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어여 어서 올라오세요

대청마루(자유게시판)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제가 목회할 때 이야기입니다.

가족글방 김요한............... 조회 수 24 추천 수 0 2023.01.27 09:42:58
.........
1. 제가 목회할 때 이야기입니다.
교회가 꽤 오래된 주택가에 위치한데다, 동네가 대체로 가난한 지역이어서 그런지 겨울에 눈이 오는 날이면 누구도 눈을 치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은 심지어 자기 집 앞 눈도 치우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눈이 온 이후 기온이 떨어져 길이 얼면 보행에 상당한 불편이 따랐습니다.
보다 못해, 어느 해부터 제가 눈이 오면 교회 직원들과 함께 동네 골목의 눈을 모조리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말이 그렇지 사방 100미터 반경의 눈을 쓸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원봉사하는 교우들까지 포함해서 열 몇 명이 거의 반나절은 노가다를 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선행에 감명(?)을 받은 주민들이 눈 청소 작업에 동참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눈 청소는 교회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로 한 번도 불평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교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던 것입니다.
2. 굳이 이런 글을 쓸까 말까, 두 달 쯤 고민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예배당이 제법 큰 교회가 버젓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브랜드의 아파트가 마주한, 삼거리 길목에 교회가 들어서 있으니 '사업장' 목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저는 이 교회가 눈이 올 때 자기 예배당 앞의 눈을 치운 것을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그랬고, 올 겨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네 아파트 단지와 주변 상가 앞은 모두 눈이 치워져 있는데 반해 유독 교회 주변만 눈이 그대로 입니다.
교회가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우리 동네 주민 대부분은 교회 앞을 지나야만 오갈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멀쩡히 잘 걷다가 유독 교회 근방을 지날 때만 안 넘어지려고 신경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교회가 어쩌면 저렇게 무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가 꼭 '눈'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 그 교회 앞을 지나오는데 예배당 건물에 큰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더군요.
그 현수막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교회"
그 현수막을 보는데 피식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동네 길목의 눈은 고사하고, 자기 예배당 앞에 쌓인 눈도 안 치우는 교회가 지역 주민과 뭘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이 교회의 목사님이 진짜로 지역 주민과 함께 하고 싶으면, 예배당 안에 위치한 시선으로 동네를 바라보지 말고, 주민의 입장에서 교회를 바라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답'을 교회가 찾게 될 것입니다.

댓글 '1'

어떤 신자

2023.01.28 22:16:31

절절히 옳은 말씀이십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579 가족글방 곡식, 과일, 가축의 열의 하나는 하나님의 것이다. 최창섭 2023-02-04 7
11578 가족글방 네가 있는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아라 최창섭 2023-02-04 15
11577 가족글방 내가 너를 축복하는 사람에게 복을 내려주고 최창섭 2023-02-04 16
11576 걷는독서 [걷는 독서] 겨울이 깊으면 file 박노해 2023-02-04 13
11575 가족글방 침묵과 외면 김요한 2023-02-04 16
11574 묵상나눔 file [1] Navi Choi 2023-02-04 16
11573 걷는독서 [걷는 독서] 바라보는 건 눈으로 어루만지는 것이어서 file 박노해 2023-02-03 10
11572 묵상나눔 선지자 노릇 file [1] Navi Choi 2023-02-03 24
11571 걷는독서 [걷는 독서] 어떻게 기다리는가 file 박노해 2023-02-02 15
11570 가족글방 [대전택시] 택시 안에서 3 file 김만승 2023-02-02 15
11569 묵상나눔 좁은 문 file [1] Navi Choi 2023-02-02 56
11568 걷는독서 [걷는 독서] 저 작은 별무리를 보기 위해 file [1] 박노해 2023-02-01 11
11567 묵상나눔 황금률 file [2] Navi Choi 2023-02-01 22
11566 걷는독서 [걷는 독서] 모든 것은 저마다의 때가 있다 file [1] 박노해 2023-01-31 22
11565 묵상나눔 하늘의 시각으로 땅을… file Navi Choi 2023-01-31 21
11564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나는 대박도 쪽박도 바라지 않는다 file [1] 박노해 2023-01-30 15
11563 묵상나눔 외식과 교만 file Navi Choi 2023-01-30 24
11562 묵상나눔 무저항 비폭력 file Navi Choi 2023-01-29 26
11561 걷는독서 [걷는 독서] 내 마음의 성소 하나 file [1] 박노해 2023-01-29 13
11560 걷는독서 [걷는 독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으나 file [1] 박노해 2023-01-28 8
11559 묵상나눔 화해 file Navi Choi 2023-01-28 20
» 가족글방 제가 목회할 때 이야기입니다. [1] 김요한 2023-01-27 24
11557 걷는독서 [걷는 독서] 열매들은 둥글다 file [1] 박노해 2023-01-27 17
11556 묵상나눔 싸구려 은혜 file [1] Navi Choi 2023-01-27 40
11555 걷는독서 [걷는 독서] 조급함으로 건너뛰려는 그 발길을 낮추고 file [1] 박노해 2023-01-26 16
11554 묵상나눔 왕의 대헌장 file Navi Choi 2023-01-26 21
11553 가족글방 초등학교 1학년 손녀의 자작 시 file Navi Choi 2023-01-26 21
11552 광고알림 『다음세대 큐티학교 지도자 세미나』에 동역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국제제자훈련원 2023-01-25 9
11551 광고알림 (2월) 전인치유학교 / 2월 13일 (월, 오전 10시~오후 6시) 주님사랑 2023-01-25 5
11550 걷는독서 [걷는 독서] 빈 나무마다 눈부시게 file [1] 박노해 2023-01-25 8
11549 묵상나눔 의인에게 죄를 묻는 세상 file Navi Choi 2023-01-25 17
11548 걷는독서 [걷는 독서] 어린 날 글자도 모르는 우리 할머니가 그랬지 file [1] 박노해 2023-01-24 15
11547 가족글방 현대판 바리새인의 모습 10가지 김남훈 2023-01-24 50
11546 묵상나눔 고난과 영광 : 마태복음의 쌍둥이 주제 file Navi Choi 2023-01-24 26
11545 묵상나눔 요한의 교회 file Navi Choi 2023-01-23 11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