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별세의 친구

운영자............... 조회 수 976 추천 수 0 2004.10.14 0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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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별세의 친구

사람의 최후는 거의 병으로 마친다. 병중에서 가장 편안한 안락사는 늙어 노사(老死)하거나 심장병,갑자기 쓰러져 뇌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런 최후는 중풍으로 누워서 고통 당하는 일이요며 치매로 가족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일이다. 그러나 암으로 고통 당하는 이들은 최후에 대한 선언을 받았으므로 스스로 준비하면서 삶과 죽음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의미있는 병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암은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아니고 함께 살아야 할 친구’로 여기라는 것이다.
암은 싸워 이기는 병이 아니다. 암이 내 몸에 찾아오면 내 몸에서 암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가 없다. 다만 암을 다스리며 살아가야 한다. 암은 내 몸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암은 좋든 싫든 운명적인 친구가 되는 것이다. 잘 사귀어서 떠나게 하든지 잠잠히 있게 해서 함께 살아야지 그를 괴롭혀 극성을 부리게 하면 둘 다 망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암과 싸워서 이기려고 한다. 그리고 암을 적으로 생각하고 그 적을 전멸시키야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병은 싸워서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암은 싸워 이기려고 하면 안된다. 암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체내에서 스스로 생긴 병이다. 그래서 암은 영어로 ‘게’를 의미하는 ‘cancer’로 표기한다.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질 줄 모르는 유사성에서 같은 단어로 쓰인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 암(癌)도 바위 ‘암’(岩)에서 유래했다.

암은 나를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찾아온 무서운 존재이다. 그러나 그와 잘 사귀어 내 몸에서 조용히 떠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는 내 몸에 죽음의 사자로 찾아온 암을 두려워하거나 적대시하거나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죽음으로 데려갈 적군으로 여기지 않고 친구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암에게 속삭여주었다. “네가 내 몸을 찾아주어 고맙다. 나는 별세를 배우는 하나님의 종이며 별세의 수련생이다. 내게 별세를 가르쳐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렴.” 그런 생각을 하니 암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내 마음은 더욱 자유롭고 평화롭기만 했다.

많은 분이 암과 싸우면서 수명을 연장시킨 것을 큰 자랑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몇 년 더 살아도 결국 죽는다. 결국 암은 죽음으로 인도한다. 그러므로 죽을 때까지 친구로 삼아야 한다. 나를 괴롭히는 원수까지 친구로 만들어 사는 용서와 화해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은 별세의 최고의 경지이며 사랑의 극치이다. 이제 적을 친구로 맞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화와 자유를 이루는 일이요,자신을 철저하게 별세시키는 일이다. 예수와 함께 죽으므로 나를 죽이는 일이요,예수와 함께 살므로 예수를 나의 주로 모시고 사는 일이다.

암은 나를 다스리는 별세의 친구요,예수와 함께 사는 겸손과 인내를 가르치는 안내자로 인정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알고 치료의 전 과정에서 별세를 배우고 있다. 방사선 치료나 화학적 약물치료 앞에서 나는 순간순간 깊은 기도를 드린다.

“내 심령 속에서 별세시켜 주옵소서.”


떠남의 별세

내가 중환자실에서 두번째 밤을 맞이한 날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교인들,그리고 이 종을 섬기는 여종들이 찾아왔다. 한 여종이 곁에 와서 아들이 영국 유학을 빨리 떠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여종의 아들은 나를 수행하는 보좌사역자로 2년간 동행한 후 영국으로 유학하게 돼있었다. 아픈 목사님 곁을 떠날 수 없다고 하는 아들에게 수술이 잘되었으니 염려하지 말고 떠나도록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나는 죽음의 계곡을 헤매었다. 그들이 돌아간 후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위험한 단계였는지 모른다. 중환자실의 이동식 기계로 초음파촬영 CT촬영 X선촬영 등 수없는 검사가 계속되었다. 열이 오르고 심장이 요동치는 등 고통스럽고 불안한 시간이 새벽까지 계속되다가 잠시 잠이 들었다. 그때 주님이 깊은 은혜를 남겨주셨다. 마태복음 20장 21∼23절 말씀이 환상 중에 나타났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무엇을 원하느뇨 가로되 이 나의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명하소서…”

