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한승지............... 조회 수 324 추천 수 0 2001.08.23 17: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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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민희야 밥먹어야지~"


오늘도 아빠의 잔소리는 시작이다.


"꼭 엄마 없는 티를 저렇게 내고 싶을까?" 정말 쪽팔려서 같이 못 살겠다... 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집에 오면, 항상 앞치마를 매고 있는 아빠 모습이 정말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내 엄마는 내가 3살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얼굴하나 기억 못한다. 난...


그리고 쭉 아빠와 살아왔다.


난 아빠가 싫다. 언제나 잔소리만 하고, 눈 한쪽 시력만 잃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왔던 그런 아빠가 너무 지긋지긋하다. 여건만 된다면 나 혼자 살고 싶다.


우리 집은 무척이나 가난하기 때문에, 난 그 가난을 만든 아빠.. 그래서 아빠가 더 싫은가 보다. 방도 하나라서, 내가 방을 쓰고 아빠는 거실에서 주무시고, 생활하신다.


20평도 안 되는 우리 집... 난 너무 창피하다. 아빠도 너무 창피하다.


어느 날 부터, 아빠께서 자꾸 속이 쓰리신다고 하신다. 난 그럴 때는, 그냥 모른 체 해왔다...


3년 뒤.. 그 날도, 어김없이 아빠와 아침부터 티격태격 이었다. 아니, 나 혼자 일방적으로 화내고, 아빠께 함부로 대했다. 그래놓고, 나 혼자 화내면서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런데, 그 날.. 학교에 전화가 왔다. 아빠가 병원에 계신다고... 난 병원으로 갔다. 놀라서 뛰어가는 것도 아닌, 그냥 보통 걸음으로 천천히.. 느릿느릿..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다.


귀찮게만 느껴졌다. 아빠가 병원 다니시는 건 많이 봐온 일이니까. 항상, 몸살에 감기에... 맨날 병원신세만 지셨다. 한, 3~4년이란 시간들을...


난 간호사에게 아빠이름을 대고, 입원실을 물어보는 순간, 간호사의 말에 너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가셨다니... 그리고 뒤를 이으며 말씀하셨다.


"민희가 누구예요? 자꾸 민희 이름만 부르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참 안타까웠죠."


"민희요? 저예요, 저~! 바로 저라고요!!!! 저여!! 라고, 아빠한테 말씀 좀 해주세요" 난 너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내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되 있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밤을 새면서 아빠 유품 정리에 바빴다. 거실.. 아빠 옷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노트... 3년 정도 전 부터 쓰여진 걸로 보였다. 그렇게 해서, 공책 8권..


"민희야, 오늘병원에 갔었거든? 그런데 암이래. 암... 괜찮겠지? 민희야... 아빠 괜찮겠지? 아빠 낫고 싶어.. 아빠 너와 함께 이렇게 한 집에서 살고 싶어 민희 ..."


"민희야, 오늘 병원에 갔었거든? 그런데 빨리 수술을 해야한데... 수술비도 어마 어마 한다고 한다... 민희는 고등학교 사립으로 가는 게 소원이지? 공부도 잘 하니까, 우리 민희는... 하지만 아빠가 수술하면 그 꿈도 무너지겠지. 우리 민희의 소중한 꿈이... 아빤, 그냥... 수술하지 않기로 했어. 조금의 아픔은 있겠지.. 하지만.. 아빤 민희 곁을 떠나지 않아..."


"민희야, 아빤, 널 정말 사랑했어.. 아빠 통증이 너무 심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아파, 민희야. 하지만 우리 민희를 보며 견뎌내야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딸 민희를 위해서 말이야."


"민희야 넌 아프지 말아라... 그리고 그동안 이 못난 아빠... 그것도 아빠라고 생각해 주면서 잘 따라줘서 고맙고, 미안해, 아빠가..."


"민희야, 아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민희 아침밥 항상 안 챙겨 먹지? 아빠 없어도 아침밥은 먹어야해. 그래야 하루가 든든하지. 그리고 도시락... 민희가 조금만 일찍 일어나자! 그래서 꼭 도시락 가지고 가라. 응? 또, 밤엔 집 문 걸어 잠그고 자구 너 혼자 이 넓기 만한 세상에 두고 가야해. 아빠... 너무 미안해... 민희야, 못난 아빠를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그냥... 행복해라, 민희야.."


"아빠, 청바지 주머니 뒤져보면은, 봉투가 있을 거야. 거기에 너 고등학교 3년 동안 다닐 수 있는 진학서 끊어놨구 또 대학교도 이 돈들로 충분히 네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얼마 되진 않지만... 아빠가 그래도 하느라구 해서 모은 거니까 그냥 받아줬으면 좋겠다.... 아빤 민희 지켜볼 거야... 사랑한다, 민희야!"


나만 위해주고, 나만 지켜보고... 그러시던 아빠인데... 내가 너무너무 못되게 굴어도 너무 너무 밉게 굴어도 다 받아주시고, 웃기만 하시던 그런 아빠인데... 이젠, 어떻게... 나 이제 어떻게 해. 아빠가 숨쉬지 않는 이 세상.. 나에게도 의미가 없어. "아빠, 그곳에서 지금 행복하시죠? 그곳에서는 병원 다니세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세요... 그곳에서는 나 같은 딸, 짐승보다 못한 나 같은 딸 잊어버리세요.. 그리고 편히, 행복하게 쉬세요... 사랑해요.. 아니 이 말도 아빠에겐 너무 부족한 말이죠... 나 웃으면서 살 거예요.


나도 행복할 거예요... 근데.. 아빠... 나 자꾸 눈물이 흘러요... 나도 자꾸 아파 와요... 나 너무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는데... 어떻게 해야해요? 전처럼.. 웃으면서 그렇게 내 옆에서 있어줄 수는 없는 거예요? 정말 그런 거예요? 나 웃을 수가 없단 말이야... 나 갈 때까지, 기다려요 아빠... 내가 가면, 더 좋은 딸 될게요... 착한 딸 될게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하고 사랑했던 우리 아빠... 꼭 기다리세요, 아빠....".




예화포커스


목사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엮은 예화 백과사전이다. 추상적인 진리를 구체화하는 데 유용한 예화 중에서도 아주 감동적이고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것들을 가려 실었다. 이 예화집은 가정, 감사, 건강, 교육, 교회, 믿음, 소망, 사랑, 성공, 용서, 찬송, 효도, 행복, 등 각 주제별(전 50권)로 되어 있으며, 성경말씀, 명언, 묵상자료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 태 완 목사 편저, 좋은 땅 (전화:386-8660), 각 권 값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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