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를 배우는 시련

운영자............... 조회 수 557 추천 수 0 2004.10.12 22: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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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를 배우는 시련

나는 올해초부터 내 몸에서 이상을 감지했다. 그것은 쉬어도 계속되는 피로감이었다. 평소 다니던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간에 이상 징후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밀한 검진이 필요했다. 2004년 7월13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여 17일간에 걸친 내과 검진에서 담관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상당히 진행된 암이었다.

서울대병원의 자체 의료진과 국립암센터에 의뢰한 진단에서 수술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간의 같은 부위를 이미 세 차례나 수술했기 때문에 장기의 유착이 매우 심하여 수술이 곤란하며 대동맥이 가까이 지나가기 때문에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수술을 제외하면 남은 치료법이란 방사선 치료와 화학적인 항암치료뿐이었다. 그런데 암에 걸린 담관과 간을 방사선이나 항암요법으로 치료한다는 것은 단지 암의 진행을 잠시 늦추는 소극적 치료법이었다.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시험을 주시되 피할 길도 열어주셨다. 성도들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간 수술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 받는다는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박사에게 연결되었다. 예전에는 미처 알고 있지 못한 정보였다. 서울대병원의 검진 결과를 서울아산병원에 보내고 판단을 의뢰하였더니 수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려면 PET 검진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아직 해보지 않은 검사였는데 서울아산병원의 요청에 따라 그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 검사 결과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주일 설교 준비를 위해 아내와 함께 귀가하였다. 그리고 나는 주일 설교를 준비했다. 몸은 오랜 검사로 지쳐 있었고 가슴에 밀려오는 압박감으로 더욱 힘들었다. ‘예수님의 영광’(요 12:23)이란 내용으로 설교하고 성도들에게 별세 사수(四修)에 들어가는 이 종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나는 별세 사수의 은혜를 받고 돌아오겠습니다”고 인사하자 온 교인들이 눈물과 박수로 환송했다. 그리고 주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검사가 5일간이나 계속되었다. 모든 검사는 혈액과 X선 검사였다. 피검사를 받을 때마다 주님이 “네 핏속에 내 보혈을 받았느냐”고 질문하는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X선 검사를 받을 때면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시면서 “네 안에 오직 예수로 사는 진실이 있느냐”고 묻는 것을 느꼈다. 그리하여 나는 검사받을 때마다 눈을 감고 두려워 떨었다. 내 속에 병이 있느냐 없느냐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미 병든 몸이요,머리에서 발끝까지 성한 것이 없는 몸이요,병든 육체일 뿐이었다. 나는 병실을 걸을 때마다,검사실을 오갈 때마다,자리에 누웠거나,눈을 뜨고 있거나,의식이 있는 시간은 나를 별세시켜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병상에서 예수와 함께 죽고 예수와 함께 사는 별세의 은혜를 받는 기회가 될 것을 믿고 기도했다.

수술은 지난 8월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이승규 박사 집도로 1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기존 수술 부위의 유착이 심하여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암세포가 퍼져 있는 담관과 간의 40%를 절제해내는 큰 수술이었다. 별세의 신앙을 주장해온 내게 하나님께서 이번 수술 과정에서 어떤 은혜를 체험케 하실지 궁금했다. 담관암은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치료할 수 없는 심각한 질병으로 이번 수술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다윗이 주의 지팡이가 함께 함을 믿었듯이 나는 그 위험한 수술 과정에서 하나님의 나를 향한 터치가 있을 것을 확신하였다. 하나님은 내 인생에 지속적으로 간섭해오셨고 미래에도 간섭하실 것이었다.

이 위험한 수술,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수술 앞에서 별세 신앙의 비전대로 주님과 함께 죽고 사는 은혜를 소원하였다. 별세의 사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분이 하나님이시기에,좋으신 하나님이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었다.

병의 오묘한 섭리

성직자는 병상에서도 메시지를 전한다. 뼛속 깊이 파고드는 암의 통증에도 끝내 침묵하는 하나님.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병자를 위해 예비해두신 '침묵의 은혜'를 깨닫고 무릎 꿇은 한신교회 이중표 목사. 그가 들려주는 '별세4수'(別世四修) 이야기가 요즘 기독인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신학자요 목회자인 이 목사의 글은 '쉬운 신학'과 '독실한 신앙'과 '감동적인 간증'이 어우러져 감동과 은혜를 더해준다. <편집자>

