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용서를 낳고...

운영자............... 조회 수 1342 추천 수 0 2004.05.27 06:10:39
.........
용서는 용서를 낳고...



작년 겨울, 7년간의 무사고 운전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랄 것 까지야 없지만 학원 승합차를 몰고 나갔다가 그만 길가에 세워 놓은 다른 승합차의 뒷 꽁무니를 살짝 긁어 버린 것이다. 그 차의 주인은 학교 앞 문구점 아저씨였는데 한참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수리하실 때 연락주세요."

정중히 명함을 건네고는 얼른 학원으로 되돌아 왔는데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가 입장이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했다. 편도 2차선의 비좁은 도로를 달리다 신호대기로 잠시 멈추어 서 있었는데 뒤 따라오던 차가 제법 강하게 내 뒤를 박아 버린 것이다. 차에서 내리니 지방 번호판을 달고있던 흰색 차량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아주머니 한분이 굽신거리면서 차문을 열고 내렸다. 차는 범퍼 페인트만 살짝 벗겨질 정도의 경미한 상처만 나 있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잠시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수리비가 좀 나올 텐데... 받을 건 받아? 수리비가 얼마나 들지? 얼마 달라고 하지? 이런 것도 보험처리 되나?'

그러다 문득 지난번 학교 앞에서 내가 긁어버린 승합차 생각이 났다. 나는 내 차만큼이나 상처 입은 아주머니 차를 한번 바라보고는 제법 멋진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아주머니가 수리비 많이 나오겠는데요? 모르는 길 다니실 때는 운전 조심하세요."

그리고는 차에 올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백미러를 바라보니 아주머니는 어쩔줄 몰라하며 연신 굽신거리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한 백미터 정도를 달리다 '괜히 그랬나? 조금이라도 받을 걸...'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멋진 남자가 되고 싶어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름대로 '용서'였고, 넓은 의미의 '탕감'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몇일 후, 우연히 예전에 내가 긁어 놓았던 승합차를 보게 되었다. 혹시나 차 주인이 지나치게 수리를 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주인 아저씨는 긁혀진 부분을 페인트로 쓰윽 칠해 놓고는 지나가는 나를 바라보며 가만히 웃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 또한 그 아저씨로부터 탕감 받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주책 맞게도 주기도문의 한 구절이 입에서 흘러 나왔다.

"내가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나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이젠......... 조심히 운전해야지...

/고영훈(대전 대성복음교회 교육전도사, 대우정보처리학원 교무과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50 사탄의 열 가지 전술 ⑴ 교만 운영자 2004-05-26 493
11549 사탄의 열 가지 전술 ⑴ 교만 운영자 2004-05-26 1227
11548 우정과 만남 운영자 2004-05-26 760
11547 아무도 몰래 눈물 훔치는 상민씨 운영자 2004-05-26 420
11546 소망을 이루는 기다림과 훈련 복음 2004-05-26 1111
11545 행복한 부부의 경쟁력 운영자 2004-05-26 477
11544 교회 선거 일반 선거와 다른점 없어 운영자 2004-05-26 302
11543 사탄의 열 가지 전술⑵ 절망 운영자 2004-05-26 441
11542 사탄의 열 가지 전술⑵ 절망 운영자 2004-05-26 826
11541 과거로부터 자유롭습니까? 복음 2004-05-26 561
11540 성장, 성장, 성장 운영자 2004-05-27 1343
11539 성장, 성장, 성장 운영자 2004-05-27 813
11538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운영자 2004-05-27 1094
11537 용서 운영자 2004-05-27 1156
» 용서는 용서를 낳고... 운영자 2004-05-27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