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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하는 한의사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읽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힐링, 곧 치유라는 단어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이 단어가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만큼 내적, 외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자, 그만큼 우리가 사는 오늘이 인간의 삶에 생채기를 내는 시대라고도 읽을 수도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다루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 보니 바로 의사들일 것이다. 의사들의 주된 임무는 환자들을 만나 그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치유하거나 혹은 치유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의사에게 있어 경험만큼 중요한 일은 없으며 다양한 경험이 훌륭한 의사를 양성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의사가 된 지 40년이 다 되어 간다. 40년은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기간이다. 또 40년은 시험과 고난의 기간이다. 40년 동안 온갖 시험과 고난을 겪으며 의사로서의 치유의 능력을 입증 받았으니 다른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경험 많은 훌륭한 치유하는 의사들이 많겠지만, 나는 내 자신이 생각하기에 매우 신뢰할 만한 한의학 전문가이다. 자랑하는 것이 참 무익하지만 내가 내 자랑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조금이나마 하자. 나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사상의학과 장부변증론을 결합하여 연구하였다. 이제 그 결실을 어느 정도 보았기에 책으로 그것을 출판하려고도 한다. 지금 내 한의사로서의 치유 실력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구한의과대학에서 심계 내과와 사상의학을 가르친 교수로서 학자의 길을 걸으며 중풍과 심장병 등의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그 후에 내자와 함께 개업을 하여 개업의로서 여러 가지 병들을 치료하며 그 치료법을 연구하며 40년을 지냈다. 나는 내가 출판할 이 책을 나에게 사상의학자로서의 한의사의 길을 걷게 해준 동무 이제마와 사암침법의 사암도인과 체질침법의 창시자인 권도원 선생님과 그분의 제자인 염태환 교수님과 그분의 동생 염동환 선생님과 나에게 후세방을 가르쳐 주신 류기원 교수님과 맹화섭 선생님 등과 나에게 자신의 고통을 나눠준 수많은 환자들에게 헌정한다.
나는 사상의학과 체질침법의 신뢰할 만한 전문가이지만 자만하지 않는다. 나는 겸손한 자세로 지금까지 내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인간에 관한 통찰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데, 바로 스스로 치유하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는’, ‘놀이하는’, ‘도구를 사용하는’, 혹은 ‘사회적인’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인간의 정의에 ‘치유하는’이란 수식어를 더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인간은 모두 스스로 치유하는 인간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자연치유력, 자체 치유력을 지닌 존재이며 이는 태생적이라는 것이다. 흔히들 인간은 스스로 치유할 능력인 자연치유력, 자체 치유력이 없고 의사가 치료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의사는 단지 음식과 침과 약으로 장부의 균형을 조절해주면 환자 내부에 있는 자연치유력, 자체 치유력이 자기의 병을 스스로 치유한다.
내 자신의 오랜 경험을 통해 보면 인간이 자신에 대한 가혹한 자극을 내려놓으면 질병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에게 주는 가혹한 자극은 생활습관이다. 인간이 자기에게 잘못된 생활습관을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주면 그것이 장부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深化)시키고 결국 어떤 장부의 균형이 치료요구선 밖으로 이탈하게 된다. 그러면 그로 인하여 유전적으로 약하게 타고난 소인(素因)이 더욱 약해져 발병이 된다.
한의사의 치유 과정의 핵심은 환자가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대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환자는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고통을 직시하고 대면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고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그리고 한의사는 침과 약과 음식 등으로 그의 장부의 불균형을 해소시켜 그의 안에 있는 자연치유력, 자체 치유력을 증강시켜 주어야 한다. 그러면 환자는 그가 앓고 있는 모든 질병에서 회복되게 된다. 환자가 회복된 후에도 한의사는 반드시 그의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그의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또 재발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의사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치유 과정이 생각보다 넓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한 강조다. 우리는 치유를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은 생각보다 폭넓게 연결되어 있으며, 치유 또한 그러한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무 이제마는 지인불명 행신불성(知人不明 行身不誠), 즉 다른 사람을 잘 알지 못하고 그 앎에 따라 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병된다고 하였다. 다른 말로 하면 인간관계가 발병의 중요한 유인(誘因)이 된다는 것이다.
발병의 중요한 유인(誘因)을 또 하나 더 들자면 욕심(慾心)이다. 욕심(慾心)이 무엇일까? 한문의 욕심 욕(慾)자를 파자해 보면 알 수 있다. 욕(慾)을 파자하면 사람 인(人)+사람 인(人)+입 구(口)+ 하품할 흠(欠)+마음 심(心)이다. ‘하품할 흠(欠)’은 ‘결핍할 결(缺)’자와 통한다. 그러므로 욕심이란 사람 사람마다 입이 있는데, 그 입마다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그 좋아하여 먹은 것을 그 마음이 부족하다고(결핍하다고) 느끼는 그런 마음이 욕심이다. 욕심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욕(慾)을 파자하면 골 곡(谷)+하품할 흠(欠)+ 마음(心)이다. 사람의 마음마다 골짜기가 있는데, 그 안에 채운 것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이 바로 욕심이다. 사람의 욕심에는 네 가지가 있는 데 주(酒: 술) 색(色: 여자) 재(財: 재물) 권(權: 권세)이 그것이다. 욕심이 발병의 중요한 유인(誘因)이 된다.
인간관계와 욕심으로 인하여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폭동낭동(暴動浪動)이 일어나면 그것이 장부의 불균형을 야기하여 발병이 된다. 그러므로 병생어난심 심섭이병자료(病生於亂心 心攝而病自療)이다. 병은 어지러운 마음에서 생기고, 마음을 잡으며 병은 저절로 치유된다. 생활습관 중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마음 다스리기이다.
병은 주로 욕심과 인간관계로 인하여 일어나는 이상 감정의 마음과 육체의 과로와 음식으로 인하여 발병된다. 그러므로 의사는 이런 생활습관을 반드시 조절하게 하면서 침과 약으로 장부의 불균형을 조절해주어야 한다. 그러면 만병이 치유된다.
인간은 누구나 관계 속에 살아간다. 치유하는 한의사는 침과 약으로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에 대한 상담가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한의사로서의 폭넓은 경험과 그로부터 솟아 나오는 지혜와 통찰력을 기반으로 침과 약과 생활습관의 조언을 통하여 환자를 치유하는 일은 든든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한의사가 치유가 필요한 세상으로 나아갈 때 나의 이 글이 환자 치유에 더없이 든든한 무기가 되리라 확신하며 한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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