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

운영자............... 조회 수 1231 추천 수 0 2001.06.18 20:16:49
.........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특별히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어머님은 34살에 8번째로 저를 낳으셨습니다. 12년 동안 8명을 낳으셨으니 참 고생하셨습니다. 이 사실만 생각해도 어머님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옵니다.


제가 7살 때 아버님은 사업에 실패하고 폐병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때 어머님은 폐병 3기로 사경을 헤매는 아버님을 지성으로 병간호하시면서, 수줍음이 많아 남 앞에서 말씀 한마디 못하시는 분이 보따리 이불장사를 하시며 우리 8자녀를 먹여 살렸습니다. 그 정성으로 아버님은 1년만에 병상에서 일어나셨는데, 저는 그때 어머님이 겉은 유하지만 속은 강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제가 선생님으로부터 계속 야단맞는 것을 아시고 어머님이 어려운 중에서도 돈 약간을 마련하여 사람들 보는데서 봉투에도 넣지 않고 눈치 없이 드렸다가 선생님한테 크게 무안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님은 세상물정이 어두우신 매우 순박하신 분이셨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들이 남한산성에 놀러가서, 난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님이 가족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 어머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부르셨습니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 그때 어머님이 얼마나 측은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머님이 조금 일찍 하나님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하나님을 모르고 산다는 것은 정말 "울밑에 선 봉선화"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청소년기에 방황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저는 항상 어머님에게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어머니는 그때부터 태어나신 지 53년만에 처음으로 교회를 다녔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의 방황이 어머님에게 하나님을 찾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여러분! 자녀의 방황을 보고 너무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것조차 하나님은 충분히 선으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방황을 해서 사랑하는 어머님을 마음 아프게 한 기억 때문에 198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저는 한번도 어머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 자녀가 한 때 마음 아프게 하는 것! 그것 때문에 너무 속상해하지 마십시오. 자녀가 철이 들면 그 일 때문에 더 효도하게 될 것입니다.


87년 2월 7일은 참으로 불길한 날이었습니다. 그날 따라 아버님이 새벽 2시가 넘도록 전화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몇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2시 30분 불길한 전화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서울 약수동에 있는 아버님 가게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때 어머님은 침착했습니다. 아버님이 그 일 때문에 늦으시는가보다 하고 생각하셨습니다.


얼마 후 아버님이 새벽 3시 넘어서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러나 아버님은 가게에 불이 난 사실을 모르고 계셨습니다. 가게에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곧 바로 아버님은 묵묵히 가게로 향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측은하게 보였습니다. 그때 아버님은 상당한 재산피해를 봤습니다. 곧 아버님의 가게는 부도나 풍지박산이 되었고, 보름만에 부모님은 자녀들이 마련해 드린 몇 푼의 돈을 가지고 미국으로 떠나가셨습니다.


그때 7명 자녀는 모두 결혼했고 저만 결혼하지 않고 남았는데, 저만 홀로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나는 것이 못내 미안하지 어머님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시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려 저를 불쌍하게 쳐다보셨습니다. 그때부터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저는 항상 어머님의 기도를 항상 느끼고 살았고, 어머님의 기도는 저를 고비 때마다 지켜주었습니다.


부모님이 미국에 떠난 지 5개월만에 저는 미국 유학을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식사를 불규칙하게 해서인지 1개월 이상 체기로 고생하다가, 마침내 8월 3일 급성 위경련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의 병들 중에서 제일 고통이 큰 병이 위경련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때 고통으로 인해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3일간 저는 집안을 뒹굴었습니다. 전화를 걸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힘도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힘든 소리를 잘 안 하는 성격 때문에 전화를 걸 의지도 없었습니다. 물론 3일 동안은 병원에 갈 힘도 없었습니다. 그저 배를 쥐어짜고 혼자 헉헉거리며 신음하기만 했습니다.


8월 6일 저녁 10시경에 전화 벨소리가 들렸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온 어머니 전화였습니다. 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걱정을 시켜드리지 않으려고 태연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얘야! 아무 일 없냐?" "네. 아무 일 없어요. 어떻게 전화하셨어요?" "지난 며칠간 꿈속에서 네가 너무 아파하더구나! 그런데 꿈을 꿀 때마다 이상하게 내 몸도 똑같이 아파 와서 한번 전화해 봤다. 정말 아무 일 없냐?"


저는 그때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밤새도록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울먹였습니다. 저는 그때 어머님이 정말로 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가장 절실하게 체감했고, 어머님이 정말로 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강했으면 저의 고통이 그대로 어머니의 몸에 느껴지겠습니까? 그 뒤 어머니의 기도만 생각하면 왠지 힘이 솟고 얼마나 마음이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아침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부모님의 목소리만 들으면 언제나 힘이 솟습니다. 사실상 부모님의 삶은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았던 삶이었습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대개 그렇게 살아오셨습니다. 저의 어머님 이야기는 사실상 우리들의 어머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떤 경우에도 따뜻해야 할 것입니다. 부모님의 주름살을 추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름살진 그 얼굴을 우리 아들딸의 얼굴보다 아름답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인생은 진정한 의미의 철든 인생이 될 것입니다./이한규 목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55 어미새는 반드시 놓아주고 운영자 2001-06-18 2130
31154 즐거운 대화 운영자 2001-06-18 1294
31153 술은 육체와 영혼을 죽인다 운영자 2001-06-18 1147
31152 바른 시각을 유지함 운영자 2001-06-18 774
31151 가족끼리 ‘신앙의 추억’ 만들자 운영자 2001-06-18 1457
31150 오직 깨어 근신하라 운영자 2001-06-18 1353
31149 지도자의 허위의식 운영자 2001-06-18 888
31148 작은 관심 큰 사랑 복음 2001-06-18 1284
31147 이웃에 사랑과 관심을 복음 2001-06-18 1044
31146 비난으로부터의 휴가 운영자 2001-06-18 997
31145 경건은 왜 중요한가? 운영자 2001-06-18 896
»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 운영자 2001-06-18 1231
31143 편견은 진리를 놓치게 합니다 운영자 2001-06-18 1192
31142 말의 위력 운영자 2001-06-18 2201
31141 양복 한 벌 4천원 운영자 2001-06-19 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