이 말씀을 예수님은 이 종을 향하여 들려주고 계셨다. 나는 예수님이 주시는 잔을 마시도록 부르심 받은 종이요,내 곁에도 이 잔을 마실 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 주님은 “이 잔을 마시는데 관심이 없는 자는 수종도 아니요 수행도 아니요 섬김도 아니니 다 떠나게 하라 떠나게 하라 떠나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일절 교인과 친구들의 면회를 거절했다. 면회도 위로가 되지 못했고 주님은 나와 함께 주님이 주시는 별세의 잔을 마시는 자가 친구요 동역자요 형제인 것을 알게 하셨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하시더라”(마 12:50)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십자가에 죽고 부활케 하는 것이요,아들의 뜻은 아버지에게 믿음으로 순종하는 것이다. 나는 예수님이 주시는 잔을 나의 잔으로 받아들이는 제자가 되고 싶었고 나의 좌?우편에도 주님의 잔을 마시려는 형제요 자매,동역자를 찾게 되었다. 지금 내게는 떠나야 할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환경이 있다. 그리고 떠나보내야 할 사람이 많다.

아스니우스는 궁정학자로 왕자들의 가정교사였는데 평소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고요한 시간에 골방에서 기도를 하던 중 그는 내면으로부터 들리는 하나님의 응답에 귀를 기울였다.

“떠나라,침묵하라,그리고 기도하라!”

하나님의 응답에 순종하기 위해 그는 즉시 항구로 나가 몰래 배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를 가로질러 곧장 사막으로 들어갔다. “주님,내가 말씀에 순종하여 세상으로부터 떠나 이곳까지 왔습니다.” 그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꿇어앉아 주님께 기도했다. 그러나 내면의 소리는 여전히 떠나라는 음성만 들려왔다. 그는 한동안 그 말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없어 고민하며 기도하다 마침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떠나라는 뜻임을 깨달았다. 그는 먼저 세상의 집단의식으로부터 떠났다. 떠남은 고독을 낳았다. 그 고독 속에서 말과 생각이 없는 침묵을 배웠다. 떠남을 통해 그는 새로운 영성을 얻는 신비를 체험했다.
사람이 병들면 떠남의 신비를 배운다. 사람 물질 명예 소유도 떠난다. 애인도 떠나고 심지어 가족도 떠난다. 병든 목사에게는 교인도 떠난다. 다 떠나게 된다. 저들이 떠나는 것을 내 눈으로 보면 병든 인간의 비참함을 슬퍼하고 절망하게 된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떠나면 떠남의 신비를 체험케 된다.

나는 병상에서 사람을 거절했다. 그리고 혼자 떠나는 별세를 체험키로 했다. 혼자 천국으로 향하여 예수님과 그 길을 걷기로 했다. “떠나라,떠나게 하라,떠나보내게 하라.” 이 음성이 지금도 내 귓전을 울린다.

<이 칼럼은 이중표 목사님께서 수술 전후,그리고 지금도 계속되는 치료 과정에서 받은 은혜를 별세사수 단상으로 집필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의 인물
성경에 나오는 왕에서 노예, 예언자, 거짓 선지자에 이르기까지 약 400명의 인물들을 정렬하고, 관계 성구, 배경해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되새기도록 구성한 인물 백과사전. 믿음의 선배들이 어떻게 위대한 삶을 살고, 투쟁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며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부록: 성경에 나오는 전 인물<약2500명> 수록)
한 태 완 목사 著, 좋은 땅 (주문전화:386-8660), 정가 40,000원
좋은땅 인터넷 http://www.g-world.co.kr
좋은땅 이메일 gworld@g-world.co.kr
저자 홈페이지: http://allcome.ce.ro, http://je333.c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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