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 영혼의 여과 연못

이성희 | 2003.12.02 21:26:57 | 메뉴 건너뛰기 쓰기
영혼의 여과 연못

지난 번에 받은 성대 수술은 저에게 큰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억지로 쉬게 하시고, 억지로 침묵 받게 하시고, 억지로 은혜 받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은혜'입니다. 수술 후에 여러 곳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먼저 잠시 캐나다의 처가댁을 방문했습니다. 밴쿠버 근교의 버나비에 살고 계신데 버나비에는 디어레이크(사슴의 호수)란 예쁜 이름의 호수가 있습니다. 크기가 몇 십만 평은 족히 돼 보이는 큰 시민공원입니다. 도심지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지만 이 호수를 중심으로 상태 환경을 그대로 보존한 생태 공원입니다. 도시 한복판에 그렇게 큰 생태 공원이 있다는 자체가 참 부러웠습니다. 그 공원에는 울창한 수풀과 야생화들, 그리고 야생 동물이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가끔은 코요테라는 늑대 같은 짐승이 나타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은 혼자 가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이곳에는 아침저녁으로 산책과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산책로를 잘 정돈해 걷기도 좋고 뛰기도 좋은 곳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오는 개들도 꼬리에 기쁨을 달고 다니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 공원의 규정이 개들은 반드시 목줄을 매야 합니다. 왜냐하면 다람쥐나 토끼 같은 야생 동물들이 길가에까지 나오는데 물어 죽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감탄했습니다. 산책로의 한쪽을 돌던 중 눈길을 끄는 것 하나가 있었습니다. "상태 여과 연못"(Bio filteration pond)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곳은 작은 시궁창 같은 길쭉한 연못입니다. 이 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기에 생활하수 등이 이 호수로 유입됩니다. 이 연못은 그러한 물들을 여과하여 호수로 흘려보내는 장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안내판에는 어디에서 흘러오는 물이 이 연못을 통해 어떻게 호수로 들어가게 되는지를 자세하게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여과 연못을 머릿속에 그리며 산책을 계속했습니다. 제 영혼의 여과 연못을 만들며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세상에 사는 우리들은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사람인데 세상에 사는 동안은 세상의 온갖 오염된 것들이 우리 눈과 귀를 통해 우리 영혼에 유입됩니다. 막을 수 없는 공중파와 인터넷을 통해 우리 눈과 귀, 그리고 영혼이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의 음란 사이트는 190만 개 이상이고 그 외에도 온갖 유해사이트들이 넘쳐납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는 것보다 점점 썩어가게 하는 것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영혼에 여과 연못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눈과 귀에 필터가 필요한 것입니다. 디어 레이크에는 바이오필터레이션이 있지만 우리 영혼에는 소울필터레이션(soul-filteration)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이것을 작동시키는 것이 말씀 묵상입니다.

─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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