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배우는 별세

운영자............... 조회 수 529 추천 수 0 2004.10.12 22: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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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배우는 별세

기독교는 역설적 종교다.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 하면 죽는다. 이것이 바로 별세의 진리다. 최근 담관암 수술을 받으며 ‘별세 삼수(三修)’를 체험한 한신교회 이중표 목사가 병상의 묵상을 통해 증류수처럼 걸러낸 ‘별세의 단상’을 본지에 보내왔다. 지금도 고통스런 치료를 받으며 별세의 삶을 증언하고 있는 한 성직자의 고고한 외침은 삶의 목적지를 잃은 채 실의와 좌절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던져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 목사의 ‘별세의 단상’을 연재한다.<편집자>

나는 고등학교 시절 극심한 가난과 영양실조로 인한 폐결핵 때문에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었던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번 담관암으로 인해 수술대 위에 눕기까지 목회를 하면서 이미 세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었다. 그것은 살아서 죽는 연습이었다.
첫번째는 1973년 담석증 때문에 쓰러진 것이다. 두번째는 1980년 한신교회 개척 후 3년 되던 해에 오늘의 교회 자리로 이전하면서 다시 한번 쓰러졌다. 신반포 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한다고 아파트를 전전하다가 겨우 교회당을 마련하고 이내 병상에 누웠다. 그리고 세번째는 7년이 지난 1987년 쓰러졌다. 그 해는 전세로 입주해 있던 지금의 건물을 교회가 매입하여 온전한 성전을 갖춘 후 비로소 안정적인 교회사역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세번 쓰러져 입원과 수술을 반복한 이 사건들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살아서 죽는 별세를 알게 하시는 은혜의 섭리였다.
별세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이른다. 그리고 별세의 신앙이란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자신의 것으로 고백하는 신앙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부활하였음을 고백하는 자의 신앙이 바로 별세의 신앙이다. 여기에는 큰 고통이 없다. 죽음의 고통은 그리스도가 졌고 우리는 다만 그 은혜를 믿고 받기만 하면 된다. 이 신앙으로 사는 것이 별세신앙이다.
별세신앙은 가장 평범하게는 매일 매일의 잠 속에서 경험한다. 잠에 들 때마다 우리는 죽음을 경험하며 이튿날 잠에서 깨어나 새 날을 맞이하면서 부활을 예감한다. 전신마취와 함께 받는 수술도 이와 같다. 마취와 함께 모든 의식을 잃는 것은 죽음에 대한 한 체험이다. 죽음에서 깨어난 다음에는 그 병을 고치고 새로운 존재로 깨어나 부활 생명을 예감한다.

첫번째와 두번째 수술 속에서 어렴풋하였던 이 생각은 세번째 수술을 받으면서 보다 분명해졌다. 서울대병원에서 한 세번째 수술에서 의사는 마취 결과를 확인하면서 “아직 마취가 되지 않았네”하고 말하였다. 조금 있다가 의사는 다시 나를 확인했다. 이 때 의사가 한 말은 아직 의식이 남아있던 나에게 하늘의 음성으로 나의 고막을 울렸다.

“아직도 죽지 않았네!”

이내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지만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온 나는 그 때 들었던 의사의 음성을 선명하게 기억해냈다. 과연 마취와 함께 죽지 않으면 고칠 수 없고, 새롭게 살려면 반드시 죽어야 했다. 십자가 없이 부활이 없고, 부활은 반드시 십자가를 통해서만 오는 것이었다. 죽음이 새 생명의 전제요 필수 조건이었다. 나는 세번의 큰 수술을 통해서 죽어서야 비로소 살 수 있음을 배웠다.

예수님과 함께 내가 죽어야 내가 예수님과 함께 살 수 있으며,부활하신 예수님과 더불어 새롭게 살려면 먼저 죽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세번의 수술은 하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부활에 이르는 성경적 신앙의 원리 곧 별세의 진리를 체감케 하시는 은혜의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지난 세번의 수술과 병상의 체험을 별세신앙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의 수련으로 여겼다. 곧 별세의 삼수(三修)다.

