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1441. 볏가마 도둑

한희철 | 2002.01.02 21:19:12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한희철1441. 볏가마 도둑

 

조기 축구를 마치고 잠깐 쉬는데 볏가마 훔쳐가려다 붙잡힌 얘기가 나왔다. 전날밤 볏가마를 훔쳐 가려다 결린 일이 옆 마을에서 있었다 한다. 

한 새벽 논에다 트럭을 대고 타작해 놓은 볏가마를 잔뜩 실었는데, 그만 트럭이 논두렁에 빠지는 바람에 걸리고 말았다 한다. 

트럭이 빠져 쩔쩔매고 있을 때 아침 그곳을 지나가던 마을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파출소에 신고하여 붙들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볏가마를 훔쳐가려 했을까. 농사지려고 흘린 땀이 얼마고 들인 공이 얼만데, 그것 팔아야 겨우 먹고 사는건데, 한 새벽 차를 가지고 와 낼름 집어가려 했다니. 

하기야 농촌에 일이 바뻐 낮엔 들에 나가 일하느라 집이 비어있다보니 빈집에 와 참깨, 들깨, 콩, 고추등을 훔쳐 가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농사지은 걸 훔쳐가는 심보는 도대체 어떤 심보일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기가 찬듯 모두들 혀를 찼다. 엄벌을 주어야 한다고 한마디씩을 했다. 나도 한마디 했다.

“따로 벌줄 것 없이 훔쳐가려던 그 집에서 삼년정도 머슴을 살게 하면 어떨까. 한 삼년 일하다 보면 쌀이 얼마나 귀한 건지 알게 되지 않을까?” (얘기마을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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