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운영자............... 조회 수 676 추천 수 0 2001.08.31 04: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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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오늘은 저의 결혼 1주년 되는 날입니다. 지금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내 남편과 살과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날이 벌써 365일이 되었습니다. 오늘 밤 그이와 결혼식때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이는 한장도 입을 다물고 찍은 사진이 없었습니다. -_-;


그러나 한장도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빠였습니다...


결혼식 전날이었습니다. 전 너무나도 설레이는 마음에 밤늦게까지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문득 달이 보고 싶었습니다. 집 앞마당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는 누군가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아빠였습니다. 아빠는 밤하늘에 걸린 달을 보며 계속해서 줄담배를 태우고 계셨습니다. 아빠의 다른 한손에는 저의 백일사진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아빠는 저의 백일사진을 한참을 뚫어지게 보시더니 가만히 품으로 가져가시는 것이었습니다. 그순간 아버지의 눈가에 깊게 패인 주름을 보았습니다. 조용히 아빠등뒤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갈수 없었습니다.


아빠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았습니다. 언제나 완고하고 강하게만 느껴지던 아빠가 오늘처럼 작고 왜소하게 보여진적이 없었습니다. 살며시 아빠등뒤를 안았습니다. 어느덧 아빠의 어깨와 저의 어깨가 같은 위치까지 왔습니다...


" 내 딸아... 내가 너의 아버지라는 것이 자랑스럽구나..."


아빠의 말이었습니다. 언제나 말썽피우고 문제만 일으키며 다녔던 내게 아버지는 내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때였습니다. 저는 원래 가족계획에 없었는데 아버지의 왕성한 혈기에 우연찮게 태어난 핏줄이라고 했습니다. -_-;


그래서 아빠와 난 나이차가 많습니다. 다른 친구들 아빠는 다들 젊고 힘도 세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나이도 많고 머리도 많이 하얗습니다. 아빠랑 교문을 나올때였습니다. 친구가 물었습니다. " 아빠 안 오셨니? " 라고.


그런데 더 못된건 제가 " 아빠가 많이 바쁘셔서....할아버지가 대신 오셨어.. " 라며 아빠를 친구에게 소개를 시켜 주었습니다. 그때는 다른 아빠보다 키도 작고 머리도 하얀 아빠가 부끄럽게만 생각되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버지는 머리를 새까맣게 염색을 하셨고 좀더 세게 다리좀 땡겨보라며 엄마를 닥달하셨습니다....


중학교때의 일입니다. 아빠생각때문에 기말고사를 몽땅 말아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빠가 땅덕을 많이 보셔서 어깨를 펴고 사시지만 고등학교때까지만 하더라도 한번도 제대로 허리를 펴고 사신적이 없었습니다. 기말고사 마지막날이었습니다. 늦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빠, 엄마가 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렵게 살아오신 두 분 덕에 가훈이 '잘먹자'인 우리집에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밥을 대충 먹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무슨일인가 싶어 안방문을 살며시 열어 엄마, 아빠를 보았습니다.


엄마가 아빠의 허벅지 사이에 30cm 이상 깊게 패인 상처에 고약을 발라주고 계셨습니다. 어제 막일을 하시다가 못뿌리에 긁힌 것이라고 아빠가 말했습니다.엄마는 계속 병원에 가보자고 했지만 아빠는 괜찮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더니 끝내 아빠가 내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조금 있으면 막내둥이 생일이야. 하루벌어 하루사는 우리가 병원가서 돈 다 쓰면 가뜩이나 해준것 없는 우리 막내둥이한테 내가 미안해. 난 조금 아프면 돼. 허나 막내둥이는 가슴 아프면 안돼. 이번엔 좋은걸 해주고 싶어."


그날 아침 절름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비틀비틀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향하시는아빠의 뒷모습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겨울에 태어난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그리고 결혼식날이었습니다. 신부입장. 저 앞에 그이가 어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부의 손을 살며시 잡고 입장하라는 안내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내 손을 꼬옥 잡고는 입장을 하셨습니다.


아빠의 한군데도 성한곳이없는 손을보자 문득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아빠의 손을 더욱더 꼬옥 잡았습니다. 신랑앞에 서서 손을 건네 주어야 될순서에서도 아빠는 제 손을 놓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그이의 뺨을 때리고서는 '내 딸을 훔쳐가는 댓가야!'라는 말씀과 함께 깊게 그이를 안았습니다. 당황해 하고 있는 그이에게 못내 아쉽게 내 손을 건네주고는 자리로 돌아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에서 짙은 외로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아빠의 일흔 네번째 생신입니다. 그때는... 그때는 정말 말하렵니다.가슴깊이 담아두었던 내 영혼의 말을...


아빠....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듣거라 이 세상 모든 딸들아... 그리고 아들들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땀과 고통과 시련을 참고 견뎌왔던가...


과연 우리가 그들에게 그런 아픔과 시련을 참고 견뎌 나갈


만큼의 의미가 있는 존재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일터로 나가게 하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수영도 못하는 자신들이 물에 빠진


자식들을 위해 단 1초의 망설임도없이 물속으로 뛰어들게 하는가? 우리는 너무 우리들 생각만으로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은가? 지금도 어디에선 부러진 다리를 붙잡고 일터로 나가야만 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을 것이다.


우리들 생각만으로 가득찬 바로 우리를 위해서.


그대들이여.. 다들 알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살아왔던 희생과 사랑으로 어울어진 시간만큼 우리도 그들이 걸어왔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떤가, 그대들? 오늘은 한번쯤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리광을 피워보지 않으련가?..


어떤가, 그대들? 오늘은 한번쯤 그들에게 큰 목소리로


'사랑해요' 라는 말을 전하지 않으련가?..


어떤가, 그대들? 오늘은 한번쯤 그들을 위해 진정으로


울어보지 않으련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이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또한 그들을 사랑한다는것을..




예화포커스


목사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엮은 예화 백과사전이다. 추상적인 진리를 구체화하는 데 유용한 예화 중에서도 아주 감동적이고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것들을 가려 실었다. 이 예화집은 믿음, 교육, 소망, 사랑, 성공, 용서, 찬송, 행복 등 각 주제별(전 50권)로 되어 있으며, 성경말씀, 명언, 묵상자료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 태 완 목사 편저, 좋은 땅 전화:386-8660, 각 권 값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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