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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9052219105&code=95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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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4.24 경향신문 글·사진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대전 임방수씨 ‘동네 수목원’ 정원서 시화전…이웃 휴식터
녹색 대문 위에 ‘동네수목원’이라는 동그란 간판이 매달려 있다. 때마침 불어온 봄바람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안으로 들어가자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꽃이 가득하다.
영산홍과 철쭉이 빨간색 물감과 분홍색 물감을 맘껏 풀어 그림을 그려놨다. 그 아래로 끝물을 맞은 동백이 꽃잎을 한 장씩 떨구고 있다. 이 집 주인은 어디서 이런 게 나서 여기다 옮겨다 심은 걸까. 요즘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할미꽃 세 송이가 앙증맞게 졸고 있다.
‘줄넘기를 하면 엄마가 들어오시고, 줄넘기를 하면 아빠가 들어오시고, 줄넘기를 하면 동생이 들어오고….’
꽃과 꽃 사이의 벽면에 10여개의 그림판이 붙어 있다. 거기에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시가 한 수 한 수 적혀 있다.
임방수씨(오른쪽)가 시화전이 열리고 있는 자신의 집 정원에서 나무를 돌보는 동안 부인 김숙희씨가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다.
“어릴 적 앞마당에서 줄넘기를 하곤 했는데…, 그때 느꼈던 것을 그대로 동시에 담아봤어요.” 24일 오전 10시 대전 동구 대동 임방수씨(65) 집 뜰. 임씨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달아줬다. 임씨는 요즘 틈만 나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동안 쓴 10여점의 시에 그림을 보탠 임씨는 지난 21일부터 이곳에서 ‘임소천 시화전’을 열고 있다. 소천은 그의 필명이다.
임씨의 뜰은 단순한 정원이 아니다. 온 동네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공간이요, 휴식의 공간이다.
“늘 대문을 열어놓거든요. 동네사람들은 물론 길을 가던 낯선 사람 누구나 들러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의 정원을 작은 수목원으로 꾸며 이웃에게 개방한 사연을 대전시의 ‘녹색생활실천 우수사례’ 공모에 내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이 정원은 동네 사람들 모두의 공간이 됐다.
뒷담장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른 꽃잎을 모두 떨군 앵두나무가 작은 앵두알을 달고 있다.‘웅덩이에 옹기종기 모인 작은 물고기들 살판 나고…, 진흙 속의 낙지 살판 나고….’임씨는 ‘갯벌’이라는 제목의 이 시를 앵두나무 뒤쪽에 붙여놨다.
그때였다. 어디서 새 소리 같은 악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느 틈엔가, 부인 김숙희씨(62)가 오카리나를 들고 나와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집 앞을 지나던 주민 이모씨(56)가 “아름다운 소리에 반했다”며 수목원으로 들어왔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제 아내가 오카리나를 연주하면 동네의 새들도 모여들곤 해요.”
부인의 연주가 끝나자 임씨가 거들고 나섰다. 임씨는 9년 전 직장을 정년퇴임하고 나서 자신이 나고 자란 이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웠다”고 했다. 매년 나무와 꽃과 풀을 심었다. 처음에는 빈 마당이 허전해 석류 등 각종 과일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커졌다고 했다. 임씨는 자신의 수목원을 찾아주는 손님들을 위해 차와 음료를 내고 손님이 원하면 시 낭송도 해 준다. “나무와 풀과 꽃이 있는 공간, 거기에 시와 그림과 음악을 입힌 거죠. 이 속으로 들어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시화전은 오는 29일까지 계속된다.
“우리집 비밀 정원, 동네수목원 간판 달았죠”
2011.9.5 경향신문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대전시 동구 임방수씨 마당에 수풀 가꿔 개방
온통 녹색이다. 온갖 식물이 뒤덮고 있는 녹색 대문. 그 위에 ‘동네수목원’이라는 동그란 간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5일 오전 대전 동구 대동 임방수씨(64) 집에 가기 위해 일부러 자전거를 탔다.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임씨의 집을 가는데는 환경오염물질을 팍팍 내뿜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전거는 역시, 구도심의 좁은 골목을 누비기에는 최고였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활짝 열린 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내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온갖 나무와 풀이 눈앞을 가렸다.
임방수씨(왼쪽)가 대전 동구 대동 자신의 집에 꾸며놓은 ‘동네수목원’에서 부인 김숙희씨와 함께 나무를 돌보고 있다. | 윤희일 기자
‘비밀의 정원’. 딱 그 생각이 났다. 어느 영화에서 봤던 그 정원….
“어서 오세요. 동네수목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수풀 사이로 모습을 나타낸 임씨가 인사를 했다. 때마침 동네 주민들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조금 있으니까, 자원봉사 나갔던 부인 김숙희씨(61)도 모습을 나타냈다.
집 주인과 동네사람들은 수목원 한가운데의 탁자나 마루 등 아무데나 걸터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임씨는 부엌에 들어가 차를 한 잔씩 내왔다. “언제나 이래요. 여기는 아무나 들어와도 되는 곳이니까요. 여기서 30분 정도만 머물다가면 기분이 상쾌해져요.”(이웃 이규화씨․63)
임씨는 8년 전 직장을 정년퇴임한 뒤 자신이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던 이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웠어요. 처음에는 빈 마당이 허전해 석류 등 각종 과일 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커질 줄은….”
해가 갈수록 나무와 풀이 늘었고, ‘정원이 아니라 수목원’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임씨는 언젠가부터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정원을 사람에게 개방했다. ‘동네수목원’이라는 간판도 달았다. 점차 수목원을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임씨는 찾아오는 이웃 등 손님들에게 간단한 차나 음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작시를 액자에 담아 전시도 하고, 관람객이 원하면 직접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우리 동네에 대문을 열어 놓고 사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지만, 동네수목원은 이제 동네사람들의 휴식처가 됐다.
요즘은 수목원의 영역을 동네 전체로 넓혀가는 작업도 하고 있다. 그는 매년 봄이 되면 시내의 커피자판기 옆 등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수거해 꽃씨를 심는다. 꽃씨가 싹을 틔워 이식할 시기가 되면 그는 꽃 모종을 동네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임씨는 그동안 자신의 마당을 수목원으로 가꾸며 살아온 이야기를 잔잔하게 기록했다. 그는 이 기록을 최근 대전시가 실시한 ‘녹색생활실천 우수사례’ 공모에 응모,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전국 최대의 도심수목원인 한밭수목원에서 연락이 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여기서 마음이 통하는 따뜻한 사람들과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황혼을 보내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고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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