나는 어린 시절부터 꿈과 소원이 있었다. 그것은 성자처럼 살다가 성자처럼 죽는 것이었다. 성스럽게 살아간 삶의 흔적을 남기고 고결하게 죽은 역사적 인물로 남고 싶었다. 이것은 어린 시절의 꿈이요,필생의 소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무지개마냥 저 멀리 있었다. 칼봇제의 시처럼 저 산 너머 멀리 있다고 말하건만 영영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세월은 흘렀다.
지난 세월을 곰곰 생각하면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하다. 내 꿈은 목사가 되면서 깨지기 시작했고 목사가 되면 성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목사는 혼자 사는 자가 아니라 많은 성도와 더불어 사는 공동체요,저들을 돌보고 다스리는 목자이기 때문에 성자가 될 수 없다. 또 교회는 양과 염소가 공존하는 현장으로 수도원이 아니다. 목사는 일생을 교회를 운영하고 살려내는 경영자다. 성자는 입을 다물어야 하는 침묵의 사람이어야 하는데 입을 열고 설교하면서 말 잘하는 자가 되고 만다. 그래서 기독교는 성자가 없다. 천주교는 성자와 성인을 수없이 배출해내도 기독교는 사회에서 인정하는 성자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루어주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병들게 하므로 그 뜻을 이루어주신다는 것이다. 두달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하나님께서 내게 일관되게 깨우쳐주신 것은 ‘너는 환자’라고 하는 사실이었다. 모든 검사가 환자임을 확인하는 것이었고 모든 치료가 환자로서 고침 받는 시간이었다. 눈을 뜨고 보는 사람마다 환자들이고 환자들로 병원은 붐비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의 축소판이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성한 사람은 없다. 모두 병든 자요,상처난 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다. 이런 환자들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싸우고 천년 만년 살 것처럼 분을 내니 얼마나 부끄러운가. 나는 병원 벤치에 앉아 부끄러운 인간의 삶을 생각하며 혼자 울고 있었다. 옆의 환자가 내게 물었다.“많이 아프신가 보지요?”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도 환자,너도 환자인 불쌍한 존재들…. 서로 미워하며 살 필요가 어디 있을까.

나는 창밖으로 고속도로를 바라보았다. 시속 100㎞로 달리는 저동차에 탄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퇴원하면 또 저렇게 과속인생을 살 것인가. 불쌍한 호모 사피엔스여,서로 사랑하고,서로 이해하고,서로 화해하는 성자처럼 살 수는 없는가. 나는 성자의 꿈이 병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병들기 전에 알 수 없었던 것이 안목의 정욕이었다. 나도 역시 소유욕 명예욕 음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병들고서야 안목의 정욕에서 해방됐다. 병든 자에게 소유와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는 병들고서야 성자가 된 것 같아 감사기도를 드렸다. 병들어 있는 순간 나는 자기를 비운 한 인간을 보았다. 그 순수와 선함을 보았다. 세상을 바라보던 눈을 돌려 하늘을 보게 되었다. 병상에서 보는 하나님은 예전과 전혀 다른 하나님이셨다. 나는 병상에 누워서야 받은 은혜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별세사수(四修)가 내 인생을 폭풍처럼 흔들었고 눈 멀고 귀 먹은 내게 진리의 은혜가 섬광처럼 다가왔다. 하늘로부터 번뜩이는 우렛소리가 내 고막을 흔들었다. 그래서 병실에서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내가 병들고서야 깨닫는 은혜가 따로 있다.

내가 병들고서야 배우는 진리가 따로 있다.

내가 병들고서야 흘리는 눈물이 따로 있다.

내가 병들고서야 드리는 기도가 따로 있다.

내가 병들고서야 성숙할 인격이 따로 있다.

내가 병들고서야 만나는 주님이 따로 계신다.
/이중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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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엮은 예화 백과사전이다. 추상적인 진리를 구체화하는 데 유용한 예화 중에서도 아주 감동적이고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것들을 가려 실었다. 이 예화집은 가정, 감사, 건강, 교회, 믿음, 교육, 소망, 사랑, 성공, 용서, 찬송, 행복, 등 각 주제별(전 50권)로 되어 있으며, 성경말씀, 명언, 묵상자료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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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왕에서 노예, 예언자, 거짓 선지자에 이르기까지 약 400명의 인물들을 정렬하고, 관계 성구, 배경해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되새기도록 구성한 인물 백과사전. 믿음의 선배들이 어떻게 위대한 삶을 살고, 투쟁하고, 실패하고 성취하며 살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부록: 성경에 나오는 전 인물<약2500명> 수록)
한 태 완 목사 著, 좋은 땅 (주문전화:386-8660), 정가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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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홈페이지: http://allcome.ce.ro, http://je333.c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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