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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 | 2021.11.02 22:07:20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시골편지] 심야식당


“눈물도 한숨도 나 혼자 씹어 삼키며 밤거리에 뒷골목을 누비고 다녀도, 사랑만은 단 하나에 목숨을 걸었다. 거리의 자식이라 욕하지 말라.” 최희준의 ‘맨발의 청춘’을 부르면서 싸돌아다닐 때가 좋았다. 이젠 밤늦게 돌아다닐 데도 어디 없다. 광화문에 탱크가 경비를 서던 통금 시대도 아닌데 이게 뭔 난리통인지. 애달픈 식당들 일찍 문을 닫는 통에 집에서 라면이나 삶아 먹어야 한다. 곰삭은 김장김치에 라면도 맛이 없지는 않으나 내가 해서 먹는 것보다는 남이, 그것도 ‘요리 마스터’가 해 줘야 배로 맛나겠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은 책으로 봐야 오지고 재밌다. 심야식당 주인, 일명 ‘마스터’는 거리의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 책에 나오는 문어 모양 비엔나소시지. 재미있어서 가끔 캔맥주 한 통 들고 안주 삼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심야식당’에 버금가는 허영만의 <식객>은 무려 스물일곱권을 구입하느라 등골이 휘었다. 읽다 보면 배가 살살 고파지는데, 예능 방송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 것관 차이가 있다. 책에 의한 은근한 허기는 배불뚝이 아재들에게 참을 만한 고통이다.
야밤에 열어 새벽에 문 닫는 심야식당. 단골이랑 아침 해장국을 먹고 헤어지는 주인장들을 보았다. 그런 주말은 일부러 태양도 늦게 떠주고는 하였다.
명절에 음식상 앞에 놓고 빈자리를 아쉬워들 하겠구나. 식당 주인도 단골손님의 안부가 문득 궁금한 날이 있다. LP 음반을 틀어주는 술집을 하는 형님이 뜬금없이 명절날 묵어가게 해달라신다. 맑은 공기만 마시고 가겠다는데, 사실 쌀하고 김치 말고 더 뭣도 없다. 그러시라 했다. 야밤에 유행가나 들으면서 심야식당 놀이를 해보게 생겼다. “잊지는 말아야지 만날 수 없어도, 잊지는 말아야지 헤어져 있어도….”
임의진 목사·시인
20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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