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한희철 › 2326 살리는 말, 죽이는 말

한희철 | 2007.10.29 13:55:09 | 메뉴 건너뛰기 쓰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말 한 마디가 갖는 의미는 천 냥보다도 훨씬 더 귀할 것입니다. 말 한 마디로 돈이 아니라 사람을 잃고 얻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보기 때문입니다.
‘엎어진 물’이라는 말이 있어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게 되는 경우를 표현하지만,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이 없게 되는 경우를 나타내기로는 ‘내뱉은 말’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엎어진 물이야 행주나 걸레에 짜서 담으면 얼마라도 건질 수 있을지 몰라도, 한 번 입에서 잘못 나간 말은 거두어들일 재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두어들이기는커녕 점점 더 확산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말이 곧 그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살아가면서 경험을 합니다. 기쁜 말을 들었을 때의 즐거움과 언짢은 말을 들었을 때의 불쾌함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우리는 삶속에서 경험을 합니다. 기쁜 말은 목말랐을 때의 생수처럼 우리에게 힘을 주지만, 언짢은 말은 우리 몸과 마음으로 퍼져가는 독과 같이 우리를 깊이 병들게 합니다.
문제는 그토록 중요한 말을 우리는 늘 사용하며 사는데 대개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끊임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면, 우리는 좀 더 말에 대하여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바벰바족 사회에는 범죄 행위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순박하게 살아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죄를 짓는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이 독특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잘못을 하면 마을 한복판에 있는 광장에 그를 세웁니다. 마을 사람들은 죄를 지은 사람을 중심으로 빙 둘러섭니다. 그리고는 한사람씩 돌아가며 큰 소리로 말하는데, 말하는 내용은 죄 지은 사람이 과거에 했던 좋은 일이나 칭찬입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말을 하다보면 죄지은 사람이 갖고 있는 많은 장점들과 그가 했던 좋은 일들, 그것에 대한 감사 등이 모두 열거가 됩니다.
그렇다고 지나친 과장이나 가벼운 농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진지하게 칭찬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칭찬이 한 바퀴를 다 돌면 죄책감으로 고개를 숙였던 사람이 서서히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이때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는데, 마을 사람들은 한명씩 나가 눈물을 흘리는 그를 껴안아 주며 위로와 격려를 하며 죄를 용서해 줍니다. 그런 시간을 갖고 나면 죄를 지었던 사람은 다시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말이 모여진 사회의 말은 더욱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됩니다. 부정적인 말을 없애고 긍정적인 말을 회복해야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살려내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2007.3.3.31 ⓒ한희철(독일 프랑크푸르트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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