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임의진 › [시골편지] 꼴찌들의 합창

임의진 | 2009.01.13 21:19:24 | 메뉴 건너뛰기 쓰기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시답잖은 영웅호걸들 얘기는 난 글쎄 듣기 별로다. 입에 거품 물고 악착같이 달려들어 1등을 따낸 얘기, 대박이 났다는 행운아들의 성공담, 각계에서 나름 명망을 틀어 쥔 자칭 지도층 리더님들의 출세담, 요런 위인들의 명함을 뒤적거리며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딱해 보일 뿐이다. 방귀깨나 뀌는 명문가들 뒷얘기, 영광스러운 금메달의 숨은 비기나 비결, 뭐 그런 쪽으로 관심을 두어 어쩌겠다는 말인지. 바닥에서 비롯됐던 옛 전설과 달리 요새 세상은 출발선부터가 아예 달라. 공상 망상 꿈꾸는 거야 자유겠지만. 1%의 도도하고 외로운 봉황보다는 다난한 하루 삶을 만끽하며 그만그만한 친구들과 재재거리며 행복한 산새들에게 마음이 간다. 눈물과 한숨의 곁에 머무르며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들이 진정 박수 받고 존경 받는 세상은 올까, 정말 그런 날이 있을까.


“뭐땀시롱 그라고 밖으로만 나댕기신다요. 바가치눈(함박눈)엔 난봉쟁이도 아랫목에다만 심을 쓴다등마는. 메락없이(괜히) 쏘다니믄 돈이나 쓰재 별 거시기가 있겄소잉.” 아릿재 아짐이 어디 나다니지 말고 같이 살자는 소리로 그리 하신다. 꼴찌들끼리 합창하면서 보릿대춤을 추어대는 날마다. 나는 비싼 밥 얻어먹으며 밖으로 맴돌았다. 당분간 외출금지, 차를 동리 보이는 데다가 오래 세워둔다. 어벙하기 짝이 없는 나도, 짜잔뱅이 꼴찌 합창에 일조해야지.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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