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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똥생각

생명환경자연 최용우............... 조회 수 3404 추천 수 0 2007.06.24 21: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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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김곰치 
출처 녹색평론 2000.1-2월호

똥생각  

군대시절의 일이다. 오전 위병 근무를 서는데 똥차가 왔다. 근무 인수 인계 사항에 그런 게 없어 상황실에 연락을 했다. 똥 치는 날 맞단다. 한손으로 코를 싸쥐고 다른 한손으로 바리케이트를 들어 똥차를 들여보냈다. 그리고 10분 뒤, 1시간짜리 위병 근무가 끝나 나는 다음 근무자와 교대했다. 내무반에 들어가니 밤샘근무를 선 동료들은 신음소리를 내며 오침을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오후 1시까지 3시간 정도 달게 잠을 잘 수 있다. 부리나케 하이바며 탄띠, 군화를 해체하고 막 침상에 올라섰다. 그런데 선임하사가 오만상을 쓰고 내무반에 들어오는 것이다.
"김상병, 똥 칠 인원이 없다. 오후에 취침시간 보장해 줄 테니 인원 보조 좀 해줘라."
선임 하사의 명에 어쩔 수 없이 똥 친다는 곳으로 갔다. 위생차의 운전수는 여단본부 소속 병장인데, 그런 보직이 있는 줄 듣도 보도 못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똥차는 때마다 임대하고 운전은 병사를 시켜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게 제법 '끗발'이 있는 보직인지 운전석에서 나올 줄을 모른다. 기계는 내가 돌릴테니 니들이 알아서 하란 식이다.

