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명한 사람

한태완............... 조회 수 713 추천 수 0 2009.06.08 14: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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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현명한 사람              


가스파르와 멜키오르, 발타자르와 아르타반이 낙타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들의 목표는 새로 탄생한 왕 중의 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행선지는 그들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들의 길잡이는 오직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작은 별뿐이었다. 앞의 세 명의 동방 박사는 자신들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서 황금, 유향, 몰약 등 왕에게 어울릴 만한 값진 선물을 샀다. 맨 뒤의 아르타반은 루비 한 개 몇 개의 에메랄드와 다이아모든 등 귀중한 보석을 골랐다. 아르타반은 여행을 하는 도중에 소중한 보석들을 손바닥에 올려 놓고 사랑스런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오! 존경하는 우리 왕을 만나 이 값진 보석들을 드릴 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날은 내 일생 일대 최고의 날이 될 거야!" 아르타반의 공상은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 내고 있는 어떤 딱한 사람 때문에 불시에 사라져 버렸다! 재빨리 아르타반은 진귀한 보석들을 작은 지갑에 집어 넣고 낙타에서 내려 고통 받고 있는 그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았다.

아! 그 사람은 거의 벌거벗겨진 채 피를 흘리면서 길가의 도랑에 속수 무책으로 누워서 죽어 가고 있었다. 강도의 습격을 받아 죽어 가는 그 가엾은 사람을 본 아르타반은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자신의 낙타에 태우고 가까이에 있는 여관으로 간 아르타반은

길잡이 별도, 앞으로 가야할 여행길도 그리고 새로 태어난 왕에 대해서도 모두 잊어버렸을 만큼 그 사람을 열심히 보살폈다. 그 사람이 눈에 뜨게 회복된 것을 본 아르타반이 여관을 떠나려고 하자 여관 주인은 숙박료를 청구했다. 아르타반은 청구서를 받고는 매우 당황했다. 그의 재산이라곤 가지고 있는 소중한 보석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아르타반은 지체 없이 지갑에 든 루비를 꺼내어 여관 주인에게 주었다. 이제야 그는 함께 떠나온 여행 동반자들을 찾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루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말자. 우리의 왕께서는 내가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것을 주어 버렸다고 화를 내지는 않으실 거야."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그는 다른 세 박사들이 지나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길잡이 별 역시, 하늘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르타반은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다. 아무 소득도 없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오랫동안 찾아다니느라 지친 아르타반은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기도했다.

"오, 왕중의 왕이시여! 저는 당신을 찾기 위해 집도, 친척들도 고향도 나의 모든 것도 다 버리고 떠나 왔습니다! 저는 이제 자취도 없는 곳에 버려져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주님 당신께 찾아가 제 진귀한 보석을 드릴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 주소서!" 그는 다시 낙타에 올라타고 길을 떠났다. 동행할 친구도, 그의 앞길을 인도해 줄 별도 없었다. 다만 왕을 찾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복잡한 도시를 지나고 조용한 부락을 지나고 야자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오아시스를 지나면서 매일 피곤하여 지쳐 쓰러질 지경이 되어도 쉬지 않고 여행을 계속해 나갔다. 그는 언젠가, 어디선가, 어떤 방법으로든 왕을 찾게 되리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어느 날, 목이 마르고 피곤하여 지친 아르타반은 우물가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 멀리서 대상들이 오아시스를 향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 저 여행자들이 왕에게 대한 소식을 알고 있을까? 아니, 모를 거야!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소식도 전해 줄 수 없을 거야! 저들은 노예들을 죽음에로 몰고 가는 지독한 상인들인데!' 그들은 자기들만 마차를 타고, 노예들은 짐을 잔뜩 지워 끌고 가는 노예 상인들이었다.

상인들은 잠깐 쉬어 가기 위해 우물가에 멈췄다. 아르타반은 마음이 무거워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너무 안됐군요!" 그는 일생을 노예의 신분으로 살도록 운명지워진 비참하고 수척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무한한 사랑과 깊이 염려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르타반의 마음은 그들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표정이 자애롭고, 성품이 부드러워 보이는 이 노인의 마음은 노예들의 마음에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들은 아르타반의 주위로 떼지어 몰려와 비통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어르신네, 제발 우리 모두를 사주세요. 우리 모두를 사셔서 저 짐승 같은 놈들 저 인간 백정들 손에서 우리를 해방시켜주세요! 우리의 남은 일생을 다 바쳐서 보답을 하겠습니다!"

아르타반은 그들이 너무나 측은하여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재빨리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의 손이 지갑으로 갔다. 곧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실로, 자유를 위해 지불하는 값진 대가였다! 아르타반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벌떡 일어섰다. 그는 마치 로보트처럼 걸어서 상인들에게 다가가 불쑥 말을 꺼냈다. "저 사람들은 내가 사겠소. 모두 다 말이오!"

상인들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만한 돈이 있소?"

아르타반은 조용히 손을 펴서 보석을 보여 주면서 말했다. "이게 그 값이오! 왕이나 가질 수 있는 물건이오!" 노예들의 몸값을 받아 든 상인은 말했다.

"저것들은 이제 당신 것입니다. 모두 다요." 아르타반은 '자신의 '노예들을 향하여 돌아서서 기쁨에 넘쳐 소리쳤다.

"당신들은 자유인이오! 당신들은 자유란 말이오! 당신들은 내 것이 아니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당신들 자신의 인생을 살도록 하시오!" 그러자 모두들 기뻐하며 떠나갔다.

오직 아르타반은 혼자만이 외롭게 우물가에 남아 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워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가 옳은 일을 한 것일까? 내 마음은 나에게 그렇다고 하는군! 하지만 왕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잖아!"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해가 졌다. 어둠이 사막을 덮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별들이 반짝였다. 아르타반은 피곤했다. 그는 눈물어린 눈으로 별이 총총한 밤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그는 갑자기 놀라서 외쳤다.

"그래! 그래! 저기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저건 분명히 새로 태어난 왕의 별이야!

저 별을 따라갈까?, 하지만 슬프게도 너무 늦었어! 내 수중에 그분께 드릴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니 나는 너무 늦었어, 너무. 아아~ 왕을 만나기에는 너무 늦었어!"

아르타반은 머리를 숙이고 가슴이 메이도록 흐느껴 울었다. 이때 마치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 같은 신비스런 음성이 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들려왔다. 아르타반은 다음과 같은 말에 귀가 번쩍 띄었다.

"아니다! 너무 늦은 것이 아니다. 딱 알맞은 시간에 왔다, 아르타반. 네 선물이 내가 태어나고 가장 먼저 받은 선물이란 것을 말해 주고 싶구나! 아르타반! 나를 찾아 떠나 네 명의 왕 중에서 네가 가장 먼저 나를 찾았고 처음으로 나에게 경배하고 첫 선물을 주었느니라. 다른 사람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대접한 너의 모습이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었다"

-피터 라이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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