이 때는 살고 싶었다. 살려 달라고 많이 울었다. 고통하면서도 살 것을 꿈꾸고 생각했다. 수술하고 나면 다시 소생할 것으로 확신했고,믿음을 가지고 수술을 받았다. 기도한 대로 회복도 빨랐고,나의 사역은 다시 계속 되었다.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애원하였고,살려주시면 거룩하게 살겠노라 수없이 서원했다. 육신의 정욕,안목의 정욕,이생의 자랑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따라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겠노라 눈물로 탄원했다.
나는 그 시련을 겪으면서 주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갔으며,거룩한 주님의 사람이 되는 과정으로 정진하게 되었다. 7년마다 찾아온 시련 속에서 ‘별세의 진리’를 체험한다.

별세를 배우는 시련

나는 올해초부터 내 몸에서 이상을 감지했다. 그것은 쉬어도 계속되는 피로감이었다.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간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밀한 검진이 필요했다. 2004년 7월13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여 17일간에 걸친 내과 검진에서 담관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상당히 진행된 암이었다.

서울대병원의 자체 의료진과 국립암센터에 의뢰한 진단에서 수술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간의 같은 부위를 이미 세 차례나 수술했기 때문에 장기의 유착이 매우 심하여 수술이 곤란하며 대동맥이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에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수술을 제외하면 남은 치료법이란 방사선 치료와 화학적인 항암치료뿐이었다. 그런데 암에 걸린 담관과 간을 방사선이나 항암요법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단지 암의 진행을 잠시 늦추는 소극적 치료법이었다.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시험을 주시되 피할 길도 열어주셨다. 성도들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간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 받는다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박사에게 연결되었다. 예전에는 미처 알고 있지 못한 정보였다. 서울대병원의 검진 결과를 서울아산병원에 보내고 판단을 의뢰하였더니 수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PET 검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아직 해보지 않은 검사였는데 서울아산병원의 요청에 따라 그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 검사 결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주일 설교 준비를 위해 아내와 함께 귀가하였다. 그리고 나는 주일 설교를 준비했다. 몸은 오랜 검사로 지쳐 있었고 가슴에 밀려오는 압박감으로 더욱 힘들었다. ‘예수님의 영광’(요 12:23)이란 내용으로 설교하고 성도들에게 별세 사수(四修)에 들어가는 이 종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나는 별세 사수의 은혜를 받고 돌아오겠습니다”고 인사하자 온 교인들이 눈물과 박수로 환송했다. 그리고 주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검사가 5일간이나 계속되었다. 모든 검사는 혈액과 X선 검사였다. 피검사를 받을 때마다 주님이 “네 핏속에 내 보혈을 받았느냐”고 질문하는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X선 검사를 받을 때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시면서 “네 안에 오직 예수로 사는 진실이 있느냐”고 묻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나는 검사받을 때마다 눈을 감고 두려워 떨었다. 내 속에 병이 있느냐 없느냐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병든 몸이요,머리에서 발끝까지 성한 것이 없는 몸이요,병든 육체일 뿐이었다. 나는 병실을 걸을 때마다,검사실을 오갈 때마다,자리에 누웠거나,눈을 뜨고 있거나,의식이 있는 시간은 나를 별세시켜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병상에서 예수와 함께 죽고 예수와 함께 사는 별세의 은혜를 받는 기회가 될 것을 믿고 기도했다.

수술은 지난 8월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이승규 박사 집도로 1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기존 수술 부위의 유착이 심하여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암세포가 퍼져 있는 담관과 간의 40%를 절제해내는 큰 수술이었다. 별세의 신앙을 주장해온 내게 하나님께서 이번 수술 과정에서 어떤 은혜를 체험케 하실지 궁금했다. 담관암은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할 수 없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번 수술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다윗이 주의 지팡이가 함께 함을 믿었듯이 나는 그 위험한 수술 과정에서 하나님의 나를 향한 터치가 있을 것을 확신하였다. 하나님은 내 인생에 지속적으로 간섭해오셨고 미래에도 간섭하실 것이었다.

이 위험한 수술,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수술 앞에서 별세 신앙의 비전대로 주님과 함께 죽고 사는 은혜를 소원하였다. 별세의 사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좋으신 하나님이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었다.
/이중표 목사

성경의 인물
성경에 나오는 왕에서 노예, 예언자, 거짓 선지자에 이르기까지 약 400명의 인물들을 정렬하고, 관계 성구, 배경해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되새기도록 구성한 인물 백과사전. 믿음의 선배들이 어떻게 위대한 삶을 살고, 투쟁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며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부록: 성경에 나오는 전 인물<약2500명> 수록)
한 태 완 목사 著, 좋은 땅 (주문전화:386-8660), 정가 40,000원
좋은땅 인터넷 http://www.g-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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