나는 어른 허벅지만 한 굵기의 호스를 들고 선임하사가 발 딛고 섰는 똥통의 맨홀까지 끌고 갔다. 선임하사 역시 계급이 있어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호스가 가까이 오자 얼른 피한다. "인원 보조 좀 해라"고 해서 몇 명이서 똥 치는 일을 하고 나는 대충 거드는 줄 알았는데 일할 사람은 나 하나뿐인 거다. 맨홀 뚜껑도 혼자의 힘으로 열어야 했다. "이거 왕창 꼬였군...!" 하며 뚜껑을 열다가 나는 자연스레 맨홀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똥들의 무덤'이었다. 왠지 '무덤'이란 말이 머리를 치고 갔다. 내가 맨홀 뚜껑을 열면서 똥통 안은 몇 달만에 하늘이 열렸다. 내가 맨홀 뚜껑을 열기 전의 똥통 안은 완벽한 암흑이었을 것이다. 그 안은 사방천지 똥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내가 그 세계의 바깥에서 햇볕 창을 열었고 바깥의 빛이 들어가 똥통 안은 일순 환해졌다.
내가 살던 고향 변소는 푸세식이었는데, 그런 변소에서 볼 수 있는 쌓인 똥의 면모를 똥통 안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똥통안은 물 천지였다. 거무튀튀한 물의 빛깔은 어찌 보면 암록이라 할 수 있는 고급색이었고, 수면에는 금방 흘러 들어온 듯 똥 몇점이 둥둥 떠서 꼬리께부터 풀리고 있었다.
3,4미터 아래 맨홀 바닥은 어떨까? 풀어진 똥들이 강바닥의 진흙처럼 가라앉아 쉬 추측되지 않는 두께로 조용히 쌓여있을 것이다. 그 물 속 세계는 평소 암흑 속이고 이따금 소리가 날 뿐이었다. 초소 화장실에서 누군가 똥이나 오줌을 누고 물을 내리면 그 물은 땅속에 묻힌 수십미터의 관을 타고 흘러가 내가 내려다보고 있는 맨홀 윗쪽에 난 구멍을 통해 이 똥들의 무덤에 출렁출렁 합류했을 것이다. 동굴속에 들어간 아이가 소리쳐 동굴속의 오랜 고요를 깨고 싶은 욕구와 비슷할까. 뭐라 소리를 쳐보고 싶은 고요한 똥들의 무덤.
재래식 변소의 경우 변소를 처음 팔 때 구덩이의 벽면을 시멘트로 얼마나 잘 발랐는가에 따라 오줌의 양이 달라진다. 벽 시멘트를 제대로 반죽시켜 잘 건조시켰다면 오줌이 그득하게 저장되고 틈이 있거나 시맨트로 발려지지 않은 흙바닥이라면 물은 새나가 버린다. 동해안의 '모델 하우스'라 불릴 만큼 시설이 좋은 해안초소여서 화장실은 수세식 양변기였고 땅에 파묻은 부대의 맨홀 똥통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었다. 물샐 틈이 없다. 그러니 그 안은 똥과 오줌으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다. 땅 속에 박힌 물탱크라 할 만했다. 똥통이라기 보다 똥과 오줌을 씻어내린 압도적인 물의 창고.
근대화 이후 똥들은 이렇게 죽음을 맞는다. 똥 오줌의 몇백배가 되는 물, 이런식의 똥 임시 저장은 똥을 애초부터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엄청난 양의 물로 희석시킨, 똥도 아니고, 오줌도 아닌 그저 더러운 물에 불과한 맨홀 안의 똥물은 농작물을 살찌게 하는 비료로 사용될 수 없다. 옛시절의 똥은 똥의 상태로 그들의 일생이 끝나지 않았고 땅을 비옥하게 하는 분뇨로 새롭게 태어났다. 농사짓는 집은 자기네 변소를 남이 치게 하지 않았고 농사가 없는 집도 작은 권세를 부리는 기분으로 변소 치는 걸 허락했다. 변소는 단지 폐기처분의 장소가 아닌 가까운 논밭과 교류하는 생산의 장소였다.
그랬을 것이다. 내가 맨홀 뚜껑을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며 흠칫 놀란 것은 그 무덤과도 같은 '어떤 압도적인 고요' 때문이었다. 똥들의 불만? 자신들이 이따위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 대단히 불만스러운 듯, 아니 "두고 봐라 언젠가는..." 하고 뭔가 단단히 벼르고 있는 듯? 아무튼 뭔가 음산한 고요, 더럽다는 느낌이 들기 보다 알 길 없이 끔찍하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들던 것이다.
트럭 탱크의 모터가 양수기처럼 돌아갔고, 호스가 제멋대로 꿈틀거렸다. 그날 내가 한 일은 똥통이 바닥을 들어낼 때까지 맨홀 안에 집어넣은 호스를 꽉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빨간 페인트가 칠해진 작업장갑을 꼈지만, 호스를 잡은 손바닥 안으로 똥들이 퍼득퍼득거리며 마구 지나가는 것이 무척이나 힘찼다. 어린 날의 기억 - 낙동강에서 갓 낚은 붕어가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것 같은 느낌. 부활한 똥들의 생명력? 아니 어쩌면 똥들은 그렇게라도 발악하려고 했던 건지 모른다.
제대를 하고, 유행처럼 번지던 환경운동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는데, 개인적 실천을 강조하는 일단의 환경론자들은 양변기의 물통에 벽돌 몇 장을 깔아주는 걸 권고하고 있었다. 각 가정에 상용화되어 있는 양변기의 물통이 필요 이상 커서 물의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좀더 과격하고 파괴적인 상상을 즐겼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그런 차는 시 외곽 도로를 이용할 것을 시의 관리자로부터 명령받을 것이다) 어쩌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냄새 때문에 코를 싸쥘 때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정체돼 있는 차량의 물결 속에 위생차 한 대가 끼워져 있다. 운전수한태 해서는 아무래도 경을 칠 소리지만, 나는 저 위생차가 시내 한복판에서 심각한 충돌 사고를 일으켜 소나타며 그랜져며 외제 스포츠카며 삐까번쩍한 자가용을 온통 똥칠갑을 해놓고 싶어지는 걸 상상할 때가 있다. 우리가 잊고 사는 똥들의 하찮은 존재가 일약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는 그런 상상은 이상한 해방감을 준다. 그러나 생각하건대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일년에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한 똥차의 교통사고가 아니라 전국의 똥차 수천대가 안전운행을 해서 마침내 도착하는 곳이 어디냐는 것이리라.
수세식 양변기를 이용하여 우리는 똥을 누는 즉시 똥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 매일 한두번 똥을 누지만 그 똥을 잊고 살 수 있다는 것, 즉 편리한 속도와 기분 좋은 망각을 얻는다. 한해에 한사람이 양산하는 똥물은 얼마쯤 될까? 이십톤? 오십톤? 그걸 우리나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또 얼마가 될까. 이 거대한 도시를 들고 나는 똥차들은 정말이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나의 똥물은 차에 실려 어디에 버려졌을까. 물이 다 증발되고 최초의 똥만 남기를 기다리는 햇볕 좋은 염전 같은 장소라도 있는 것일까.
장염이 나서 색을 살핀다고 며칠 내 똥을 유심히 살펴보니 왠지 그 빛이 슬퍼 보였다. 푸르딩딩힌 빛깔의 똥, 몸에 탈이 나 내가 생산하는 똥 역시 불건강한 것이 되고 말았지만, 그 어떤 건강한 몸을 상징하는 황금색의 똥도 이 화려한 도시의 이중인격이라 할, 지하에 묻힌 수십만개의 똥통들 속으로 물과 함께 그냥 쓸려갈 때는 도시 속의 우리가 누는 모든 똥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죽어있다.
밭 한뙈기 논 한마지기 키우지 않는 도시, 그 속에 사는 우리가 매일매일 양산해 내는 그 어마어마한 똥물들은 어디로 흘러갈까. 언제까지 우리들은 똥과는 관계없다며 깔끔떨며 똥을 잊고 사는 별종의 존재로 안전할 수 있을까.
권부의 귀하신 분들도, 어여쁜 여자 탈런트도, 목사님도 스님도, 나도 너도 - 이 모두가 누는 똥, 그것은 단지 한줌의 똥이 아니고 그 수백배나 되는 엄청난 양의 똥물로 부풀려 버려지고 있다. 똥 누는 곳에서 똥 냄새가 나는건 당연한 일인데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혹 냄새가 퍼질까봐 똥을 누면서도 쉴새없이 물을 흘려 보낸다. 잠잠히 물에 쓸려가는 줄만 알았던 힘없는 똥들이 언젠가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맨홀 안의 죽은 같은 고요에 뭔가 더 깊고 무시무시한 뜻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두려워진다.  
들꽃편지 제27호 20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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