바퀴 돌 때 제대로 돌지를 않는다며 대번 어색함을 지적한다.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도리깨질을 하는 재철씨를 보니 역시 동작이 자연스럽다. 도리깨가 부드럽게 돌아가되 콩을 내치는 소리는 찰싹 찰싹 매섭기만 하다.
사방 튄 콩을 한 알 한 알 주울 때, 옆에서 키질을 하던 김영옥 집사님이 올 콩농사에 대 해 한마디 했다.
"더두 말구 씨나 찾았으문 좋겠어유."
동네 대동계를 하던 날, 점심을 먹고 나와 밖에서 볕을 쬐던 최태준씨가 마당에 널려있는 콩단을 보더니 작대기를 찾아와 콩을 털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은 변완수씨네 콩단이었지만 그래도 내 콩처럼 투닥투닥 콩을 털기 시작했 다.
"난 오늘 점심값은 하네."
최태준씨가 잠깐 콩을 털고 나자 이번엔 박종관씨가 앉아 털고 남은 콩깍지의 콩을 손으로 까기 시작했다. 몇 명이 나서니 콩타작이 금방 끝났고, 바닥에 널려있는 콩을 고르기 시작했다.
비로 쓸고 키질로 고르고 할 것도 없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콩알은 숫자를 셀만큼 수 가 뻔했다. 한 알 한 알 손으로 골라 모았다.
그 모습을 본 원석이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가더니 종이컴을 하나 가지고 나오셨다. 종이 컵에 콩을 담으니 꼭 컵 하나를 채웠다.
원석이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콩 세 되 심구서 꼭 컵 하나 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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